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상봉’ 언제까지…상설 면회소 설치 가능성은?
‘로또 상봉’ 언제까지…상설 면회소 설치 가능성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8-08-24 20:22
  • 승인 2018.08.24 20:22
  • 호수 1269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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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2015년 20차 상봉 이후 3년여 만이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단 2박 3일간뿐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라온 세월이 수십 년이지만 가족 간의 만남은 72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현재 약 13만여 명의 이산가족 중 생존자는 약 5만7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이 4만9천명이 넘는다. 이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산가족 생존자 5만7920명, 이중 70세 이상이 86.2%
다양한 방안들…화상상봉, 상시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 


지난 6월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4층 강당에서는 ‘2018년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식’이 개최됐다. 상봉 행사에 참석할 우리 측 100명을 뽑기 위해 500명의 예비후보자를 뽑는 작업이다. 

이산가족이 5만7000여 명이니 예비후보자 추첨 경쟁률은 100대 1인 셈이다. 게다가 북측에 가족이 생존해 있어야 하니 현재 방식의 이산 상봉은 행운이 동반되지 않고는 사실상 이뤄질 수 없다. ‘로또 상봉’이라 불리는 이유다.

적십자사는 추첨에 앞서 예비후보자 수를 기존 300명에서 500명으로 늘렸다. 우리측과 북측 모두 이산가족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양측 모두 생존 확률이 점차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적십자사는 설명했다.

윤희수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이 “90세 이상을 50% 배정하고 직계가족에 가중치를 부과한다”며 선정 방식을 설명했지만 90세 이상이더라도 추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날도 현장에서는 예비후보자로도 뽑히지 못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이산가족들이 있었다.

추첨이 끝나자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5만7000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겨우 500명을 추첨한다. 5만7000여 이산가족의 한을 풀기에는 부족한 수”라며 “앞으로도 천천히 계속 노력해서 이번에 선정되지 않은 분들이 다음 기회에 다른 형식으로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상봉 확대 방안 실행해야”


이산가족들이 상봉을 시작한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화의에서 “헤어진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천추의 한을 안고 생을 마감하신 것은 남과 북의 정부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 사항”이라며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더 담대하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상봉 행사는 물론 전면적인 생사확인, 화상상봉, 상시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오래전에 남북 합의로 건설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건설취지 대로 상시 운영하고 상시 상봉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여야 모두 ‘찬성’


이산가족의 상시상봉, 화상상봉, 서신교환 등의 상봉 확대 방안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 돼 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는 더 이상 미룰 문제가 아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이산가족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등록된 이산가족은 13만1531명으로 나타났다. 생존자는 5만7920명이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이 4만9969명으로 86.2%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20차례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졌지만 상봉단 규모는 작은 편이었다. 그동안 4120가족(남측 2046가족·북측 2074가족), 1만9771명이 상봉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번에 남북 각각 100여 가구 규모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보다 10배 늘린 1000명씩 매년 만난다고 해도 약 50년이 걸린다. 수십 년간 고통의 세월을 겪은 이산가족들에게는 가혹한 시간이다. 하루빨리 상시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치권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등에 대해 오랜만에 한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자유한국당은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윤영석 수석대변인 이름으로 내보냈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6.25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비극 아래 작별인사도 못한 채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수십년을 실낱같은 기다림 속에 살아오셨을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이산가족을 위로했다. 

이어 “정부는 생사 확인이라도 하게 해 달라는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은 전쟁이 낳은 비극인 만큼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의 정치적, 군사적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정례화와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서신교환과 영상을 활용한 상봉 등의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지난 20일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함께 고령자 가족에 대해서는 자유왕래를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미 지난 6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앞으로 상봉행사 정례화를 비롯해 생사확인, 전화 및 서신 교환, 화상상봉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측은 이를 위해 국회 남북관계특별위원회 구성과 신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봉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벤트성이 아닌 수시상봉, 화상상봉, 서신교환, 상설 면회소 설치로 헤어진 가족이 원하면 언제든 만나고 연락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은 국제사회의 북한 제제와 상관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도 호의적인 만큼 수시 상봉 등 상설 면회소 설치 등의 문제를 다음 달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올려보는 건 어떨까.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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