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천덕꾸러기’ 된 한강 전망 카페…227억 원 공중에?
[현장취재] ‘천덕꾸러기’ 된 한강 전망 카페…227억 원 공중에?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08-24 19:30
  • 승인 2018.08.24 19:30
  • 호수 1269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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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곳 중 7곳 운영 안 해…입찰 공고 진행 중이지만 ‘글쎄’
한강대교에 위치한 한강 전망 카페 전경.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서울의 명소로 꼽히는 한강. 2008년 당시 서울시는 한강 방문객들에게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6개 한강다리에 한강 전망 카페를 만들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이중 운영되고 있는 카페는 한 곳도 없다.
 
초창기 희소성 있었지만 현재 카페 수 많아 장점 잃어
“지은 지 10년…2차 용도 재설정”…예전 명성 찾을 수 있을까


한강 전망 카페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2008년 당시 예산 227억 원을 투입해 지었지만 현재 그 활용도가 높지 않아서다.

총 6개의 다리(광진·동작·양화·잠실·한강·한남대교) 위에 만들어졌지만 현재 문화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광진교 8번가와 잠실 마루쉼터를 제외하고는 이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직접 한강 전망 카페를 찾았다. 기자가 찾은 곳은 한강대교에 있는 직녀·견우 카페다.
 
대교 위에 덩그러니
‘접근성 부족’이 문제

 
한강 전망 카페를 찾았던 날은 햇살이 온몸을 ‘파고 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더운 날이었지만, 찾아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한강 전망 카페들은 당초 ‘전망’을 최우선시 해 대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상당 시간을 걸어가야 하고,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동작대교를 제외하고는 주차장이 구비돼 있지 않다.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시내버스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한강 전망 카페 앞에 버스 정거장을 개설했다.

기자 역시 버스를 타고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체감상 버스 노선이 빙빙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버스에서 내리면 인근에 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거기엔 한강 전망 카페를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그 앞에 쌩뚱맞게 놓여 있는 큰 건물 하나가 바로 카페다. 그 모습은 마치 허허벌판에 홀로 놓인 ‘외로운 도토리’ 같았다.

눈을 돌려 건너편을 바라보면 비슷한 모양새의 건물이 한 채 더 있다. 한강대교의 경우 두 개의 카페가 마주보고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강대교에 있는 이 카페는 ‘견우와 직녀’라는 이름처럼 맞은편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기자가 먼저 들른 건 직녀 카페였다. 하지만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의 난관이 더 남았다.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것. 그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표시가 있었지만, 사람이 많을 경우 이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시민 A씨 역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일전에 한강 전망 카페를 한 번 다녀온 적 있다던 A씨는 “(가본 적은 있지만) 누가 한강 전망 카페 (한 군데) 가려고 여기까지 오겠느냐”며 “가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불편한 접근성은 한강 전망 카페들이 문을 닫게 된 직접적인 요인이다.

한강 전망 카페 사업을 관리하는 서울시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것을 지었을 당시인) 2008년에는 희소성이 있어서 접근이 힘들어도 시민들이나 관광 업체들이 많이 찾았다”면서도 “그 이후로 한강 주변에 전망 카페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그러자) 버스 말고는 접근이 어려운 이곳은 안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한강 인근에는 이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전망 카페들이 많이 들어선 상태다. 볼거리를 찾는다는 시민의 욕구가 다른 곳을 통해서도 채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 의하면 서울시한강본부사업 차원에서도 방송 프로그램 촬영지 제공, 버스 안내방송, 쿠폰제 시행, 경영자 교육 등 한강 전망 카페를 다시금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하지만 결국 접근성의 벽에 가로 막혔다고 토로했다.

외관을 둘러본 뒤 카페 내부를 보기 위해 들어간 계단 주변은 정돈이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입구 쪽에 놓인 박스에는 술병을 비롯한 여러 유리병들이 담겨 있었고, 계단 옆에는 카페를 운영하던 당시 꾸며 두었던 사진들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통유리문 사이로 비친 안쪽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영 당시 사용했던 의자나 테이블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세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직녀 카페를 둘러 본 뒤 반대쪽에 있는 견우 카페를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눈으로 보기에는 두 곳이 가까운 거리였지만, 쉽게 갈 수 없었다.

대교 위에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견우 카페를 가기 위해선 교차로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대략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 교차로에서도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한다. 그 뒤 다시 위로 올라와야 견우 카페에 다다를 수 있다.

견우 카페도 별반 다른 모습은 아니었다. 외형도 비슷했고, 관리 상태도 방치된 그대로였다.

당초 한강대교에 있는 이 두 카페는 ‘행복플러스가게’라고 해서 장애인복지정책과가 맡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소득이 없다는 것이 패착이었다.

이에 관해서도 서울시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장애인복지정책과가 맡아 운영했는데 소득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올해 7월 23일 우리(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게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사업을 넘겨받을 무렵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수요 제의를 했지만 제안을 받아들이는 곳이 없었다. 범위를 넓혀 교육청 등에게도 문의해봤지만 수요를 원하는 곳이 없어 현재 시민 협치 차원에서 운영할 곳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 24’ ‘밤섬 전망대’
새 모습으로 손님 모을까

 
유휴공간으로 방치된 상황에서 서울시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바로 건립 당시 들인 227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공중분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강본부사업 관계자는 난색을 표했다. 그는 “처음부터 (운영을) 안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운영을 해도) 재정 쪽에 이득이 없으니 (사업자들이) 포기하고 나간다. 1년 정도 운영을 하다가 올해 5월에 나간 곳도 있다”고 말했다.

공간을 비워둔 시점이 얼마 되지 않고, 겨울에는 한파로 사람들이 한강을 찾지 않는 등 외부적 요인도 사업 난항에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한편 광진교 8번가와 잠실대교 마루쉼터의 경우 문화시설로 이용돼 다양한 공연이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동작대교에 있는 전망 카페는 신세계에서 입찰을 마쳐 오는 9월 1일자로 ‘이마트24’가 들어설 예정이며, 마포대교 전망대의 경우 환경재단과의 시민 협치 사업인 ‘밤섬 전망대’로 탈바꿈한다. 여의도 전망대도 리모델링 중이다.

반면 한강대교와 양화대교는 현재 입찰 공고가 진행 중이며, 한남대교는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은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2차적으로 이곳에 대한 활용 용도를 다시 설정하려 한다”며 시민들의 이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을 전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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