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번 탄핵 정국에서 처음에는 반대를 외치다가 갑자기 찬성으로 당론을 바꿔 탄핵 결정에 참여한 자민련 대전시지부 당직자 최대득씨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 반응은 반반이다. 이번 탄핵 결정에 대해 꼭 반대하는 것만도 아니다. 찬성하는 시민도 절반은 된다”고 하여 시민단체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대전 시청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어린이 보호 단체에서 근무하는 오숙현 간사도 마찬가지로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분신자살을 기도한 노사모 회원과 거의 같은 입장이다. 차떼기 등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른 국회의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 측근의 비리에 대해 심판하는가? 이건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탄핵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젊은 대학생들도 이번 탄핵에 대해 격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충남대학교에 다니는 진선덕씨는 “솔직히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이번 탄핵 사태에 대해 잘 모르겠다.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지금 경제도 엉망인데 정치가 계속 그 모양으로 나올 수 있는가?”그러면서 내놓은 푸념이 충격적이었다. “돈이 있다면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무슨 꿈을 안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정치가 이 땅의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번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도 극소수이지만 있었다. 50대 회사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이번 탄핵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동안 코드 인사다 뭐다 하여 이 나라를 자기편과 적으로 나누고, 모든 면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지금이라도 탄핵해서 새로운 지도자를 옹립해야 한다”고 적극 찬성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정치와는 상대적으로 초연한 기독교 신자들의 입장도 비슷했다. 대전의 중문 침례교회의 한 신도는 “도대체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솔직히 헌법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해서 통과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야당이 수세에 몰렸기 때문에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정략적 추태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공무원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대전시청에 근무하는 40대 여성 공무원은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에 그저 한심할 뿐이다. 그리고 불안하다. 경제도 전반적으로 어렵고 신용불량자 문제도 심각한데 도대체 어쩌려는지 모르겠다.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공무원 일반의 태도에 대해 “공무원은 원래 정치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이 무능하고 부패했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다. 열심히 해도 나라가 잘될까 말까 한데 정치인들이 너무 하는 것 같다. 답답하다. 이젠 신문이나 방송 뉴스 보기도 무섭고 싫다. 설마 탄핵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금 대전 시민의 입장은 일부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으나 거의 대부분이 극도의 정치 불신과 현실로 다가온 정치 불안에 두려움을 표하고 있다.
대전=이상봉 pneuma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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