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 경제정책의 핵심코드는 ‘성장’
탄핵사태와 4·15총선 이후 경제정책 방향이 ‘성장’이라는 코드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분위기다.정부는 총선이후 국정안정을 바탕으로 탄핵문제 등 정치적인 현안과 더불어 경제정책을 기존의 ‘성장’위주로 끌고 나갈 계획이다.총선 전부터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참여정부의 ‘분배시스템’ 가동이 예측된 것과 달리 정부는 기존의 ‘성장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설투자와 고용안정 등을 통해 경제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정부는 고 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경제정책 방향을 ‘경제회복’과 ‘대외신인도 제고’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총선이후 경제정책의 변화가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 온 각종 경제활성화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는 한편 내달 제주에서 열리는 ADB 총회 등을 활용해 대외신인도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또 수출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와 소비 등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유가상승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경기활성화와 관련된 사업비의 조기 집행, 고용창출형 창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의 한시적감면 등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춰 경제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이와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필요한 경우 17대 국회 개원시 제출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제회복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물가, 노사관계, 대외개방 등 국내외 경제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공공요금 동결 등을 통해 물가를 3%수준으로 안정시키고, 부동산가격 안정을 추진하는 한편 주40시간 근무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해 노사관계법 및 제도를 선진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박원암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정책은 경제개방과 정책의 투명성에 기반을 두어야 하고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시장경제구축에 있음을 명심하고 목소리가 큰 집단이 주도하는 경제개혁은 실패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따라서 정부의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이 자칫 대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어 ‘분배시스템’ 등 장기적인 경제회복 정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추락하는 실물경제, 중장기적 대책 마련 시급
총선을 전후해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청산하고 정부가 국정안정을 통해 ‘성장’정책을 위주로 한 경제회복에 집중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경제회복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은 ‘총선 후 경기 전망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경기회복 양상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상존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는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또한 실물경제 부문에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수출품목 및 대상지역의 집중화, 수출채산성 악화, 수출과 내수의 연계 악화 등 수출 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소재나 부품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수출 기업들의 자본재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출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출구조의 개선을 위해 특정지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해당지역의 경기 둔화 및 통상 압력 등의 위험을 회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중소기업들이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근 이헌재 부총리가 금융기관에 대출금 상환 압력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소기업 대란’이 예고되고 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 전반에 양극화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거시 경제 정책 및 산업 정책의 방향성 정립이 어려워지고 침체부분의 경기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 위주로 경제정책이 추진될 경우 장기 경제 발전 전략에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총선 이후 경제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이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채 성장이 둔화되고 사회양극화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총선 이후 국회 구성이 다양해져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개혁을 급속히 추진할 경우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또 “국정 안정을 기반으로 해 현안을 조기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엔진을 재가동하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신용불량, 노사불안, 사회갈등 등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신용불량자 대책의 조기 집행 및 제도 정비, 노사 대타협을 통한 산업평화 유지, 현실에 맞는 노사관련법 및 제도 개선, 실업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협력, 소비심리 회복과 신서비스 수요 활성화, 기업과 공공부문의 투자확대, 중산층 육성과 빈곤대책 효율화 등 우리 경제의 단기 현안 과제를 제시했다.
금융계 구조조정 가속화와 시스템 개선 시급
총선을 전후해 혼란이 우려되던 금융시장이 별다른 동요없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화 강세 압력이 강화되고 있는데다 환율 변동성 위험이 증대되고 카드사의 영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등 금융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총선을 거치면서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더욱 본격화되고 투신사 등의 인수합병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정부의 직간접적인 국내 금융시스템 안정화 정책이 실효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은 우선 안정적인 환율정책과 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를 통해 “투기적 목적의 단기 금융거래 증가 및 자산가격 변동성 확대로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현저히 약화되고 금융 불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기대 수익률이 높은 지수연동 예금상품의 다양화 및 장기저축성 예금에 대한 세금공제 확대 등으로 금융자산 실질수익률을 제고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삼성경제연구소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약화된 금융기관과 기업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며 “과거와 같이 정부를 매개로 한 유착관계가 아니라 시장원리에 바탕을 둔 파트너십 성격의 협력관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 등을 통해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고 부동산 보유세 강화 추세에 맞춰 장기금융상품 보유자의 이자소득세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총선 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의 경우 투기성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성장이 장기적으로 둔화될 가능성도 있어 정부의 효율적인 부동산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김영민 mostev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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