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새집 여전이 공사중
집터분쟁은 지난 4월30일 농심 메가마트 신동익 부회장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용산구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신동익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새집 공사로 인해 조망권 피해는 물론 소음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공사중지가처분신청 등 용산구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3건을 고소했다. 이로 인해 삼성과 농심그룹이 두달 가까이 재계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 분쟁은 결국 이건희 회장이 신동익 부회장의 집을 사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회장이 신 부회장의 집을 사주고, 신 부회장은 다른 지역에 새 살림을 차린다는 게 양측이 합의한 결과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메가마트도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됐다”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요서울>이 한남동 집터분쟁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두달이 지난 현재도 이건희 회장의 새집은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집터분쟁이 극에 달했을 때처럼 외부에 레미콘 트럭이 서 있지는 않았지만, 인근에 건설사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된 것을 볼 때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무로 만들어진 외벽공사를 비롯해 숲처럼 평화로운 분위기의 조경공사는 이미 마무리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신 부회장의 집은 적막감이 흐를 정도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 날씨에도 창문 하나 열린 곳이 없으며, 주차장 입구에도 여러대의 차량이 주차를 해 놔 차량 출입이 불가능해보였다. 인근에 24시간 근무하고 있는 의무경찰도 “최근 들어서 출입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산한 느낌을 주는 신동익 부회장의 한남동 자택에 대해 메가마트 관계자는 “부회장님은 지난 4월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어디로 이사 갔는지는 개인적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약속 지키지 않은 삼성
그렇다면 당시 삼성과 농심이 합의했던 대로 신동익 부회장이 살던 이태원동 135-77번지는 이제 이건희 회장의 소유가 됐을까. 대답은 ‘노(NO)’다. 지난 1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태원동 135-77번지의 주인은 여전히 ‘신동익 부회장’으로 드러났다. 이게 어찌된 사연일까. 취재결과부터 말하자면 농심과 삼성의 집터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농심측이 고소취하의 조건으로 자신들의 한남동 일대 부동산을 이건희 회장이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재 이 회장이 인수한 부동산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등 한남동에 거주 중인 농심가 부동산을 모두 합칠 경우 적어도 100억원대에 육박한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돈이 없어 이 땅을 안사는 게 아니라 주변시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메가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측과는 모든 일이 원만하게 처리됐다”며 “소유주 변경에 대한 일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집터분쟁에 대해 아직은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회장님의 새 거처는 물론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농심-삼성 모두 ‘쉬쉬’
삼성과의 고소취하 조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농심가 집터 매입’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에 메가마트와 삼성 모두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농심-삼성의 집터분쟁 과정에서 이 회장에게 부동산을 넘긴다는 게 농심측이 제시한 고소취하의 제1조건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신동익 부회장만 공사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다가 떠난 격이 됐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다시 뭉친다
전경련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동안 ‘재계 빅3’로 불리던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LG구본무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불참하면서 위상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빅3가 줄줄이 전경련 회의에 참석하거나, 강 회장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강력한 전경련이 되고 있다. 강 회장은 최근 구본무 LG회장의 전경련 회의 참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LG아트센터에서 구 회장과 같이 무용을 관람하며 친밀감을 쌓는 등 ‘구 회장의 전경련 복귀’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앞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3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2002년 9월 이후 30개월만의 일이다. 당시 이 회장의 회장단 참가는 강 회장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지난달 16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만 3년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의 참석은 재계 인사들이 현대차의 미국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데 대한 보답형식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구본무 LG 회장의 회장단 복귀도 멀지 않은 일로 재계는 점치고 있다. 구 회장은 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6년5개월 동안 전경련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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