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루이비통의 내부 인테리어 비용을 우리측에서 일정부분 부담해야 하는데 워낙 금액이 크다보니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이비통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 중 롯데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절반인 25억원. 에비뉴엘의 빌딩 리뉴얼 비용이 총 600억원대고 입점 업체가 100여 개에 기타 부대시설이 많이 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루이비통에 들어가는 금액이 상당히 큰 부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루이비통은 현재 내부 공사 중이다. 3월 개장한 애비뉴엘과는 달리 매장 오픈을 자사기준인 5월로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롯데백화점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돈은 돈대로 들였으면서, 입점 시기 하나 맘대로 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는 롯데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에도 갤러리아백화점과 입점시기 및 외관디자인을 두고 상당기간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었다. 명품매출은 백화점 매출그렇다면 대형 매장을 가진 유통업체들이 왜 명품 브랜드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 오는 ‘큰손 고객’들은 대부분 명품관을 찾는다”면서 “명품관 매출이 곧 백화점 매출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명품업체들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할 유통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 매출의 상당부분은 명품에서 창출된다. 명품 자체가 워낙 고가라는 점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명품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명품브랜드의 파워는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마케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30대에서 명품 소비가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적어도 한개 이상의 명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박성목 연구원은 “과거 일부계층만이 갖던 명품을 적어도 하나 이상을 구입함으로써 자신도 그 계층에 편입됐다는 ‘워너비 현상’이 대중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02년 이후 본격화된 ‘유통명가’ 쟁탈전도 명품업체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데 일조를 했다는 지적이다. 입점명품업체들의 매출이 백화점매출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유통명가’를 노리는 백화점업체들이 명품관들에 상당한 양보를 했고, 이것이 바로 명품업체들의 콧대를 높여준 격이 됐다는 것이다. 내수불황 역시 백화점들의 입지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2~3년간 계속된 내수불황은 백화점업계의 매출하락과 경영악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대박을 내고 있는 곳들이 모두 명품업체들이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이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투자신탁의 박형석 연구원은 이에 대해 “백화점 업계 내에서 명품업체들의 전횡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매출과 곧바로 연결되는 곳 또한 명품관이기 때문에 백화점들이 끌려 다니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이어 “혹시라도 좋지 않은 소리가 명품업체들에 들어갈 경우 자존심 높은 이들 브랜드가 매장 철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쉬쉬’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입점 안할라” 쉬쉬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루이비통과 마찰을 겪었던 롯데와 한화에서도 분명하게 느껴진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테리어 비용건에 대해 “루이비통의 일방적인 요구는 아니다”면서 “자존심 강한 세계적인 브랜드란 점에서 다른 매장들보다 더 신경을 썼고, 이것이 높은 인테리어 비용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당시 루이비통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루이비통은 갤러리아백화점의 상징이 됐다”고 말을 돌렸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백화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대목은 명품업체들의 ‘입점 기피’와 ‘매장 철수’”라며 “입점매장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도 ‘럭셔리’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명품점들에 대한 백화점의 편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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