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주에어는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항공편 이용 기회를 주기 위해 제주도가 민간기업인 애경그룹과 합작 설립한 지역항공사이다. 당초 이 민항기는 서울~제주 구간만 운행키로 했다. 하지만 이 항공사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양양’과 ‘부산’을 기착지로 포함시키자 제주도민들은 “당초 ‘제주’만이 기착지로 돼 있었는데, 양양과 부산까지 기착지로 해 신청한 것은 지역민항의 설립취지에 어긋난다”면서 “결국 우리 돈으로 재벌그룹의 계열사를 하나 더 늘려준 꼴”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애경그룹의 항공사업을 지켜보고 있는 재계도 이번 기착지 확대변경에 대해 ‘특정재벌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애경그룹측과 ㈜제주에어는 “기착지 변경신청은 양양의 경우 건교부의 정책적인 배려 성격이 짙으며, 부산을 포함한 것은 신생기업인 ㈜제주에어의 수익구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번 ㈜제주에어의 노선확대는 건설교통부가 주도했다는 점. 실제로 ㈜제주에어 관계자는 “양양노선 신청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짙게 묻어있다”며 “정부 시책인 지방공황 활성화가 표면적 이유지만, 실질적으로는 건교부가 양양노선을 포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건교부는 왜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제주도 예산 등으로 이뤄진 지역민항이 제주 기점과 전혀 무관한 서울~부산과 서울~양양 노선에 취항키로 한 것은 ‘억지춘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적자 누적으로 기존 대형 항공사도 포기한 서울~양양노선 취항은 중장기적으로 새 항공사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번지고 있다. 건교부는 “㈜제주에어가 신생업체인 데다 항공운임료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7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영타산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양양 노선은 수익성을 아예 기대할 수 없는 노선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양양노선은 현재 대한항공이 하루 한차례 부산~양양편을 운항하고 있으나, 평균 탑승률은 겨우 4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양양공항공사가 국내선 유치를 위해 취항 항공기에 대해 시설 사용료의 50%를 할인해주고 있으나, 워낙 수익이 적어 항공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제주경실련을 비롯한 제주도 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당연히 추진해야 할 지방공항 활성화 시책을 왜 하필 막대한 제주도민 세금으로 출자된 민관합작 지역 항공사에서 떠맡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제주와 무관한 곳에 항공기를 취항시키는 것은 제주지역 항공사라는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주)제주에어를 둘러싼 또다른 의혹의 시선
-항공 사업 성패에 따라 애경그룹 후계가 달라진다
제주노선 민항인 (주)제주에어는 지난 1월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공동 출자(제주도 50억원, 애경그룹 150억원 출자)해 설립한 민관합작 항공사다. 항공사 설립 인가 후 이 회사는 2006년도에 취항을 목표로 최근 캐나다 붐바디어사의 Q-400기를 도입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에어의 설립 배경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대 항공사의 기습적인 제주구간 항공요금 인상에 반발해 만들어졌다. 그 동안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 구조로 인해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설립 이유였다. 그러나 정작 출범을 앞두고 노선을 여러곳으로 확대해 당초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기착지 변경에 대해 “애경그룹이 후계구도를 위한 본격적인 경영체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제주에어를 담당하고 있는 이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 채형석 부회장. 그는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ARD홀딩스 등 애경그룹 계열사 5곳을 통해 ㈜제주에어를 출범시켰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 “항공사업의 성패가 채 부회장의 그룹 후계자 승계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대신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이 부동산 부문과 그룹 전체를, 사위인 안용찬 사장이 애경산업을, 차남인 채동석 사장이 그룹 간판인 애경백화점 등 유통부문을 각각 경영하며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남 채승석씨는 애경개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애경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저가를 기본으로 하는 지역민항 사업이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인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뒤 노선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제주에어의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보는 후계구도와 항공사업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후계구도 관련설을 일축했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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