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교정 시설 합숙, 36개월 복무 유력

김학용 “지뢰 제거 지원해야” vs 국방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 22일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복무 기간으로 육군 현역병(18개월) 기준 2배인 36개월 또는 1.5배인 27개월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500명 수준을 정원으로 대체복무 인력을 선발하고, 이들에게는 병봉급에 준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방부는 영내에서 24시간 생활하는 현역병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대체복무제를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기간으로 36개월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연구요원과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등의 복무기간이 36개월인 점을 들어 다른 병역의무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한 것이다.
국방부는 법무부, 병무청과 함께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을 구성, 정부안을 마련 중이다. 민간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자문위원 중 복무기간을 현역의 2배로 하는 것이 약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대체로 2배가 넘으면 과하다는 의견”이라며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36개월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라고 밝혔다.
복무 방식은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위해 합숙근무만 허용하는 방안과 합숙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출퇴근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무기관은 소방서와 교도소,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이 중 대체복무자의 합숙근무가 가능한 교도소와 소방서가 복무기관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단일 기관으로 할 수도 있고, 복수의 기관을 두고 당사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전해 두 곳 이상이 근무지로 정해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고강도‧장기간 복무가 맞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지난 21일 대체복무제 도입을 두고 “종교적 이념에 의해 군대를 가지 않는다면 병역을 대체할 고강도의 일을 맡기고 기간도 길게, 44개월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방부 안대로라면 공익법무관이나 공중보건의가 지금 36개월 근무를 하고 있고, 공군이 현재 22개월이니 공군의 2배 정도는 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 명칭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양심적 거부자라는 용어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 군대 가는 사람들은 비양심적인 사람들인가”라고 지적했다.
복무 기간을 두고는 “최소한 군대 생활의 2배 정도는 해야 국민들이 납득을 하지,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소위 군대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군대 안 가려고 손가락도 자르고 별짓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의원은 대체복무 업무로 ‘지뢰 제거 지원’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대체복무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
김 의원의 법안은 ‘개인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는 대체복무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대체복무가 가능하도록 한 것. 그는 “현재 병역거부자로 실형을 선고받는 대다수(99.2%)가 특정 종교인들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개인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 이에 대한 심사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도 반영했다고 한다.
법안은 국방개혁안의 병 복무기간 단축 계획을 반영해 대체복무 요원의 복무기간을 44개월로 정했다. 김 의원은 “현역 병사 중 복무기간이 가장 긴 공군(22개월)의 2배인 44개월로 규정함으로써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기했다”고 전했다.
대체복무 업무로는 ‘지뢰제거 지원’이 포함됐으며 보훈병원 등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 대상자, 제대 군인 등에 대한 지원 업무, 각종 재해‧재난에 따른 공익 목적의 업무에도 복무할 수 있게 했다.
근무 형태는 합숙 근무를 원칙으로 했다. 다만 업무수행의 특성 등으로 인해 필요한 경우 병무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체복무위원회’ 승인을 거친 뒤 1년 이내의 출‧퇴근 근무를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법안에 따르면 대체복무위원회는 대체복무 관련 심사를 맡는다. 대체복무 신청에 대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엔 재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재심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대체복무재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처벌 조항도 눈길을 끈다. ‘공무원‧의사 또는 종교인으로서 병역의무를 연기 또는 면제시키거나 이 법에 따른 복무기간을 단축시킬 목적으로 거짓 서류‧증명서 또는 진단서를 발급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함께 과(科)할 수 있다’는 것. 김 의원은 “대체복무제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병역을 거부하는 풍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원, 연간 500명 가능성↑
그러나 국방부는 김 의원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에 담긴 ‘지뢰 제거 지원’ 업무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안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종교적 신념으로 집총을 거부한 이들인 만큼 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며 “지뢰 제거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500명 안팎의 입영 대상자가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국방부는 과거 이 같은 추이를 고려했을 때 대체복무제 선발 정원을 연간 400~500명 규모로 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체복무자의 예비군 훈련 기간은 6년간 42일 또는 21일로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이 제시한 안을 토대로 다음 달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김 의원을 포함, 국회에서 발의된 4개 법안에 정부안을 추가해 본격적인 법안 심사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입법절차를 마무리하고 2020년 1월 1일부터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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