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고조흥 한나라당 의원
“읍참마속(泣斬馬謖), 마속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고조흥(54·경기 포천·연천) 한나라당 의원은 ‘의혹’에서 풀려난 지난날을 이렇게 정리한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벽에 갇힌 듯 지냈다. 마음만 떳떳할 뿐, 시간이 갈수록 위축되는 자신을 숨길 수 없었다. 마침내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지난 11월24일 고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여당 또는 다른 정파에 의해 수사의뢰를 받았다면, 오히려 명예롭기나 했을 것을….”
사실,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곳은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이다. 게다가 그 무렵 고 의원은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에 대한 섭섭한 감정에 앞서, 22년을 한결같이 공직에 몸담아 온 스스로에 대한 비애(悲哀)가 더 컸다. 그럼에도 고 의원은 “정치에 대해 많이 배웠다”면서 묵은 감정을 털어 낸다.
주한미군 공여지 개발에 적극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상임위를 국방위원회로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고 의원은 ‘전문가’라고 잘라 말한다. 지난해 5·30 재·보궐선거로 원내에 입성, 비록 1년 정도 늦게 의정활동을 시작했지만 ‘국방·안보·외교’에 관한한 현안문제에 대해 정책 비판 및 적절한 대안제시로 정도(正道)로 가는 정책이 이뤄지도록 기여했다는 자부심이다.
고 의원은 먼저 국내 KAI사에서 개발한 방산무기인 T-50고등 훈련기의 수출과 관련, 세일즈 외교를 지원한 사례를 꼽는다. 그리스,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을 방문해 각 정부의 국방장관 등 정책 담당자들을 만나 T-50의 성능과 구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지난 8월에는 주한미군 공여지 관련 종합계획수립용 정책 자료를 수집·참고하기 위해 경기도청사 및 각 시·군 책임자들로 구성된 해외정책연수단을 이끌고 미국, 독일 군사기지 등을 방문해 공여지의 반환 및 개발 방식 등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고 의원은 “수집한 자료는 경기도의 발전종합계획에 반영될 것이며, 기대 또한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원으로서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축소’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역구인 연천(98.03%)과 포천(28.23%)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재산권 행사 등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에 특혜의혹 제기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의는 피감기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고 의원은 방위사업청의 GOP과학화 경계시스템 사업과 관련해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 업체 선정의 투명성을 약속 받았다.
또한 약 7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한국형 헬기사업(KHP)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하며, 공격형 헬기 우선 구입과 함께 KHP의 경우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으로 인해 국방·안보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정파의 이해가 아닌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를 위해 확실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전직 검사인 탓에 고 의원은 ‘사회질서 유지’와 ‘범죄영역 축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 대표발의한 ‘열쇠관리업법제정안’은 이러한 고민의 성과물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열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분들이 많다. 또한 언제라도 이분들에게 요청하면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주거의 안정과 개인의 생명 및 재산이 그대로 범죄에 노출돼 왔다는 얘기다. 고 의원은 “전국 2만여명의 열쇠관리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이 법안을 환영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조속한 국회처리를 주문했다.
대선정국, 냉정한 판단 주문
고 의원은 얼마 전 출범한 ‘희망모임’ 소속이다. 한나라당 소속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공정한 경선을 위해 중립을 선언했음에도 희망모임 소속 구성원들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선주자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희망모임의 기본 취지를 폄훼하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개인적인 호불호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지도자를 뽑는 1차 관문인 경선의 공정성”이라며 “누가 국가 지도자로서 적합한가의 문제는 대선정국에 직면한 정치인뿐만 아니라, 유권자들 역시 이해관계를 떠나 내정하게 판단할 사항”이라고 했다.
마음고생을 겪은 터라 마음이 바쁜 고 의원. 17대 국회가 끝나기 전 군사시설보호법만큼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매듭짓고 싶다. 또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구의 경제력 향상을 위해 선거 당시 공약을 점검하고, 새로운 청사진도 마련 중이다.
“각종 연구소 및 기업유치에 앞서 포천·연천의 시급한 과제는 교통 인프라 구축이다. 또한 이태리 밀라노 수준에 버금가는 첨단·고가 가구의 메카로 변모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있다.”
# 열쇠 관련 영업행위 ‘등록제 전환’ 및 ‘규제 강화’ 핵심
열쇠관리업법제정안이란?
고조흥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열쇠관리업법제정안’은 열쇠 등 관련업을 단순한 자유신고업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무자격자의 관련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안이다.
고 의원은 “최근 주택 및 사무실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침입해 절도 및 성범죄 등 일련의 행위를 저지르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범죄는 사후검거도 중요하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절실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열쇠관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열쇠관리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또 사무소를 개설하고자 할 때는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에서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하며, 업무를 행할 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의뢰자의 신원을 확인, 장부에 그 확인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또한 개설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 후 열쇠 관련 영업행위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 의원은 “이 법안은 열쇠관리업을 건전하게 보호·육성하고 범죄를 사전에 예방,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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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미 nicky@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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