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어게인 강북 1970’ 박원순표 강북 우선 투자 전략 살펴보기
[심층분석] ‘어게인 강북 1970’ 박원순표 강북 우선 투자 전략 살펴보기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8-08-24 20:25
  • 승인 2018.08.24 20:25
  • 호수 1269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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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여의도 이어 강북까지, 실현 가능성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원순 시장이 지난 19일 약 한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서울의 고질적 현안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취임 이래 최대 규모의 재정 투입을 기반으로 한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강북구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환영 의사를 내비쳤지만 일각에서는 개발 쏠림 현상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박 시장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 만들겠다”
최대 규모 재원이 강북지역에 투입된다는데, 재원은? 


박원순 시장은 삼양동 옥탑방 퇴거 날 오후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약 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정책 구상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는 주민들 외에 박용진, 김성환 등 강북 지역 국회의원과 박겸수 강북구청장 등이 함께했다.

박 시장이 이날 밝힌 내용은 교통·도시계획·주거에 집중 투자해 낙후된 강북 지역의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하면서도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등으로 붕괴된 골목경제를 주민 중심 지역 선순환 경제로 부활시키는 게 골자다. 

박 시장은 “천하의 정치인은 세상 걱정 먼저 하고 세상이 기뻐한 후에 즐긴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 한자성어를 소개한 뒤 “정치는 고통받는 국민에게 가서 공감하고 경청하고 답을 찾는 것”이라며 “삶의 변화를 만들어드리기 위해 정치는 어디에 있어야 하나. 시민 삶의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삼양동에 왔다”고 한 달간의 삼양동 옥탑방 생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서울시는 박 시장이 발표한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 소요 재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시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도시철도와 빈 집 1000호 매입에만 수조 원 투입이 예상되는 만큼 박 시장 취임 이래 최대 규모 재원이 강북 지역에 투입되는 것은 확실시된다.
 
4개 철도 노선 
재정사업 전환


당초 민자사업으로 계획됐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추진이 지연됐던 도시철도 사업이 재정사업으로 전환된다. 면목선과 우이신설 연장선, 목동선, 난곡선 등 4개 노선이 대상이다. 시는 이같은 내용을 제2차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구축계획(올해말 발표 예정)에 반영한다. 2022년 이내 착공이 목표다.

오르막과 구릉지가 많아 기존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강북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경사형 모노레일, 곤돌라 등 새로운 유형의 교통수단을 도입한다. 2020년부터 각 5개 권역에 각 1개소씩, 2022년부터는 자치구별로 1개소 이상을 목표로 설치한다.

주차 공간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강북 지역 공공시설에 나눔카 우선주차구역 설치가 의무화된다. 시비 추가 지원으로 공영주차장이 확대되고 가로변 여유 공간이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빈 집 1000호 매입 
새 정비모델 도입


시는 강북 지역 저층 주거지의 72%를 차지하는 노후 주택과 인근 낙후된 주거 환경을 정비·재생한다. 

시는 장기 방치된 빈 집을 매입해 청년 중심 창업공간, 청년주택,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올해 마련된 관련법(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전 자치구 대상 실태조사를 실시해 지침을 마련하고 내년에 우선 400호를 매입한다. 2022년까지 모두 1000호를 매입해 청년·신혼주택 4000호를 공급한다.

주민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소규모 정비’가 활성화된다. 맹지나 부정형·과소필지 등 신축이 불가능한 지역은 재개발 외에 정비사업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각자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법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신축이 불가능해 쇠퇴가 심각한 지역에는 다양한 유형을 종합 활용한 ‘상생형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한다. 정비가 시급한 지역을 소규모로 정비해 집을 수리하고 주민공동시설을 제공한다. 시는 내년 우선추진대상지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후 주택을 고쳐서 다시 쓰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집수리를 활성화하고 주민 집수리 숙련공을 양성한다. 이를 위해 ‘3인1조의 컨설팅단(집수리 전문가+금융 전문가+마을건축사)’을 구성한다.

자신의 집을 보존하면서 개선하려는 주민에게 집 수리비를 지원하는 ‘서울형 가꿈주택’ 사업의 보조금액을 2배로 상향(최대 1000만원→2000만원)해 2022년까지 총 2000호를 추진한다. 상담을 제공하고 저렴한 이자로 융자하되 월세수입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을 도입한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선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


시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로 인해 무너진 골목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을 시도한다.

도시 재생이나 집수리 사업 등을 시행할 때 집수리 협동조합 등 강북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적경제 주체에 맡기는 방식이다. 돌봄, 주차장 공유, 재활용 등에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등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공사업 입찰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 수의계약 한도 개정을 추진한다. 

생활상권 프로젝트는 강북지역 소상점 경쟁력을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사업이다. 시는 종합 상담(상품 개선, 유망업종 전환 등)을 제공하고 상권 내 빈 점포를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공동 작업공간이나 만남의 장으로 조성한다.

2030 서울생활권계획과 연계한 상업지역 지정은 내년부터 가시화된다. 시는 상업지역 지정 가능 물량(총 134만㎡)을 동북권(44%, 59만㎡)과 서남권(30%, 40만㎡) 중심으로 배분 완료했다. 

교육·돌봄 사업 대학과 
연계, 공공기관 강북 이전도


서울 소재 대학교가 대부분 비 강남권(51개 중 49개)에 위치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대학과 주변 고등학교를 연계한 교육·진로 사업이 운영된다. 

캠퍼스타운 사업과 연계해 내년부터 4개 대학(고려대, 광운대, 세종대, 중앙대)에서 시범운영이 시작된다. 대학 교수진이 진로 상담을 해주거나 대학별 특화 분야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시는 내년부터 매년 30개 학교(2022년까지 총 120개교)에 스마트패드, 3D프린터 등 기기를 지원해 정보통신 기반 학습환경을 만든다. 매년 27개 초등학교(2022년까지 총 108개교)에 뮤지컬·음악 등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전용 교실을 설치한다. 체육관이 없는 동북권 29개 학교에는 2022년까지 체육관 설치를 완료한다.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전용공간인 권역별 예술교육센터가 2022년까지 11개소 조성된다. 강북지역에 청소년 문화·휴식공간을 2022년까지 20개소 추가로 건립한다. 2022년까지 비 강남권에 20개 구립도서관을 확충하고 서울도서관의 권역별 분관(5개)을 2025년까지 설치한다.

시는 신규 돌봄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집중한다는 원칙 아래 2022년까지 영유아 열린육아방 373개, 국공립어린이집 486개, 우리동네키움센터 357개를 각각 설치한다. 강북권에 어린이전문병원을 신설한다. 

이 밖에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이 추진된다. 강남 또는 도심권에 있는 기관을 강북 지역으로 옮겨 지역 발전 촉매제가 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강남권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시는 공공기관 이전 추진단을 가동해 이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상 기관을 확정해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올해 지역 간 공공시설 불균형 실태를 조사해 서울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평균기준을 담은 ‘서울형 균형발전기준선’을 선언하고 내년 예산 편성부터 적용한다. 

시는 1조 원 규모 균형발전특별회계(2019~2022)를 별도로 조성해 균형 발전 재원으로 활용한다. 지역균형발전 사령탑 역할을 할 균형발전담당관을 기획조정실 안에 내년 1월까지 신설한다.

이 밖에 박 시장이 1개월을 보낸 강북구 삼양동에서는 지역형 사업이 추진된다. 도시가스가 설치되지 않은 삼양동 내 건물 124개소, 주택 175세대에 연말까지 도시가스가 공급된다. 

장기간 중단된 우이동 유원지 사업(구 파인트리)이 정상화된다. 시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연내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시와 사업자, 자치구 등이 방안을 마련하고 여의치 않으면 시가 부분 인수해 시민 휴양소 등 용도로 공공개발할 방침이다.

시는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강북권역에 자재 수거 공간과 창고, 수선가게, 창업가게, 재활용 판매장, 폐지 중간 집하장소 등을 세울 계획이다.

시는 또 컨테이너와 자재로 적치된 빨래골 입구를 정비해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 우이령길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우이령길을 북한산 경관과 어우러지는 산책길로 조성한다.

강북 집값 끌어 올리기?
정부와 엇박자


박원순 시장 “지역균형발전은 제 임기 중에 완결 없는 진행형이다. 적어도 향후 4년간 강남북 균형 발전의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강남북 격차는 과거 70년대에 이뤄졌던 도시계획 정책 배려, 교통체계 구축, 학군제 시행, 대량주택공급 등 강남집중 개발에 기인한 것으로 특단의 결단과 투자, 혁명적인 정책 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강북 우선투자라는 균형발전정책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내실 있는 변화,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강남과 강북의 균형개발을 위한 정책이 결국은 ‘강북 집값 끌어 올리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이 집값 안정화에 나선 정부의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박 시장의 뜻대로 강북 지역 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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