그러나 검찰은 공안2부에 수사를 맡겼다. 검찰은 사건의 범위와 파괴력이 커지자 참여연대의 고발건과는 별도로 유재만 특수1부장을 중심으로 한 특수부-외사부-공안1부 검사들을 차출해 기존 공안2부를 포함, 범 ‘X파일 수사팀’을 구성했다.공안2부를 비롯한 범X파일 수사팀에 대해 국민들의 이목이 모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이 YS정권 이후 벌어진 정·재·관계 거물들의 은밀한 밀담이 담긴 도청내용을 수사하면서 모두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비밀’을 모두 열어보게 될 범X파일 수사팀의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도청사건이 터진 직후 참여연대 고발사건을 맡으면서 안기부 파일수사에 가장 먼저 나섰던 공안2부는 서창희(사시 27회) 부장을 포스트로 공안2부 고병민(33회), 김병현(35회), 박형철(35회), 김웅(39회) 검사 등이다. 공안1부와 특수3부에서 각각 파견나온 오영신(38회), 정재호(30회) 부부장검사 등도 팀에 포함됐다. 서창희 부장은 서울지검과 울산지검 공안과, 법무부 내 공안담당인 검찰3과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공안검사’다.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총풍 공작사건’ 당시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에 대해 징역 12년, 자격정지 7년을 직접 구형한 사건은 서 부장의 유명한 일화다. 팀원들의 면면도 범상치 않다. 고병민 검사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사건’을 맡은 적이 있다.
수사팀에 파견된 정재호(특수3부) 부부장검사도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 주임검사를 맡았다.X파일 수사팀에 새롭게 합류한 인원은 유재만(사시 26회)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포함해 총 6명. 공안1부 안영규(33회), 임현(37회) 검사, 특수1부 이용주(34회), 이진동(38회) 검사, 외사부 양요안(37회) 검사 등이다. 이중 유재만 부장은 서창희 부장과 달리 ‘특수통’이다. 2003년 대검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 때 중수2과장을 맡아 한나라당과 현대자동차 부분을 수사하는 등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한때 공안사건 담당인 법무부 검찰3과장을 맡은 적이 있다. 때문에 공안 파트도 그다지 생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1부 이용주 검사도 최근 발생한 청계천 주변 재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경험이 있다. 이들을 총지휘하는 인물이 황교안(사시 23회) 2차장이다.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황 차장은 14대 대선 때 정주영 국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등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힌다. 한때 외도도 있었다. 지난 2001년 6월 컴퓨터수사부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그는 부임 두 달여만에 ‘한국판 냅스터’로 알려진 소리바다 고소건을 맡아 사이트 운영자 양모씨 형제를 구속 기소했다. 같은해 9월에는 회원들의 신상정보를 팔아 거액을 챙긴 카드회사 및 인터넷 업체들을 대거 적발하는 등 ‘사이버 지킴이’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02년 공안2부장으로 복귀한 그는 97년 발생한 ‘총풍 공작사건’(총선 직전 판문점 총기사격 대북요청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사건’도 황 차장이 초기 수사를 지휘했다. 한편 검찰 안팎에서는 이들이 향후 검찰의 새로운 실세로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X파일은 현재 대한민국을 뒤흔들만한 ‘비밀’이 모두 수록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 기밀에서부터 개인 사생활까지 총망라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도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그러나 수사를 위해서는 도청 테이프의 열람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이들이 사실상 ‘대한민국 X파일’을 접수한다는 계산이 성립된다. 때문에 향후 운신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X파일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기업들이 테이프에 수록된 내용 파악을 위해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영입은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국정원과 밀접한 관계인 공안2부 대신 특수부를 국정원 수사부서로 배치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찰이 도청 부분 수사만 강화하고 삼성의 불법로비 행위는 수사를 포기하려는 게 아니겠냐”면서 “검찰이 과연 수사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간다”고 밝혔다.
# 수사팀 이원화하는 검찰 노림수는(?)
검찰은 8일 공안2부를 주축으로 한 X파일 수사팀과는 별도로 새로운 수사팀을 구성했다. 기존의 수사팀만으로는 감당이 안될 만큼 수사 범위가 넓어졌다는 게 검찰의 표면적인 보강 이유다. 요컨대 국정원 자체조사 결과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수사범위는 YS 정부 시절의 ‘미림’팀에 국한됐다. 그러나 DJ 정권 때인 2002년 3월까지 도청이 이뤄졌다는 국정원 발표 이후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인력으로는 사건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로 수사팀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난 압력을 피하려는 검찰의 노림수가 있을 것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도청 행위’에만 주안점을 둔데 대한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의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특수부 검사를 긴급 수혈했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이들은 바라보고 있다. 확보된 274개 전체 테이프 내용을 수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테이프 내용 자체도 검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론의 동태를 지켜보면서 시간을 끌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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