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서 맞붙은 조지스트 VS 마샬 리스트 전쟁
한국 ‘땅’서 맞붙은 조지스트 VS 마샬 리스트 전쟁
  • 정우사 
  • 입력 2005-07-11 09:00
  • 승인 2005.07.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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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전쟁! 가진자와 못 가진자

땅 전쟁.현재 대한민국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적인 부동산정책을 두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대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땅을 통한 부의 형성에 알레르기성 반감을 보였다. 세칭 ‘강남죽이기’와 ‘집값내리기’ 정책은 노 정부가 표방한 부동산정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그러나 ‘분배론’에 기초한 노 정부의 이 부동산정책은 기득권세력의 거대한 저항을 받고 있다. 가진 자가 자신의 기존 부를 내놓는다는 것은 당연히 큰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를 떠나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땅 전쟁’은 100년전 유럽과 영국, 미국에서 대전쟁을 벌였던 ‘조지스트와 마샬리스트 경제학파의 충돌’을 재현한 것이란 점에서 흥미롭다. 20세기 초 서구사회를 흔들었던 경제학파간의 이 충돌사건은 ‘분배론’을 바탕에 둔 조지스트가 ‘자본주의론’을 앞세운 마샬리스트에 무릎을 꿇으면서 역사속에 사라졌다. 조지스트의 이상주의는 그저 한 편의 드라마로 끝난 것이다.

노 정권 출범 후 조지스트가 다시 부활한 것은 경북대 교수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경제정책의 핵심포스트에 기용되면서 시작됐다. 미국 하버드대 재학 시절부터 조지스트이론에 탐닉한 이 위원장은 경북대 교수 시절이던 1993년 ‘헨리 조지연구회’를 만들 정도로 깊이 빠졌다. 그런 그가 분배론에 관심이 많은 노무현 대통령과 결합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이론은 또다른 미국 유학파 출신 경제학자들인 세칭 ‘마샬리스트’에 의해 저항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과 서구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1세기 전 비주류로 전락한 조지스트의 이론에 대해 마샬이론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고전파의 이론을 배운 경제학자들은 심각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그동안 국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소수파에 머물던 조지스트들이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현정부 출범 후 구성된 토지정의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탄생한 것은 조지스트 부활의 백미다.

이 단체에는 경실련, 한국YMCA전국연맹, 헨리조지연구회, 환경정의 등 16개 시민단체가 가입했다. 이를 주도하는 인물로는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학과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안창도 YMCA 사무총장,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환경정의 공동대표),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 회장, 한동근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등이 꼽힌다.조지스트들의 부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마샬리스트들의 힘도 만만치 않다. 마샬리스트의 부동산이론은 철저히 시장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토지도 경제재인 만큼 시장론에 바탕을 두고 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이론은 현재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대다수 학자들이 신봉하고 있다.

미 경제학자 헨리조지는 어떤 인물?

그러면 헨리 조지는 어떤 인물인가. 헨리 조지는 미국의 경제학자 겸 사회학자로 그의 주요 연구대상은 토지였다. 그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나온 뒤 선원, 인쇄공, 출판사원 등을 전전하면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러다 1879년 단일토지세를 주장한 ‘진보와 빈곤’ 을 내면서 일약 유명해졌다. 그의 사상은 19세기 말 영국 사회주의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조지주의 운동’으로 확산되는 이론을 제공했다. 재미있는 것은 자본주의가 가장 크게 꽃핀 미국에서 그의 사상이 등장한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정책에 대한 시장론자들의 반발에 대해 “주택 시장에서 생기는 모든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은 헨리 조지가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핵심 내용이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뉴욕시장에 출마하도록 권유받아 거의 당선할 뻔했으나 실패했고, 나중에 두번째 시장선거 캠페인 중 병사했다.

그러나 헨리 조지의 이론은 현대 서구경제학이론의 원조로 자리매김한 영국의 알프레드 마샬이라는 거목의 비판에 조용히 사라졌다. 마샬을 중심으로 한 제이비 클라크, 리카르도 등 제도권 경제학자들은 헨리 조지의 이론을 아마추어리즘으로 비판했다. 이후 조지의 이론은 매이슨 가프니, 프레드 해리슨 등 일부 학자들에 의해 이어졌지만 현재는 주류 경제학계에서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그러나 그의 이론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토지개혁운동, 중국의 쑨원(孫文)과 러시아의 톨스토이 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이론의 창시자로 꼽는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연계시키기도 하지만 이론의 정제성과 치밀함에서는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무현 정부들어 한국에서 부활한 조지스트 이론의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 어떻게 결판날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정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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