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거조치” 은폐 의도했나?
“영국 수거조치” 은폐 의도했나?
  • 서종열 
  • 입력 2005-07-12 09:00
  • 승인 2005.07.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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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농심의 라면 등 일부 제품의 영국 내 판매 제재조치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농심이 이미 2년 전인 지난 2003년 영국 등 유럽국가들로부터 일부 제품에 대한 제재조치를 받았음에도 이 사실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6월15일 영국 식품기준청(Food Standard Agency:FSA)으로부터 자사의 라면 및 스낵류 20여종에 대해 ‘표기미비’로 수거조치를 당했다. 방사선 살균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거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심은 “우리 제품은 방사선 살균처리를 하지 않았다”며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농심이 지난 2003년부터 제재조치를 받았음에도 이를 은폐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간지 해명광고를 통해 밝힌 스위스는 물론 올해 초 독일에서도 이와 같은 수거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이 속속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반발에서 신중해진 농심

영국 식품기준청과 농심이 ‘방사선 살균처리’를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영국 식품기준청 FSA는 “농심의 제품 가운데 방사선 살균처리를 한 원료들이 포함돼 있는데도 이를 포장지에 명기하지 않았다”며 신라면, 짜파게티 등 농심의 라면과 스낵류 20여종에 대해 수입 및 판매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FSA에는 농심제품에 대한 ‘식품 경보(Food Alert)’를 발동했으며, 농심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업자가 관련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은 이에 대해 “FSA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 제품은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으니, 표기를 안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면에서는 아무런 방사선 물질이 나오지 않았으나, 라면에 첨가되는 수프 함유물에 방사선 처리를 했을 수도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문제의 제품을 정밀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FSA측에 이의 제기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심에서 생산되고 있는 라면에 첨가되고 있는 수프 함유물 중 일부는 방사선 처리 살균규정이 없는 동남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심은 수입업자를 통해 영국에 연간 10억원 상당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주된 고객은 영국 내 교포와 기업의 주재원, 유학생들이며, 라면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스위스에서도 같은 조치

FSA와 농심간의 ‘방사선 살균처리’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농심이 이번 수거조치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농심이 지난 4일과 5일 내보낸 일간지 해명광고를 통해 지난 2003년 스위스에서도 수거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스위스에서 받았던 제품수거조치는 일종의 ‘무역장벽’”이라면서 “우리가 제품을 철수한 직후, 스위스 자국 상품들이 우리의 빈자리와 거래처를 모두 차지해 우리로서는 결국 스위스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독일에서도 농심 제품이 수거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농심의 은폐설’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농심이 지난 15일 영국으로부터 수거조치를 받고도 28일 언론에 알려지고난 뒤부터 이의제기를 하는 등 이번 영국의 수거조치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묻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농심이 영국의 잠잠한 상황과는 달리, 국내의 민감한 반응에 국제문제를 비롯해 국내 소비자의 신뢰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도 “단순한 표기사항의 문제가 식품의 안전성, 신뢰성 문제로 번지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국내 소비자들이 단순 표기의 문제를 살균처리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고 있어 농심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심 방사선 처리 했을까, 안했을까

농심 제품에 대한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제재조치는 일부 제품에 대한 ‘방사선 처리의심’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농심은 부인하고 있지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농심의 라면류 제품에 방사선으로 살균처리한 함유물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면류를 생산하고 있는 한 업체의 간부는 “식품 원료 중 양념류에 방사선 처리가 많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하고, “농심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수프 함유물에 방사선 처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심측도 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체적으로 정밀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에 대해 “방사선 처리기술은 1980년 WTO(세계보건기구)의 조사 결과 인체에 무해한 안전적인 기술”이라며 “방사선 처리에 대해 지속적인 조사를 펼치고 있지만 농심의 제품에서 방사선 처리가 발견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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