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조순형 대표가 탄핵에 주도적으로 나섰다고 보는가.▲두 말 할 것 없다. ‘바보같은 판단’ 때문이었다. 이 표현을 꼭 써 달라. 민주당 지도부는 ‘바보같은 사람들’이라고.
- 항간에서 이야기되는 조갑제 시나리오에 부화뇌동해서 그런 표현을 쓰는가.▲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조순형 대표의 권력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 민주당 안에서는 이런 역풍이 불 것이라는 예측을 못했는가.▲왜 못했겠나. 내가 처음부터 줄기차게 이번 탄핵 사태의 역풍을 이야기했어도 지도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무능한 지도부가 있을 수 있는가. 그래서 ‘바보같은 사람들’이라는 막말을 하는 것이다.
-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지난 3월 4일에 심야의총이 있었다. 나는 탄핵의 부당성을 목이 터져라 주장했다. 내 ‘양심’을 걸고 이건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나. 국민들이 그냥 가만히 참고 있겠는가? 아니다. 전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마치 월드컵 축구할 때 <붉은 악마>가 폭풍 같은 바람을 일으켰듯이, 20~30대가 주축이 되어 어마어마한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이 투표장에 갈 것이고, 그런 움직임이 전국을 휩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지도부는 냉정해야 한다.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탄핵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자체 개혁을 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 그런데도 왜 탄핵을 강행했는가.▲지도부도 무능하지만 의원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 말을 듣고 그 순간에는 숙연해지더니만 누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금방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도부도 자격이 없지만 의원들도 감정에 휩싸였다. 도대체 전략적 사고가 없었다.
-추미애 의원도 그랬나.▲추 의원은 그 때까지만 해도 나와 같이 탄핵에 반대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농성하고 또 문성근씨가 농성장에 들어오고 하니까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말도 되지 않는 기자회견을 하니까 완전히 바뀌었다.
- 그런데도 설훈 의원은 왜 입장을 바꾸지 않았나.▲감정은 감정이고, 당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감정을 참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 이건 절대로 하면 안되는 일이었다. 물론 당 지도부가 나에게 찬성하도록 종용했다. 나는 역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한화갑 의원과도 여러 번 통화했다. 결국 일은 추진되었고, 나는 지구당에서 탄핵이 가결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민주당 망했다”고 외쳤다.
- 민주당 지지율 반등 가능성은 없는가.▲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선 당 지휘부가 냉정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했다.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그들은 국민들의 반감을 느끼면서도 탄핵을 강행했다. 국회의원 다수의 힘이라고 하는데, 그게 한나라당에나 어울리는 이야기이지 우리 민주당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만 믿고 일을 추진했으니 지도부는 전략적 사고도 없는 무능한 사람들이고, 또 도덕적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도 없다. 한마디로 지도부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조순형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 아니 냉정하게 말해서 그 분은 이제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 역사적 과오가 너무 크다. 그 분으로 인해 민주당이 이 모양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지금 이 상태로 나가면 민주당은 전멸한다. 뭔가 몸부림이 필요하다.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젊은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 젊은 의원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정범구 의원이 있지 않는가. 정 의원이 전면에 나서고 나와 몇몇 젊은 사람이 뒷받침하면 그나마 최소한의 반등은 기대할 수 있다. 추미애 의원과 한화갑 의원은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뒤에서 병풍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꼭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냥 가만히 있다가 전멸하기 보다는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 한다.
- 추미애 의원이 사과하겠는가.▲그게 참 어려운 문제이다. 한번 잘못하면 계속 그 방향으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 고집이 있어서…. 하지만 추 의원 역시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당선될 수 없다. 정말 위기이다.
-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수도 있잖은가.▲선거 전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경우 ‘탄핵 각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선거 결과보고 결정한다는 것인데, 이미 그 전에 민주당은 소멸하고 말텐데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열석도 안될 것이다. 호남에서 한 두석, 그리고 나머지는 비례 대표….
- 김종인씨가 민주당에 입당했는데.▲그 역시 5·6공 인물일 뿐이다. 영양가가 없다. 아직도 지도부는 정신 차리지 못했다. 한마디로 지도부의 사고 폭이 좁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 개인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며칠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에 잔류해서 그냥 죽을 수도 있고, 무소속으로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상봉 pneuma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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