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행장은 종전 9개 사업그룹을 15개 사업 그룹으로 확대 및 전문화하는 한편 여신관리 그룹과 자금시장그룹을 신설하는 등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개편과 함께 단행된 지난 11월 8일 경영진 인사에서 김동원 매경 논설위원, 최동수 삼성증권 상무, 최영한 전 도이치은행 자금본부 총괄, 구안숙 전 교보생명 상무, 오용국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외부 영입됐고, 내부에서는 김정민 검사총괄팀장, 양남식 서여의도 법인영업부장이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또 11월 11일에도 개인영업지원 담당 부행장에 원효성 전 한미은행 상무를, 재무관리 담당 부행장에 신현갑 전 외환카드 부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강 행장은 “취임인사를 서둘러 마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강행군하는 이유는 조직을 조기에 재정비하여 ‘은행들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함이며 한시도 낭비할 여유가 없다”며 “새롭게 재편된 경영진을 중심으로 조직이 속히 안정되고 활력있는 업무추진이 이뤄지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업무분담과 전문성 강화 및 ‘강 행장 친정체제 구축’등으로 요약된다”는 반응이다.즉 “불법 회계처리 문제로 불명예 퇴진한 김정태 전행장 체제와 단절함으로써 강 행장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김 전행장측 인사로 분류되는 ‘맥킨지컨설팅’출신 임원들이 대거 퇴진했다. 김 전행장은 주택은행장 시절부터 조직혁신을 위해 자문을 받으면서 ‘맥킨지컨설팅’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리고 김 전행장은 통합 국민은행 출범 이후에도 맥킨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 중용해왔다.하지만 강 행장 체제로의 전환 이후, 맥킨지 출신의 이중락 기업금융 부행장이 퇴직했다. 또 맥킨지 출신인 L전략기획팀장, L마케팅 팀장도 각각 자리를 떠났다.특히 이들 인사들의 공백을 ‘강정원 사단’이 메워가고 있다. 강 행장은 자기가 한때 근무했던 외국계 은행과 서울은행 출신 인사들을 이번에 대거 영입했다. 강 행장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후 씨티은행에 79년 입사, 83년까지 근무한 바 있다. 또 도이치뱅크 한국대표, 서울은행장을 역임했다. 이중락 전부행장 대신 기용된 오용국 기업담당 부행장의 경우 씨티은행 출신이다. 오 부행장은 강 행장과 함께 씨티은행에 근무한 바 있으며, 씨티은행 기업금융본부장을 역임했다. 구안숙 PB자산운용 담당 부행장도 씨티은행 출신으로 ‘강정원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외에 씨티은행 출신으로 원효성 개인영업지원그룹 부행장과 신현갑 재무관리그룹 담당 부행장 등도 영입됐다. 이로써 씨티은행 출신 부행장 4명이 외부 인사로 영입된 셈이다.여기에 자금시장그룹을 책임진 최영한 부행장도 강 행장이 일했던 BTC 서울지점과 도이치뱅크 서울지점 출신이다. 이와 함께 최동수 여신관리그룹 부행장과 김동원 전략그룹 부회장도 강 행장의 서울은행장 시절에 각각 여신담당 부행장과 사이외사로 같이 근무한 바 있다.이처럼 전략, 여신관리, 자금관리, 기업금융, 자산운용 등 핵심 부행장직에 ‘강정원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 강 행장의 친정체제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종전 부행장급 임원 9명중에서 6명이 유임되고 2명이 내부 승진했다. 이중 내부승진 케이스로 발탁된 김정민 인사담당 부행장이 눈길을 끈다. 김 부행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 일선 지점장과 검사팀장을 거쳐 부행장까지 올라온 인물이다. 김 부행장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대선 비자금 사건과 관련, 문제가 된 썬앤문 그룹 사건으로 당시 특검팀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무혐의’처분을 받은 바 있다.국민은행 관계자는 “부행장 인사와 조직개편은 은행규모 에 걸맞게 확대재편한 것으로, 전문성, 현장성 제고 및 책임경영제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부행장 인사와 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 행장 - 노조 ‘불안한 동거’
내년 구조조정 과정서 갈등 불가피할듯강정원 국민은행장과 노조와의 ‘밀월’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박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강 행장과 노조간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강 행장은 조직개편에 이어 국민은행의 최대 난제였던 노조통합을 이뤄냈다. 그간 국민은행노조는 옛 국민은행·주택은·국민카드 등 3개 지부로 나눠져 있었다. 전임 김 행장도 노조 통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바 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하지만 강 행장은 지난 11월 10일 3개 지부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조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합의에 의해 3개 지부는 최근 총회를 갖고 90%이상 찬성으로 통합작업이 진행중이다. 또 노조위원장 등 노조 임원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그리고 선거 등의 일정이 끝난 후 내년 1월부터 단일노조로 출범하게 된다.
강 행장은 이와 관련, “조직통합의 발판을 마련한 노조의 결단에 감사하며 이를 계기로 조직내 갈등요인을 해결하고 전 직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리딩뱅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나감으로써, 고객과 국민의 은행으로 거듭나자”라고 밝혔다.하지만 강 행장과 통합노조 간 ‘밀월’이 조만간 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의 최대 문제점은 비효율적인 내부 인적 구조”라며 “이에 따라 내년 인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 행장과 통합 노조간 갈등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강 행장과 노조가 그간 대화와 타협으로현안을 해결해왔다”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정하성 haha70@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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