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업체 라이벌, 밥그릇 놓고 ‘맞장’
경비업체 라이벌, 밥그릇 놓고 ‘맞장’
  • 김재윤 
  • 입력 2004-12-13 09:00
  • 승인 2004.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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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우만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경비업체 선정을 놓고 ‘에스원’ 과 ‘캡스’ 간의 폭력사태가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주민동의를 이유로 아파트 단지 내 경비업무를 따내려는 에스원측과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무효라는 캡스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캡스는 에스원과 입주자 대표회의에 소송을 거는 등 시비는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스측은 지난 7월 아파트 준공과 동시에 월드건설측과 1년간 경비 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경비 엄무를 담당해왔다. 캡스측은 “주택법상 관리주체인 월드건설은 물론, 주민들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총 1,748세대 중 1,592세대와도 개별 계약을 체결했다” 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월 5일에 일어났다. 월드메르디앙 입주자 대표회의가 캡스측에 경비시스템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캡스의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 단가도 낮추고 상주인원도 늘려주겠다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에스원으로 경비업체를 바꾸겠다”고 언급하며 “주민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 이라며 캡스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그러나 캡스측은 “아직 계약기간이 8개월이나 남았는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은 무효” 라며 맞섰다.급기야 지난 11월 30일, 입주자 대표회의와 에스원측 직원들은 아파트 단지 내 캡스 사무실에 침입, 캡스측 직원들을 단지 밖으로 끌어내려고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캡스측 경비원 4명이 부상당하는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캡스측은 에스원과 입주자 대표회의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것이다. 캡스측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캡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과정이 의심스럽다” 고 지적하며 “몇몇 입주자 대표들이 캡스 비방여론을 조성한 후 가가호호 돌아다니면서 주민동의서를 받았다. 입주민 공개투표와 같이 공정한 절차가 아닌 여론몰이에 의한 결과” 라고 주장했다.한편 캡스측은 계약방식에도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입주자 대표회의 중 일부사람들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에스원과 가계약을 체결한 후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해왔다는 것이다. 한편 에스원측은 입주자 대표회의와의 유착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에스원측은 “주민유착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입주민들 중 80% 정도가 업체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캡스측은 주민들이 왜 경비업체를 바꾸려 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 이라고 반박하며 “그동안 자전거 도난 사건이나 CCTV 작동 문제 등 캡스측의 근무태도에 대해 입주자들의 불만이 매우 높았다” 고 주장했다. 에스원측 관계자는 계약과 관련해서도 “법률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의거한 아파트 단지 공용 부분의 유지, 보수 관리에 대한 사항은 입주자 대표회의에 있다” 고 말했다. 에스원측은 경비업계 ‘밥그릇 뺏기’ 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에스원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우리가 주체가 아니다. 입주자들이 먼저 원해서 계약하려 했다가 우리가 사건에 말려든 것이다” 라고 항변하며 “계약건 하나 따내려고 동업자 정신을 저버릴 생각은 없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이미지만 나빠지게 됐다. 우리도 피해자” 라며 이번 싸움에서 빠지고 싶은 의향을 내비쳤다.

한편, 캡스측은 “상황실을 무단 점거한 것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법률적 책임을 물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캡스측은 수원지방검찰청에 에스원측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주자 대표회의측을 업무방해금지와 계약이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에스원측과 입주자 대표회의는 아파트 단지 내 캡스 상황실을 폐쇄하고 지키고 있다. 하지만, 캡스측 경비원들이 여전히 아파트 외곽 경계근무를 서며 퇴거를 거부해 마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경비업체 늑장출동 빈번
‘25분이내 도착’ 관련법 조항 악용


일부 경비업체의 ‘얌체행각’이 치안공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경찰서 상황실에 따르면 “경비업체 가입자가 비상벨을 누를 경우 경비업체 직원들이 즉각 출동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신고를 받은 경찰은 통상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지만 경비업체 직원들은 상황이 종료된 뒤에야 현장에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서울 강남지역 한 지구대의 경찰은 “일주일에 4~5번은 경비업체 직원들로부터 범죄신고가 접수된다” 며 “현장에 출동해 보면 경비업체 직원이 나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고 말했다.

이처럼 경비업체들이 즉각 출동하지 않는 이유는 현행 경비업법 시행령 7조 때문이다. 경비업법 7조에는 “경비업체는 경보를 수신한 때로부터 늦어도 2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 규정되어 있다. 25분 이내에만 현장에 도착하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늑장출동이 빈번한 것이다. 경찰청의 방범 담당 관계자는 “아예 경찰에만 신고하고 출동하지 않는 경비업체들도 있다. 배상액 등 손익관계를 따져 현장에 출동한다면 경비업체라 할 수 있겠느냐” 고 말하며 “경비업체들이 책임을 다하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직원들에 대한 소양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재윤  yoonihoora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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