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아픔털고 超 우량 기업으로 거듭난다”
“4년의 아픔털고 超 우량 기업으로 거듭난다”
  • 서종열 
  • 입력 2005-07-19 09:00
  • 승인 2005.07.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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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동안 회사를 인수하면서 숱한 오해를 받아왔다. 이제라도 이를 바로 잡고 싶다. 기득권층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오히려 나였다.” (주)아세아조인트 김수일 대표이사(47)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동안 억울했다”는 표현을 자주 했다. 마음 속에 맺힌 얘기가 많은 듯했다. (주)아세아조인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증권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표적인 회사이다. 회사의 주가가 크게 높거나 등락폭이 심해서가 아니었다. 이 회사의 1대 주주와 소액 주주간의 M&A 공방전이 무려 4년 동안 지루하게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아세아 조인트의 M&A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2년 2월. 올해 3월이 돼서야 매듭이 지어졌으니 무려 4년이 걸린 셈이다. 결국 경영권은 과거 이 회사의 소액 주주였던 김수일 대표이사에게 넘어갔다.

“피해자는 오히려 나”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김수일 대표이사를 <일요서울>이 직접 만나봤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국내 기업들은 ‘M&A’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스라치는 모습입니다. 자신들이 이룩한 기업을 외부 사람이 돈으로 뺏은 뒤, 단물만 빨아먹고 팔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실상은 다르죠.” 김 대표이사는 본인에게 쏟아지는 ‘적대적 M&A 성공담’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듯 ‘M&A’에 대한 화제로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M&A의 효과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인수한 (주)아세아조인트의 경우, 지난 2002년 주가는 500~700원대. 하지만 그가 인수하고 석 달이 지난 지금,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7월14일 종가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1,800원. 그는 이 회사의 주가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M&A 덕분이라고 말했다. “회사 주가는 단순히 실적만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주식관리, 홍보 등 모든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죠. 과거 경영진들은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습니다. 회사의 주가를 확인할 때마다 지난 4년 동안의 피로감이 씻은 듯 사라지는 느낌이죠.”김 대표이사는 잠시 지난 4년 동안의 우여곡절이 떠오르는 듯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는 지난 3월 초, 회사 인수를 목전에 두고 검찰에 긴급 구속을 당했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을 불과 3일 앞 둔 새벽6시에 검찰이 그의 안양 자택을 전격 방문해 그를 구속한 것이다.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날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그 동안 검찰로부터 단 한번도 소환명령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무작정 집에 들이닥쳐서 저에게 수갑을 채웠죠. 검찰수사관들과 함께 온 경찰차들이 요란스런 사이렌까지 울려 정말 아파트 주민 전체가 보는 앞에서 수갑을 차고 검찰로 이송됐습니다.” 검찰로 이송된 김 대표는 결국 구속적부심사에서 풀려났다.

검찰 측이 주장했던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다는 게 심사를 맡은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김 대표는 “사법부에 끌려왔다는 당황함보다는 그동안 정기주총을 위해 위임장을 써주었던 분들과의 약속을 못 지키게 될까 봐 걱정했다. 이런 사정을 판사에게 설명하면서 위임장을 증거로 제출하자 결국 풀려났다”고 털어났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 3월에 있었던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돼 ㈜아세아조인트의 신임사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회사에는 여전히 구 경영진이 출근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새로 선임된 사장과 과거 사장 두 명을 모시게 된 직원들의 혼란은 그야말로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아세아조인트의 구 경영진이 주주총회 철회소송을 제기하면서 김 대표이사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사회로부터 해고를 당한 구 경영진들이 여전히 회사에서 결재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두 명의 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죠. 게다가 구 경영진이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인해 제가 회사에 나올 수 없게 되면서 ㈜아세아조인트 인수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그러나 구 경영진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은 결국 김 대표에게 득이 됐다.

법원에서 온 법정관리인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구 경영진에게 사내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구 경영진은 김 대표에 대한 소를 취하했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지분에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여 사달라고 요청했다. 구 경영진의 이런 요구를 김 대표가 수락하면서 결국 ㈜아세아조인트는 김수일 대표체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아세아조인트의 지분 44%를 가진 1대주주로 올라섰다. 적대적 M&A 1호로 불리는 ㈜아세아조인트는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IT기업은 아니다. 베어링과 LCD관련 배관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반면 ㈜아세아조인트를 인수한 김수일 대표는 제조와는 전혀 관련없는 증권맨 출신이다. 그는 한때 대신증권을 비롯해 하나증권 압구정점 지점장을 맡는 등 소위 ‘잘 나가는’ 증권회사 점장 출신이다. 그렇다면 증권사 직원이 왜 제조업체를 인수합병했을까. 김 대표는 “증권회사에 근무하면서 소위 대주주들의 횡포와 전횡을 몸소 체험했었다”며 “이 같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사업을 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업가는 어릴적 꿈”

김 대표의 일가친척들은 김 대표가 ㈜아세아조인트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말렸단다. 하지만 김 대표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형님들과 부인도 내가 제조업체를 인수하려 한다고 밝히자, 상당히 놀라며 인수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사업가가 되는 것은 어렸을 적 내 꿈이기도 했으며, 제조업이 있어야만 금융업과 같은 서비스업종도 존재한다고 설득했죠.”회사를 인수한지 이미 넉 달이 됐지만, 여전히 김 대표는 분주하다. 새로운 인수합병 대상기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세아조인트는 업계3위의 업체로, 말 그대로 ‘중소기업’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개발과 홍보가 절실하게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런 이유로 ㈜아세아조인트와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업체를 물색 중입니다.” M&A가 이번 한번이 아니고 계속될 것이란 말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사실상 제 전문분야가 제조업이 아닌 금융서비스이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에 관한 사항은 내가 계속 챙기겠지만, 기술에 대한 부분은 전문경영인제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M&A를 통해 제조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김수일 ㈜아세아조인트 대표.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기대된다.

# (주)아세아조인트는 어떤회사?

1965년 ‘현대공업사’ 창업이래 40년 동안 산업과 건설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배관자제업의 강자로 군림해온 ㈜아세아조인트. ㈜아세아조인트는 4년여에 걸친 오랜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실적을 유지하며 전년대비 9.5%가 늘어난 2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27% 늘어난 26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굴뚝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반도체, LCD 등 전문부품사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통해 기술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 특히 피팅밸브로 진출할 계획인 ㈜아세아조인트의 김 대표는 “이미 생산중인 기존 제품은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지켜갈 것이며,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부품에 몰두할 것”이라며 “수년 내 천억원의 매출의 전문 부품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수일 대표이사 일문일답

- ㈜아세아조인트의 인수 방식이었던 적대적 M&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내에는 적대적M&A가 남의 기업을 빼앗는 강탈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 엄연한 회사의 주인인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의 힘을 합쳐 경영권이 바뀌게 된다면 대주주들도 소액주주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왜냐면 적대적 M&A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소액주주들이기 때문이다.

- 금융회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굳이 제조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꿈이 사업가였다. 증권사를 그만두기 전 증권사에서 익힌 금융노하우를 사업과 접목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 과정에서 ㈜아세아조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발전가능성이 충분하고, 자체 유통망을 갖춰 자금유동성도 상당하며,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확신이 들어 퇴직금과 적금 등 개인자금을 들여 ㈜아세아조인트의 주식을 매입했다.

- 아세아조인트 인수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2002년 8월부터 거래소를 통해 ㈜아세아조인트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5월 회사를 방문해 경영참여를 요구했다가 묵살 당했다. 이후 2003년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선임을 재차 요구했지만, 표대결에서 밀렸다. 결국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설득한 끝에 우호지분 56%를 확보해 지난해 9월 우리측의 감사를 먼저 선임했다. 그리고 올해 초 3월 내가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회사를 인수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새로운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기업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유통망과 자본이 없는 중소기업을 선택해 상생의 길을 택할 것이다. 또한 자체적으로는 LCD관련 베어링에 대해 연구개발이 진행중이다. 이 같은 연구개발과 기업의 홍보, 주가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아세아조인트가 업계 1위는 물론 코스닥 굴뚝주의 황제주로 군림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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