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속에 북한이 다양한 외화벌이로 경제 재건을 꾀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71호 때문에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수출과 금수 품목의 수송‧환적도 금지 당한 상태다. 유엔과 별도로 미국에서는 더욱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북한은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 3000여 명, 동상‧회화 등 작품 활동
외국 언론 “매스게임 기간 연장해 관광 수익 더 얻으려 한다”
최근 정치권은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들어온 일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정부가 진작 북한산 석탄의 국내 유입 사실을 알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오히려 묵인‧방조한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경제 재건을 위해 석탄 등 광물이 아닌 미술품 등을 비롯해 관광상품 팔기에 나선 정황이 해외 언론에 포착됐다.
北 예술가 작품
1억 원 넘는 가격 거래도
외교 전문 온라인 매체 디플로매트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북한이 여전히 예술품을 이용한 외화벌이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예술품 외화벌이의 주요 창구인 ‘만수대창작사’ 중국 베이징 지부는 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798 예술구’에 자리 잡고 있다.
1959년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술 창작 단체다. 약 1000여 명의 예술가와 3000여명의 종사자들이 이곳에 모여 대형 동상, 조각, 회화 등에 걸친 미술 전 분야의 창작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외국 문화와의 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2016년 만수대창작사 베이징 지부를 설립했다. 현재 이곳은 그림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미술품을 판매하며 북한 예술품 수집가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만수대창작사 베이징 지부에 소속된 북한 화가들은 단순한 회화 판매에서 나아가 직접 고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의 경우 일반적으로 500달러(약 55만 원)에 팔리고 있으며 유명 화가의 작품은 1600달러(약 178만 원)에 달한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만수대창작사 베이징 지부의 예술품을 구매할 수 있다. 북한은 매일 오후 9시까지 홈페이지 고객센터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해외 구매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이와 같은 공식적인 통로 외에도 예술품 수출 창구를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정부에서 파견된 공식 무역상들은 북한에서 고급 미술품을 가져와 중국에서 독점 미술 전시회를 여는 방식으로 외화를 벌고 있다. 전시회의 일부 미술품들은 15만 달러(약 1억17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북한 예술품에 대한 수요는 폐쇄적인 북한사회에 대한 호기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보리는 2018년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발효하며 만수대창작사의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올해 4월에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옥류 미술관의 북한 미술품 거래와 관련해 제재 위반 가능성을 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술품 판매 제재의 효과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의 지난 7월 보고에 따르면 느슨한 감시로 인해 해당 제재안이 북한의 중국 내 예술품 판매에 미친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디플로매트는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예술품을 팔아 약 1억6000만 달러(약 1781억 원)에 달하는 외화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9.9절 매스게임 상품
1회에 약 3억 원 수입
북한이 9월 9일(9.9절)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초대형 군사퍼레이드와 매스 게임 등 많은 자축행사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관련 행사들이 오는 10월 10일까지 이어지며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북한뉴스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한 전문여행사 고려 투어스를 인용해 9.9절 매스게임 기간이 당초 9월 30일까지에서 10월 10일로 연장됐다고 보도했다.
고려 투어스의 책임자인 사이먼 코커렐은 북한 측 파트너사로부터 전날 이와 같은 통보를 받았다고 NK뉴스에 밝혔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9.9절 행사가 9월 말까지 개최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려 투어스는 유럽과 중국 관광객들에게 북한 관광 및 9.9절 행사와 관련된 각종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코커렐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국가적 행사 기간에 주당 4차례의 매스 게임을 벌이곤 했다.
1회 매스게임을 할 때마다 북한은 25만5000유로(약 3억 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좌석은 약 1520석으로, 4회를 구경하는 묶음 티켓 값이 1인당 100~800유로로 책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5년 만에 처음 여는 대규모 매스게임을 통해 외화벌이에 적극 나서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NK뉴스는 북한이 매스 게임 기간을 연장해 약 150만 유로(약 19억 5000만 원)를 더 벌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티켓이 완판될지는 미지수다.
백두산에서 캠핑하는 모습 <뉴시스>
백두산 트레킹‧캠핑도
체제선전 X 자유여행 O
북한은 9.9절 관광상품 외에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백두산 트레킹‧캠핑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의 등반가 로저 셰퍼드는 백두산에서 캠핑과 트레킹을 하는 외국인들을 이끌고 지난달 18일 첫 트레킹에 나섰다.
백두산은 북한 사람들에게 집권 김정은 일가와의 연관성으로 숭배의 대상이며 북한 혁명의 정신적 성지로 간주되고 있다. 북한인들에게는 인기 높은 관광지이며 중국인들은 물론 일부 외국인들에게도 백두산 천지를 오르는 관광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셰퍼드는 남북한의 많은 산들을 등반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최초로 외국 관광객들을 이끌고 백두산 캠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도록 북한 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이 일제에 맞서 게릴라 활동을 벌였던 비밀 기지 몇몇이 백두산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이 이번 캠핑 허가의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셰퍼드가 이끄는 외국 관광객 단체는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겪어야 했던 정형화된 체제 선전을 듣지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셰퍼드는 백두산행에 노르웨이 남성 2명과 호주 여성 2명 등으로 구성된 여행객들을 이끌고 닷새 일정의 백두산 트레킹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