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우리 회사, 남에겐 못줘!”
대우건설 “우리 회사, 남에겐 못줘!”
  • 서종열 
  • 입력 2005-07-30 09:00
  • 승인 2005.07.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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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매각을 앞두고 대립각을 펴고 있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KAMCO는 지난 19일 대우건설의 매각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KAMCO관계자는 “매각주간사 계약을 협의 중이며 계약이 완료되는 대로 입찰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우건설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통한 KAMCO지분 인수를 고려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힘들게 살려 놓은 회사인 만큼 KAMCO로부터 지분을 직접 인수받아 독립경영체제를 이루는 게 직원들의 소망”이라며 회사지키기에 나설 것을 암시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지난해 11월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던 삼성증권-씨티글로벌마켓증권 컨소시엄(삼성-씨티 컨소시엄)과 주간사 계약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씨티컨소시엄은 주간사 계약을 체결한 이후 예비실사를 거쳐 곧바로 입찰에 들어갈 방침이다.

삼성-시티컨소시엄 주간사계약임박

KAMCO가 이처럼 갑작스레 대우건설 매각을 발표한 데에는 최근 증시폭발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할 당시 4,000원에 불과하던 대우건설의 주가가 실적호조와 주식 활황에 힘입어 최근 8,000원대까지 두 배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가가 올랐으니, 매각대금도 이와 비슷한 규모로 증가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KAMCO는 대우건설 매각 방식으로 금융기관 보유 지분 82% 가운데 ‘50%+1주’를 매각할 예정이다. 이는 11일 종가를 기준으로 해도 1조3,000억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대우건설의 인수대금이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AMCO가 대우건설 인수 기업에 대해 총 매각대금의 30~5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 구조조정 당시 부실투성이였던 대우건설이 환골탈태를 거쳐 알짜배기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KAMCO의 매각 방침에 정작 가슴을 졸이고 있는 곳은 바로 인수대상인 대우건설이다. 지난해 대우건설과 비슷한 신세에서 새주인을 만났던 남광토건과 한신공영이 새사주로 인해 극심한 부침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가슴 졸여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 “KAMCO가 대우건설의 지분 45.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KAMCO의 결정에 대해 우리가 뭐라 말할 입장은 안된다”면서도 “지난해 남양토건과 극동건설이 새주인으로 인해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고 말해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근 사내에선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통한 대우건설 직접인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실낱 같은 희망에 훱싸여 있다”면서 “최근의 실적개선을 토대로 고정자산 등을 매각하면 직접인수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KAMCO로부터 직접 회사를 인수할 정도로 경영환경이 개선된 상태다. 2000년 12월 578%에 이르던 부채비율을 지난해에는 152%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 6조624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한 것. 이에 따라 2000년 1,206억원의 적자를 냈던 경영상황도 꾸준히 호전돼 지난에는 4조7,80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2,47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베트남 대우하노이호텔과 같은 고가의 고정자산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정자산을 매각하고, 8,0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모두 동원한다면 우리사주로 대우건설을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는 게 대우건설 직원들의 설명이다.

우리사주 인수 불사

그러나 증권업계관계자들은 “대우건설이 자사를 우리사주로 직접 인수할 정도로 내실이 튼튼히 다져졌기 때문에 투기세력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로 비쳐지고 있다”며 투기세력들의 활동을 우려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LBO방식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돈 한푼 들이지 않고도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도 있다”면서 “인수예상대금인 2조원은 5,000억원 규모의 대우빌딩과 8,000억원의 현금, 상반기 순이익으로도 충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AMCO는 여전히 ‘제3자인수’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투기자본 배제를 위한 자본의 투명성 ▲경영능력 ▲고용조건 등을 매각절차 가이드라인으로 밝히기도 했다.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세력대결에 직면한 KAMCO와 대우건설. 과연 대우건설은 자신들의 바람대로 독립경영체제를 이룩할 수 있을까.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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