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전문가들은 “실제 지분 취득과 금융감독원 공시와의 시간차를 감안하면 골라LNG의 지분율이 대한해운보다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이런 상황이면 대한해운의 항로는 골라LNG 손에 달린 꼴이다. 골라LNG는 지난 7일 현지 언론보도를 통해 “M&A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해운 측도 “골라LNG는 회사 측에 ‘장기수송 계약이 나오면 같이 공동으로 낙찰 받아 진행하자’는 제안만 했을 뿐, M&A를 거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심스런 부분은 골라LNG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해운의 지분. 그리고 골라LNG가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대한해운 투자가 제무적 측면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긍정적 발전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 합병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고 보고한 사실.
또한 지난해 말 BDI지수가 급락함에도 불구하고 골라LNG가 대한해운의 지분확대를 지속한 점, 최근 주가가 2만5,000원선이었을 때 골라LNG가 시간외거래를 통해 2만 7,000원선에 주식을 매입한 것 등등. 여전히 M&A의 가능성은 남아있다.이처럼 골라LNG가 대한해운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과 함께 세계 최대 LNG수입국 가운데 하나이며,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LNG수입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LNG선은 대부분 한국가스공사 물량에 기대어 사업을 하고 있다. 단일회사로는 가스공사의 에너지 수입량이 세계 1위다.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규모는 총 1,940만 메트릭톤으로 거의 5조원가량의 규모. 이는 일본 5,920만 메트릭톤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다.
또 장기 해송계약의 경우 통상 해운사에 6~7% 정도의 마진이 보장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한국의 LNG 운송시장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하는 셈. 더욱이 한국의 가스보급률이 아직 60~7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가스공사의 LNG운송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이중 대한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LNG선은 2척. 만약 골라LNG가 대한해운을 인수한다면 한국가스공사의 LNG망 보유와 함께, 대한해운의 LNG선 2척도 얻는 셈이다. 현재 골라LNG측은 대한해운 지분 30%를 취득하는데 500~600억원을 투자했다. 인수를 위해 그 정도 추가로 더 들인다고 해도 LNG선 한척에 2,000억원 가량 하는 것을 감안하면 유리한 사업이다. ‘대한해운 지분 매입’ 사실만을 놓고 그들의 속내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대한해운을 위협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 사실.
대한해운 측도 골라LNG의 행보를 지켜보며 M&A에 맞설 수 있는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일 대한해운은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을 인수 대상으로 무보증 전환사채(200억원)를 발행하기로 했다. CB(전환사채)발행자금 용도는 운영자금 100억원과 회사채차환자금 100억원. 증시 전문가들은 “CB 200억원은 내년 9월 6일부터 전환 가능해 당장은 우호지분의 노릇을 할 수는 없지만, 골라LNG와 지분경쟁이 가속되면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대한해운은 여러 가지 상황에 맞서 전략을 짜두고 있다.전문가들은 “골라LNG가 금감원에 투자목적을 경영권 장악으로 변경하고 대한해운에 대해 적대적 M&A의 야욕을 보인다면 ‘공개매수’를 통해 대한해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골라LNG 프레드릭슨 회장의 스타일상 ‘공개매수’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프레드릭슨 회장은 골라LNG의 전신인 싱가포르 오스프레이 인수 당시에도 20% 정도 사들인 뒤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가져간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한해운 측은 “만약 골라LNG가 공개매수를 선언해 M&A에 대한 의도를 드러낸다면 의결권 제한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골라LNG가 “대한해운에 계열회사 편입을 요구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M&A 전문가는 “프레드릭슨 회장과 같은 거물급은 대한해운과 같은 회사의 지분을 적당하게 취득한 후 계열회사로 편입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여러 가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현재 골라LNG는 가스공사의 LNG운송에 참여하거나 대한해운을 직접 인수하지 않고도 이미 많은 이득을 챙긴 상태. 지난 상반기 대한해운을 통해 1,400만달러의 지분법 평가이익을 거둬들였고, 최근에는 대한해운의 주가급등으로 이미 4,000만달러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누리고 있다.
골라LNG는… 나스닥 상장된 노르웨이계 해운업체
골라LNG는 액화천연가스(LNG) 해상운송 전문회사들을 여러 개 거느린 노르웨이계 지주회사다. 영국령 버뮤다의 수도인 해밀턴에 본사를 두고,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와 미국 나스닥의 상장사다. 골라LNG가 보유한 LNG선은 7척이며 척당 2,000억원 가까이 하는 LNG선 5척을 공격적으로 발주해놓은 상태. 이 중 1척은 이미 대우조선해양이 인도했고 2척도 올해 안에 인도하게 된다. 또 조선회사와 옵션계약을 통해 몇 척을 더 발주할 예정이다. 골라LNG는 원래 지난 46년에 설립돼 70년에 세계 처음으로 LNG선을 도입한 ‘고타스-라센’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골라’라는 회사명도 고타스-라센에서 나왔다. 이 고타스-라센은 지난 97년 LNG선 시장을 확장하고 있던 싱가포르 해운회사 오스프레이에 의해 인수 합병됐다. 오스프레이는 다시 지난 2000년 존 프레드릭슨 회장의 프론트라인에 인수 합병됐다. 오스프레이를 인수한 존 프레드릭슨 회장이 2001년 LNG선만 따로 떼어 만든 것이 지금의 골라LNG이다. 골라LNG의 존 프레드릭슨 회장은 골라LNG를 비롯, 지주회사인 프론트라인, 씨탱커, 골든오션 그룹, 월드십 홀딩, 아이비시 해운 등의 해운사를 거느린 거대한 해운그룹의 총수다. 주목할 점은 프레드릭슨 회장은 이들 회사 대부분을 M&A를 통해 확보했다는 점이다.
공도윤 syoo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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