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사립고 어디로 가나
국내 최고 사립고 어디로 가나
  • 김영민 
  • 입력 2004-08-19 09:00
  • 승인 2004.08.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재벌그룹들이 인수 검토를 백지화하고 나섰다. 최근 SK, 삼성 등 그룹들은 민족사관고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파스퇴르 채권단의 제안을 거절한 것. 재벌그룹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민족사관고가 최근 SK, 삼성 등이 등을 돌림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민족사관고 인수조건이 까다롭고, 인수조건에 파스퇴르 최명재 창업주의 개인적인 이념승계까지 포함돼 있어 재벌들이 인수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식인은 날로 늘어가고 있으나 참다운 한국인은 날로 줄어가고 있는 지금, 20세기 후반에 사는 기업인의 궁극적인 책무는 기업 이윤과 그 밖의 사유한 것을 혈족이나 일부 연고자에게 물려줄 것이 아니라 민족 전체를 위해 쾌척함이라고 깨달음에 따라 나 파스퇴르계 제사(諸社) 대표 최명재는 이 안타까운 현실에서 전국의 뛰어난 영재를 모아 퇴색되어 가는 민족혼을 되살리고 미래의 조국을 지키고 이끌어갈 유능한 한국인을 육성하고자 결심했다.”파스퇴르유업 최명재 창업주가 지난 96년 민족사관고의 설립 취지에 대해 ‘학교법인 명재학원 정관 전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최명재 이사장이 ‘기업을 해서 번 돈을 사회(교육)에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설립한 민족사관고가 매년 파스퇴르유업으로부터 받아온 50억원의 지원금이 끊기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화의 기간 중에도 연간 30~40억원을 지원하던 파스퇴르유업이 한국야쿠르트와 매각협상을 진행하던 지난 4월부터 채권단의 요구로 민족사관고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이러한 상황에서 파스퇴르 채권단과 민족사관고는 일부 재벌그룹과 학교재단을 상대로 인수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민족사관고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던 삼성그룹, SK그룹 등 재벌그룹들이 최근 검토 자체를 백지화하면서 민족사관고 인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파스퇴르 채권단의 제안을 받았던 재벌그룹들이 민족사관고 인수를 거절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일부 재벌그룹에서 민족사관고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채권단이 제시한 인수조건이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재벌들이 인수 검토 자체를 포기했다는 전언이다.또한 매년 50억원 규모의 지원금에다 민족사관고의 부채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인수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학교법인 명재학원 정관 전문’에서 밝힌 것처럼 최명재 이사장의 건학 이념 등 개인적인 부분까지 인수조건에 포함돼 있는 것이 재벌그룹의 민족사관고 인수에 걸림돌이 됐다는 후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족사관고 설립이념을 보면 재벌들의 경영승계를 지적하면서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민족사관고 인수를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검토했던 재벌들이 인수조건에 개인적인 이념 등을 강조하고 있어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재벌그룹들은 민족사관고 인수에 따라 인재 등용과 그룹 이미지 상승효과라는 장점이 있어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재벌의 경영승계를 지적하고 있는 내용의 건학이념이 재벌그룹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모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제안한 인수 조건이 상당히 많고 까다로웠다”며 “부채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창업주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감수해야 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재벌그룹 중 가장 먼저 민족사관고 인수에 관심을 보인 SK그룹은 현재 인수 검토를 완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SK그룹 관계자는 “민족사관고 인수에 대해 채권단에서 제안받기 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라며 인수 검토를 철회했음을 시사했다.SK에 이어 뒤늦게 민족사관고 인수에 관심을 보여 온 삼성그룹도 “현재 민족사관고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하지만 SK그룹은 분식회계 등 흠집난 그룹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인수조건만 맞을 경우 민족사관고 인수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인수 검토를 백지화한 것도 인수조건을 조율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한편 지난 6월 한경택 신임 사장을 맞이한 파스퇴르유업은 “민족사관고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립을 위한 준비’

민족사관고에 따르면 이 학교의 한해 운영비는 60억원에 이르고 있는 반면 학생들의 수업료 수입이 30억원 정도로 운영비의 절반에 불과하다.따라서 지원금이나 기부금 없이는 운영이 쉽지 않아 그동안 파스퇴르가 매년 50억원 정도를 지원했었다.하지만 최근 지원금이 전면 중단되고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기 때문에 민족사관고가 자립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우선 학생 수를 늘린다는 기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280명인 학생 수를 학년 당 정원을 150명 정도로 확대해 총 정원을 450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것.이렇게 학생 수가 늘면 월 등록금(120만원) 수입도 늘어 연간 등록금 수입이 60억원 정도로 증가하게 된다.

또한 방학캠프, 영어교육 등 자체 수익사업 및 시설 임대사업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 영어캠프와 음악회 등을 통해 1억원 가량의 수익을 얻었지만 올해는 약 1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실시한 영어캠프는 1인당 390만원의 고액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300명이 참가했다.이밖에 민족사관고의 건학이념에 맞는 독지가들을 모집해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받아 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영민  mosteven@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