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이제부터 ‘모종의 역할’한다
황태자, 이제부터 ‘모종의 역할’한다
  • 정하성 
  • 입력 2005-01-12 09:00
  • 승인 2005.01.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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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정기 인사’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삼성 ‘로열 패밀리’들의 ‘승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 황태자’이재용씨의 향후 거취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삼성가 로열패밀리’들이 대거 승진할 경우, ‘혈연에 의한 특혜’라는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삼성은 지난해 경기 불황 및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인사철’을 맞은 삼성 임원진들의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임원진의 대폭적인 물갈이 등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삼성의 인사의 초미의 관심사는 ‘황태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승진여부다. 이 상무는 지난 2001년 해외유학 후 삼성전자 상무보로 발탁된 뒤 2003년 상무로 전격 승진하며, 경영일선에 참여하기 시작했다.이번 인사에서도 이 상무가 승진은 물론,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로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상무는 지난해 6월말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의 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이 상무는 그동안 경영활동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의결권을 갖고 실제 이사회 등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S-LCD에서 처음 등기 이사로 활동함으로써, 재계에선 이 상무가 올해 본격적인 경영 승계에 나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 상무는 지난해 탕정 LCD단지와 구미 공장 방문,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및 동유럽 공장 방문 등 이회장의 공식 일정을 대부분 수행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며 “조만간 전자계열사의 CEO로서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재계 관계자는 또“이건희 회장이 삼성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선 뒤 대외활동에 치중하고, 이 상무가 일정 지분을 갖고 삼성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그간 이 회장은 나이와 건강 등을 이유로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다. 이 회장은 “환갑 이후에나 대외활동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지난 99년 폐암 진단을 받고 난 후에는 건강을 이유로 ‘삼성 경영’외의 활동을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 회장이 지난 2002년 환갑을 넘겼고 건강이 양호해지는 등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따라서‘이 회장의 전경련 회장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될 경우, 이 상무가 승진과 함께 삼성 계열사 대표로 전격 발탁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따라서 이 상무가 삼성 계열사의 CEO로 승진할 것이란 얘기는 소문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 상무가 2년간 상무로 재직했고, 경영능력도 검증된 만큼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로 옮기지 않겠느냐”고 밝혔다.이와 함께 이 상무외의 삼성가 로얄열패밀리들의 승진여부도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보와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의 승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상무보는 지난 2001년 8월 신라호텔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 상무보에 대해 호텔신라측은 “호텔 경영인으로서 국제적인 감각과 자질을 갖췄다”며 이 상무보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서현 부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현대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지난해 승진에서 누락되면서 이번 인사에서 승진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서현씨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의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간에서는 이들 부부가 제일모직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이처럼‘삼성가 로열패밀리’들의 승진 등 약진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혈연에 얽힌 특혜”라며 형평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삼성가 로열패밀리들의 약진이 삼성그룹의 후계구도와 맞물린 것이 아니겠느냐”며 “향후 이들의 회사내 영향력 행사와 지분이동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은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측은 “이재용 상무 등은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고, 관련분야를 전공하는 등 우수한 인재들”이라는 입장이다.

정하성  haha70@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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