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12월 현대백화점을 잘 이끌어오던 전문경영인 이병규 사장이 고문으로 밀려나고 정몽근 회장의 장남이 부회장으로 등극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승계가 본격화됐다.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의지하던 정 회장이 당시 우수한 실적을 내던 최고경영자를 밀어내면서 현대백화점 내부에서는 ‘오너 일가의 일방적인 인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이러한 정 부회장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정 회장은 지난해 부인 우경숙 현대백화점 고문과 외삼촌 등 친인척들까지도 현대백화점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는 후문이다.이후 정 회장은 지속적인 대규모 증여를 통해 정 부회장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2월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주식 11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한 이후 현대백화점 지분 67만주(3.02%)를 정 부회장에게 증여했다.또 한달 뒤인 지난해 3월에도 22만주(1%)를 증여한데 이어 정지선 부회장에게 증여한 한무쇼핑 주식 13만주 가량을 정 부회장으로부터 24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2003년 1월부터 현대백화점의 바통을 이어 받은 정 부회장은 승진 직후 정 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약 4% 가량의 지분을 물려받은 것.이후 정 회장은 지난 10월 현대백화점 보유지분 중 4.3%를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지네트에 매각한데 이어 최근 현대백화점 보유지분 9.58%를 정 부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정 부회장이 사실상 현대백화점의 오너로 등극했다.
지난해까지 23.48%에 달하던 정 회장의 지분은 현재 4.97%로 줄어든 상황이다.정 회장은 또 지난 11월 현대백화점H&S 주식 56만주를 차남인 정교선(30) 경영관리팀 부장에게 증여하기도 했다.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대규모 주식 증여는 경영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예전부터 후계구도를 위한 준비를 해온 만큼 경영승계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
정 회장의 대규모 증여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의 초고속 경영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유학 2년을 포함해 7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지만 아직 어린 나이기 때문에 현대백화점 오너로서의 자질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 회장이 경영승계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내릴 수 없지만 경영승계가 30대 초반의 장남에게 급속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S증권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증명된 바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정 회장이 주요 경영 현안은 직접 챙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 부회장은 지난 97년 25살의 나이로 현대백화점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2년 동안 미국 유학을 거쳐 2000년에 기획실 차장으로 승진했다.이후 2001년 1월 기획실장으로 승진했고, 2002년 1월 부사장에 이어 2002년 12월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의 총수로 등극했다.
현대백화점 ‘셔틀버스 운행’특혜 의혹
서울시 유독 현대에만 허가현대백화점이 셔틀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됐는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지난 2001년 6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됐으나 서울시가 현대백화점에 대해서만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서울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이후 12일 만에 현대백화점의 셔틀버스 운행을 허가한 것.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만 유일하게 3년 이상 셔틀버스를 운행해오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현대백화점의 셔틀버스 운행 허가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예외조항에 속한다”며 “오히려 셔틀버스를 중단하니 백화점으로 자가용을 끌고와 주변의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서울시는 지난 2001년부터 2002년까지 현대백화점에 대해 총 5대의 셔틀버스 운행 허가를 내줬다.하지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경우 지하철역이 있고 백화점 앞 도로에는 시내버스 노선이 있어 헌법재판소의 예외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이다.서울시가 현대백화점에 대해 법 예외 조항이라며 셔틀버스 운행 허가를 내주면서 특혜 시비와 함께 타 백화점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민 mostev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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