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가는 ‘몸집 줄이기’ ‘적자회사’가 ‘흑자회사’를 인수?
거꾸로가는 ‘몸집 줄이기’ ‘적자회사’가 ‘흑자회사’를 인수?
  • 김재윤 
  • 입력 2005-05-11 09:00
  • 승인 2005.05.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웅렬 (주)코오롱 회장이 ‘구조조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자사 직원의 4,000억원 횡령사건,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모럴헤저드’라는 비판을 받고 주춤하던 이회장이 ‘턴어라운드 2005’를 선언하고 코오롱 회생을 위해 다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것이다.이회장이 단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임원감축을 시작으로 비업무용 자산의 매각, 계열사 통폐합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계열사 통폐합 과정. 코오롱은 최근 4개 계열사를 합병했다. 계열사 인수합병에 대한 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그룹의 생존과 재기의 기틀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이었다.

코오롱관계자에 따르면 합병일자는 오는 6월 1일로 경쟁력 있는 주력 계열사만 남기고 수익성이 적거나 사업 영역이 중복되는 계열사는 정리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알려졌다.인수합병 주체인 코오롱글로텍은 지난 99년 설립된 회사로 자동차시트와 매트 등 자동차 소재와 인조잔디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그런데, 합병대상인 HBC코오롱(865억원), 코오롱개발(29억원), 코오롱스포렉스(5억원), 코오롱TTA(7억원) 4개 계열사는 지난해 모두 흑자를 기록한 ‘우량 계열사’인데 반해, 코오롱글로텍은 지난해 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본 적자계열사다. 적자투성이인 코오롱글로텍이 흑자계열사들을 인수합병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적자계열사가 통폐합되어 흑자계열사로 합병되는 그간의 구조조정의 경우를 감안한다면 코오롱은 정반대로 계열사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또, 코오롱글로텍은 섬유중심 사업군이기 때문에 ‘돈 안되는’ 섬유산업을 정리하고 화학 및 제조, 건설, 패션을 축으로 계열사를 정비한다는 그룹방침에도 맞지 않는다. 실제로 코오롱은 나일론 및 폴리에스테르 생산설비 일부를 철거하기도 했다.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업무특성상 HBC코오롱과 코오롱TTA는 같은 사업군이고, 인조잔디를 생산하는만큼 코오롱스포렉스나 코오롱개발도 ‘스포츠레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합병주체가 된 것”이라며 “코오롱글로텍의 당기순손실은 86억원이지만 지난해 3,45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인조잔디가 세계 정상을 다툴 정도로 경쟁력이 있어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전망이 좋은 계열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웅렬 회장을 비롯 (주)코오롱이 코오롱글로텍의 지분을 60% 가까이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코오롱글로텍을 살려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직원의 공금횡령 등 연이은 사건으로 도덕적 상처를 입은 (주)코오롱. 지난해 86억원의 손실을 냈던 코오롱글로텍이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 계열사로 거듭나 신뢰를 회복할지, 완전히 무너질지 주목된다.

김재윤  yoonihoora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