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도시가스업체들은 부당징수 문제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자, 추가 부담한 도시가스비를 ‘원격검침기 시스템 보급사업’에 전액 사용하겠다며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시가스업체들은 여전히 가스비용을 명목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를 특별감사한 감사원이 “한국가스공사를 포함한 도시가스업체들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1,042억원의 가스비용을 소비자들에게 과다 청구했다”고 밝힌 것. 이어 감사원 관계자는 “가스제공업체들이 감가상각비를 실제보다 t당 4원씩 더 붙여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과다 징수했다”고 말했다. 도시가스업체들이 서민들에게 이처럼 엄청난 금액을 징수할 수 있었던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바로 도시가스의 주원료인 LNG가 불완전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사)도시가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LNG는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부피가 0.37% 증가하는 불안전한 성질을 갖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상온에서 각 가정의 도시가스 검침을 할 경우 온도변화만큼 가스의 부피가 증가하게 되고, 그만큼의 추가 징수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 역시 “도시가스업체들이 부피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측정방식을 기준으로 요금을 청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스업체들의 부당청구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사)도시가스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2003년부터 해결책을 강구해 시범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스업체들의 과다징수 원인은 현재 가정에서 쓰이고 있는 ‘막식계량검침기’를 통한 가스요금 때문”이라며 “가스의 부피변화에 따른 정확한 계측이 현행 검침기로는 어렵기 때문에 (사)도시가스협회를 중심으로 가스업체들이 ‘원격검침기’를 자발적으로 설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원격검침기는 기존의 막식검침기와는 달리 검침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스를 보내는 공급원이 가스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계측기. 이 때문에 온도변화에 따른 가스부피의 증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협회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도시가스협회의 설명과는 달리 원격검침 사업도 사실상 흐지부지 되고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도시가스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3년 시범사업 물량인 5만대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만(40%)여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2003년 시범물량 5만대의 완료가 미뤄지면서 2004년의 설치 계획도 전면 축소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특히 올 5월 (사)도시가스협회가 자체조사한 결과 2003년 물량조차 설치한 가스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사)도시가스협회는 원격검침사업이 더딘 이유에 대해 “시스템설치 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격검침시스템 사업은 도시가스업체들에는 상당히 부담되는 사업”이라면서도 “그동안 막식검치기를 통해 짭짤한 부수익을 올렸는데, 어떤 업체가 앞에 나서 교체하겠다고 나서겠냐”고 귀띔했다. 결국 도시가스업체들의 ‘자기밥그릇(부당청구) 지키기’에 서민들의 지갑은 여전히 얇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전언이다.
# 공기업들이 더 ‘징하네~~’
공기업들이 그동안 서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워온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서민 가계와 직결된 전기나 가스 등 공공요금을 높게 산정해 서민들로부터 더 많은 요금을 거둬온 것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02년과 2003년 동안 4,697억원의 요금을 서민들로부터 더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 역시 2001~ 2003년 천연가스 요금을 1,042억원이나 더 거뒀다.한전은 자회사인 전력회사들에 이윤을 더 남겨주기 위해 전력원가를 ㎾/h당 0.25~1.36원씩 높게 계산했고, 가스공사는 설비의 감가상각비를 높게 잡아 가스요금을 ㎥당 4원씩 더 받았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지난해 과다징수한 전기료분은 현재 전기료를 1.5% 인하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돌아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다징수의 원인인 원가요금산정제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 39개 공기업과 공기업의 자회사들을 감사한 감사원은 “공기업들이 경영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면서도 임직원 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전 등 8개 기관은 정원보다 직원을 적게 뽑고 남은 인건비(연간 470여억원)로 임금을 올려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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