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 김해시 여성회장은 “탄핵안 가결 과정에서 과연 내용과 형식 절차가 민주적이었나”고 반문하며,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도덕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사실은 있지만, 탄핵까지 갈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치권이 혼란한 정국을 해결하려는 고민은 하지 않고 총선만 겨냥해서, 대통령까지 탄핵했다”며 “무모하고 불합리한 시도였다”고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야당을 비난했다. 이날 오후, 김해시 곳곳에서는 산발적인 피켓 시위가 진행되었고, 시민들 대다수는 ‘탄핵안 가결은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해 지역 언론사 기자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에서 마음대로 탄핵해도 되느냐’는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해시 공무원 이모씨도 “황당할 따름이다. 4월 총선에서 정국을 파탄낸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해 YMCA의 심성호 부장 역시 “이번 탄핵안 가결은 헌법을 이용한 쿠데타”라며 “의회 독재의 전형적인 사례로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설마 탄핵까지 가겠냐’는 시민들의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에, 더욱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노 대통령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제대에 다니는 김모씨는 “누구의 잘못이라 말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 아니냐”는 의견을 밝혔다.노 대통령의 고향마을과 가까운 진영읍내의 분위기도 거셌다. 김해시 진영읍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배 모씨는 “점심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 모두 TV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며 “곳곳에서 정치인들 욕하며, 이번 총선에서 노 대통령을 밀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주민도 노 대통령에 대한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무사히 임기만 마치시길 바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을 지지했다는 한 주민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16대 국회는 쓰레기 국회였다. 이번 총선에서 쓸어버려야 한다”며, “다시는 한나라당 찍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주민 집회가 열린다면 가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당연히 가야 한다”고 답했다. 진영읍에서 승용차로 10분 정도 들어가 본산리 중공업단지를 지나면 노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나온다. 취임 이후, 한때는 1,000명이 넘는 외지인이 노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고, 최근까지도 주말이면 400∼500명 정도가 찾아오던 봉하마을.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떡과 고기를 준비하며, 방문객들을 맞이하였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마을에서 눈에 띄는 이들은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마을공사를 하고 있던 인부 몇 몇이 전부였다.
한 마을 주민은 “대부분 농번기를 맞아 논밭으로 일하러 갔든지,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 침통함 속에 할 말을 잃었다”며 “어떻게 대통령 만들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물러날 수 있는 것이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노 대통령 생가에 이웃해 산다는 한 주민 역시 “암담할 뿐이다. 할 말이 없다”며, ‘유구무언’의 심경을 밝혔다. 지역민들에 따르면, 당초 봉하마을 주민들은 이날 다같이 모여, 탄핵안 가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박수익 sipar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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