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1 ‘몰카’ 설치 배후 있나
그동안 경영진측에서 노동조합사무실 등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몰카사건의 경우 부하직원이 상사의 동의없이 설치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몰카를 설치한 전 상무는 그동안 리처드 행장의 깊은 신뢰를 받아왔던 인물”이라면서 “은행 전체가 이번 몰카 사건의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전 상무는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구조조정 업무를 훌륭하게 이뤄내 리처드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승진자가 된 케이스. 그만큼 리처드 행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행장실을 감시하기 위한 몰래카메라를 직접 설치했다는 점에서 이번 몰카사건의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조측에서도 이 같은 점을 감안, ‘음모설’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몰카사건의 배경에 대해 외환은행 내부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고 있는 주장은 팰컨 이사장과 웨커 행장 간의 ‘주도권 경쟁’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론스타는 예정된 외환은행 지분 보호예수기간이 풀리는 오는 10월 외환은행을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론스타 체제 이후를 내다본 이사회와 경영진과의 주도권 경쟁이 은행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금융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전용준 상무는 팰컨 이사장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전 상무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 팰컨 이사장과 함께 외환은행에 영입됐으며, 두 차례나 내부승진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팰컨 이사장에 우호적인 인사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팰컨 이사장과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임 웨커 행장의 발목을 잡기 위해 전 상무가 몰카를 설치한 것 아니냐는 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권력암투가 벌어진다는 금융계의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김지성 위원장)는 “전 상무가 밝힌 내용만으로는 몰카 설치의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며 “다른 요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론스타 체제 이후를 대비한 대주주측과 경영진의 권력 암투가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이사회와 친분이 있는 경영진들이 웨커 행장 부임이후 대거 사임한 점을 감안할 때 팰컨 이사장과 웨커 행장의 내부 알력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의문2 경영주도권 경쟁 산물인가
전 상무의 ‘몰카설치’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주장도 있다. 웨커 행장과 소원한 사이인 전 상무가 차기 행장을 놓고 웨커 행장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몰카를 설치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론스타에 의해 영입된 전 상무는 웨커 행장 이후 차기 외환은행장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로 웨커 행장과도 상당히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지부 관계자들은 “웨커 행장은 전 상무를 신뢰하고 있을지 몰라도, 전 상무는 웨커 행장에게 감정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전 상무가 지난해 5월 외환은행 조직개편 당시 노조와의 협의과정에서 ‘정보시스템부 이전’ 문제를 거론했는데, 리처드 행장이 ‘분사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 이로 인해 전 상무의 위상이 한동안 심하게 무시당했다.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게 노조측의 분석이다.
외환은행은 그러나 “웨커 행장과 전 상무는 돈독한 관계로 가까운 사이”라며 “지난해 조직개편에 대한 시각차는 있었지만, 경영상의 문제로 개인적 친분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는 은행측에 사실관계를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외환은행지부는 3일 성명서를 통해 “외환은행이 이번 사건으로 추잡한 비리의 복마전으로 의심을 받게 됐다”며 “은행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모든 진실을 전 직원 앞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외환은행은 “몰카를 설치한 전 상무는 현재 직위해제를 당한 상태로 곧 면직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몰카 설치에 대한 배경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경쟁은행들이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해 ‘은행대전’을 펼치는 시점에 사내에 이런 문제가 터져 곤혹스럽다”면서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경쟁은행들에 의해 리딩뱅크에서 도태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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