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토종 맥주회사 먹히나
유일한 토종 맥주회사 먹히나
  • 정하성 
  • 입력 2004-05-18 09:00
  • 승인 2004.05.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1위 맥주회사인 하이트맥주가 또 다시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가 하이트맥주의 보유지분을 5%로 높였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맥주시장에 외국자본이 침투하면서, 맥주업계는 끊임없이 적대적 M&A설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하이트맥주의 M&A설이 또 다시 돌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해서 M&A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이트맥주 등이 M&A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맥주 시장의 지분 구조때문이다.외환위기 이후 맥주시장을 외국자본이 잠식했다.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오비맥주는 지난 2001년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완전히 넘어갔다. 또 인터브루사는 지난 99년 진로가 갖고 있던 카스맥주도 인수, 맥주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맥주 시장은 현재 유일한 토종기업인 하이트맥주와 외국자본인 오비맥주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맥주시장은 하이트맥주가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오비맥주가 4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일한 토종기업 하이트맥주가 적대적 M&A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적대적 M&A설이 나온 것은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가 최근 하이트맥주의 보유지분을 5.01%로 높였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매입으로 인해 템플턴은 박문덕 현 하이트맥주 회장과 덴마크계 맥주회사인 칼스버그에 이어 영향력 있는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템플턴이 하이트맥주의 2대주주인 외국계 맥주회사 칼스버그 등 외국계 지분과 연계, 하이트맥주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실제로 현재 하이트맥주의 지분구조만 보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은 오너인 박 회장의 개인지분(18.46%)과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포함하면 34.7%에 불과하다.하지만 외국인 지분의 경우, 2대주주인 칼스버그와 자회사 지분 25%, 템플턴 지분 5% 등 40%대에 달한다. 따라서 칼스버그, 템플턴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대할 경우, 적대적 M&A도 배재할 수 없는 것이다.이에 대해 하이트맥주측은 “경영권 방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하이트의 현 지분구조로도 충분히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며 “‘M&A설’이 나오는 것은 회사 사정을 잘 몰라서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하이트 맥주의 이런 자신감은 템플턴의 지분매입이 ‘투자목적’일 뿐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템플턴측은 “지분매입은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현재 임원임명, 정관변경, 분할 또는 합병, 영업양수도 등을 추진하고 있지 않으며 향후 추진계획도 없다”고 공시했다.하이트맥주 관계자도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템플턴이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버린이 SK주식을 매입할 때도 마찬가지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후에‘SK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특히 템플턴은 ‘SK사태’에서 소버린에 동조한 우호지분이었다는 점에서 ‘하이트맥주 M&A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향후 하이트맥주의 경영실적이 악화될 경우 외국투자자들이 연대,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하이트맥주는 지금의 지분구조로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지난 외환위기 직후 자금난 해소를 위해 칼스버그와 협력하게 된 것이다.

또 외환위기 당시 자금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칼스버그의 국내 생산 및 판매를 하이트가 담당하도록 했다”며 “따라서 이미 칼스버그와는 10여년간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이 관계자는 “하이트맥주가 맥주업계의 유일한 토종기업이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꾸 M&A설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지만 칼스버그 등 외국계 투자자들도 경영실적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으며, 현재의 경영체제에 우호적이다. M&A설은 전혀 근거 없다”고 강조했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