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오너 즉 회장이나 정치인, 고위 관료 등 특권층이 뜨면 일반 회원의 출입이 통제되기도 하고 라운딩 시간이 몇 시간씩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또 회사 오너나 고위관계자들이 선 예약을 잡아놓는 경우도 빈번해 매달 부킹이 제외되는 날이 많아 일반 회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수억원을 들여 회원권을 구입했는데 골프장 소유주라는 이유로 특별 예우를 받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인터넷 골프장 부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42) 사장의 말이다.그는 얼마 전까지 모그룹 소유의 골프장 회원 관리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인터넷 부킹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최 사장는 “일단 부킹이 이뤄지면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렵게 부킹이 되더라도 골프장측에서 전화가 와 라운딩 일정을 미루는 일도 발생한다”며 “특히 성수기에는 라운딩 도중 골프장 오너를 비롯한 고위관계자들이 예약도 없이 불시에 골프장을 찾는 경우도 있어 회원들이 라운딩 도중에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인터넷 예약이나 전화예약은 골프장측에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누가 사회적으로 지휘가 높은가에 따라 같은 회원권을 갖고도 부킹여부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이처럼 대기업 소유의 유명골프장에서는 일반 퍼블릭(대중) 골프장과 달리 특권층에 대한 부킹 특혜로 일반 회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또한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프로골퍼 등에 대해 부킹 혜택이나 이용료 할인 등 특별 예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어 지난해 일부 골프장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이러한 특혜부킹 등에 대해 세금포탈을 적용,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지난해 말 임시이사회를 거쳐 ‘특권층에 대한 예우를 백지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협회는 “오는 3월 정기총회에서 ‘특권층에 대한 예우를 백지화하는 방안’을 확정할 것” 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160개 골프장에 보냈다.한국골프장경영협회측은 “현재 일부 골프장에서 협회 공문을 붙여놓고 특권층에 대한 예우 요구를 거절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재계와 골프 업계에서는 협회가 160개 회원골프장에 공문까지 보내며 세금포탈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을 피하기 위해 특권층에 대한 예우를 백지화하겠다고 하지만 성수기나 주말에는 ‘특권층 예우’ 관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곤지암 소재 A골프장 한 관계자는 “실제로 협회의 의지대로 특권층에 대한 예우를 백지화한 곳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 소유의 골프장에서는 지난해까지 기업 최고경영자나 고위관계자들의 비즈니스 접대성 부킹 등이 아직까지 빈번하게 이뤄져 일반 회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도 일반 회원들의 불만사항이 전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소유의 골프장은 기업 비즈니스 차원에서 ‘로비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일부 재벌그룹 소유의 골프장에서는 협회의 협조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골프장 부킹 업체 한 관계자는 “지역별 주요 골프장 오너 27명으로 구성된 협회 이사회가 뜻을 모아 특권층의 예우를 백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그들은 자기네 골프장을 활용해 노골적으로 부킹특혜 등을 계속하고 있다”며 “기업 총수나 임원 등에 의해 매달 선예약건이 평일에는 30%, 주말에는 80%가 넘는다는 것은 이미 골퍼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이야기”라고 꼬집었다.그는 또 “대중 골프장에서도 예약 상황을 부킹관리자가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한데 재벌그룹 소유의 골프장에서는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들이 예약도 없이 골프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상황에 따라 부킹 일정이변경된다”며 “어떤 회원은 실제로 수억원을 들여 회원권을 사고도 1년에 고작 몇 차례만 필드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장경영협회는 오는 3월 정기 총회에서 특권층에 대한 예우를 전면 백지화하자는 의견이 확정되면 전국 골프장에 특혜부킹 등이 차츰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협회 관계자는 “정치인, 프로골퍼, 주니어골퍼 등에 대한 예우가 세금포탈 문제로 불거지면서 과징금을 물리게 했기 때문에 대부분 골프장에서 특권층에 대한 예우를 백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현재 적지 않은 골프장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mostev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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