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무슨…터지면 우선 틀어 막기 급급
부동산 정책은 무슨…터지면 우선 틀어 막기 급급
  • 서종열 
  • 입력 2005-06-21 09:00
  • 승인 2005.06.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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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남 및 판교에서 불고 있는 부동산광풍을 해결하기 위해 판교급 신도시를 건설하겠다”- 6월10일 추병직 건교부 장관“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하겠다” - 6월10일 한덕수 재경부 장관“부동산 진정대책으로 신도시 개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 6월13일 청와대 청와대와 재정경제부가 부동산 진정대책을 놓고 서로 입장을 달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정책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재경부에서는 장관들이 직접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부동산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청와대에서 이를 일축,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상황에 정책 실행을 담당한 주무부처와 정책수립을 담당한 청와대가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도시 추진”vs“논의 없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공기업 투명사회 협약 체결 및 실천협의회 창립총회’에 참석해 “판교급에 버금가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책의 수장을 맡고 있는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공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신도시 추가 건설’과 ‘강북 뉴타운 개발’ 등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있었던 재경부·건교부 장관의 발표는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두 주무부처가 사실상 ‘신도시 건설’이라는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이들 장관들이 제시했던 ‘신도시 개발’의 후보지역에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서울공항 주변의 세류동 일대와 하남권, 남양주 등이 거론돼 이 지역들의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있었던 청와대의 발표는 이 같은 발언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부동산 광풍의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신도시 건설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신도시 개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건교부 재경부 장관들의 발언은 너무 앞서간 발언”이라며 “신도시 건설은 경제, 사회, 환경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초기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일문제 다르게 접근 한것 화근

그렇다면 청와대와 재경부, 건교부가 신도시 개발과 관련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청와대 및 재경부, 건교부가 각기 다른 입장에서 동일한 현상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적 논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청와대와는 달리,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재경부와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교부 등 각자의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정책이 각기 다르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건설교통부의 공식 입장은 ‘장기적인 공급확대를 통한 가격안정’이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혼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건교부는 부동산 공급확대를 위한 새로운 택지를 수도권 일대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추병직 장관이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언급했다가 다음날 말을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교부와 함께 ‘신도시 건설’에 힘을 실어줬던 재경부 역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관련 펀드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에 들어갔을 뿐이다. 당초 예상됐던 금리조정을 통한 부동산 가격안정대책은 “금리조정이 다른 경제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는 ‘신도시 건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신도시 개발등이 보도된 데 대해 당혹스럽다”며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주무부처와 실무진들이 협의를 통해 대안을 발표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대 피해자는 서민들

부동산 급등과 관련, 청와대와 재경부, 건교부가 각각 이견을 내놓으면서 정작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은 ‘서민’들이다. 정부의 정책혼선으로 말미암아 서민들의 꿈인 ‘내집마련’이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신반포 3차에서 평당 1억원을 돌파하는 매물이 등장해 서민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했다. 대치동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최상현 중개사는 “(부동산 정책에 따라) 중소형 아파트 가격은 안정세를 찾고 있으며 이는 서민 주거생활 안정이라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일부가 만족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떤 대책이든 필요할 것이지만 일부에선 오히려 시장원칙에 맡겨두라며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 “기존 도심 재개발이 우선” - 권문선 호원대 부동산개발학과 교수 인터뷰

▲‘판교급 신도시 개발’ 논란에 대한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의 정책이 땜질식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판교신도시만의 문제보다는 정책담당자들이 부동산가격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도시 개발 논란의 원인은 바로 400조원에 달하는 투기성자본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가 판교 및 강남 일대 중대형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수요가 확대됐다거나, 공급물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 투기성 자본에 의한 ‘작전’인 셈이다.

▲신도시 개발이 아닌 다른 해결책이 있나?- 먼저 ‘뉴타운개발’을 들 수 있다. 현재 강남 및 판교로 몰리는 자금은 대부분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기자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서울에서 진행 중인 ‘뉴타운’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건축규제를 풀어준다면 충분한 자금이 강남이 아닌 뉴타운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또한 서민들이 입주를 원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자체를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다. 현재 법적으로 규제된 임대주택 평형수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란 정부의 발표를 앞당겨 실행하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투기자본들이 임대주택이 아닌 40평형 이상의 대형평형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평수를 늘릴 경우 주택에 대한 프리미엄 하락이 예상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폭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운데 쇼핑몰-아파트-주상복합-재개발-오피스텔-토지 등으로 점차 부동산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분야에서 확실한 고수익이 보장되는 한 부동자금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불안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및 재경부, 건교부의 할 일은?- 청와대는 부동산 장기 대책을 세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정책에 대한 검토를 꼼꼼히 해 투기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여전히 떴다방에서 전매가 계속되는 것도 청와대에서 한발 물러나는 바람에 발생된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재경부는 부동산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소수의 투자자들이 ‘작전’을 통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작전참가자들에 대한 조사는 당연히 재경부나 국세청이 맡아야 할 것이다. 건교부의 경우 균형발전 개념에서 벗어나 조화발전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수도권과 지역의 평균적인 발전도 좋지만, 지역만의 특색을 살리는 거시적인 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부동산광풍의 진원지 ‘반포·대치·잠실’, 집값 비싸다는데 돈번 사람도 없다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은 최소한의 수요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다.” “강남 아파트값 폭등은 거품으로 인한 과열 측면도 없지 않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사의 분석이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전부협)가 지난 13일 ‘동맹휴업 전국 확대’를 발표했지만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는 지난 15일에도 여전히 ‘생업’에 열중이었다.

대치동, 호가 높아 거래 전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일대에는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30∼60 평형대 중대형 아파트가 몰려 있다. 때문에 이 일대 상가빌딩에는 1층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2층에는 학원이 대부분 들어서 있다. 정오께, 대치동 일대 ‘베스티아’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대치동에서만 3년째”라는 최진태씨는 “최근 대치동의 매물은 드문 편”이라며 “오히려 도곡동 동부센트레빌이나 롯데백화점 일대의 GS자리를 문의하는 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물을 내놓은 이들은 상당수지만, 최근 실제 거래건수는 전무한 형편”이라며 “고가아파트라 세금 무서워 못 팔겠다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최근 부동산 폭등에 호가를 높게 불러 거래가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가 확보한 주변 아파트 최고시세는 포스코 더 샵 48평형이 19억8,000만원, 64평형 23억2,000만원선이다.

인터넷 부동산정보업체의 시세보다 최소 1억~3억원 정도 높은 금액이다. 평당 1억원대 아파트가 있는 반포일대, 이곳에서도 부동산중개업소들의 휴업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셔터를 내린 가운데 그나마 문을 연 업소들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반포 한신아파트 상가지역 내 신세계부동산 김일택씨는 “정부가 다주택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있어 시중 자금이 장래성 있는 곳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일대 부동산 거래에 대해 “소형 평수는 거래는 물론 문의조차 없고, 중대형 거래는 이뤄지는 것 같다”며 “워낙 미미한 물량이고,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중개업소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곳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평당 1억원으로 논란이 된 신반포 3차에 대해 “사실 평당 1억원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면서도 “최근 부동산 폭등 분위기로 인해 재개발 효과와 프리미엄을 모두 합칠 경우 충분히 나올 수도 있는 가격”이라고 내다봤다. 김씨는 그러나 “문의전화 대부분이 잠원동 일대 한강조망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매물로 나오는 곳은 고속터미널 일대여서 거래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은 정부 정책의 혼선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실, 재개발 정책에 수요자 관심 꺼져

단지 전체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잠실의 경우는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 신천역 인근의 ‘참빛부동산’ 이현주씨는 “지난해까지 엄청난 문의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현재는 폐업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잠실 1·2·3 단지가 모두 재개발 사업을 진행, 혹은 진행 준비중인 잠실에서는 최근 지난해 일대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의 곡소리가 끊일 줄 모른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재개발 광풍을 타고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빚까지 내며 이 잠실일대 분양권을 받았지만, 당초 예상했던 프리미엄은커녕 싼값에 나온 매물조차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 시작된 재개발 조합 전면수사방침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뚝 끊겼고, 뒤이어 재개발 조합승인을 건교부와 해당구청에서 미루는 제스처를 취해 문의전화조차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공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또 엄청난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게 잠실 일대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시각이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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