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로템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게 된 이면에는 MK의 남다른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선대 정주영 회장이 ‘경부고속도로’건설현장에서 땀을 흘렸듯이, MK도 ‘경부고속철도’사업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특히 MK는 고속열차의 국산화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그와 철도차량의 인연은 지난 85년. 당시 현대정공 사장이었던 MK는 현대차량을 현대정공에 흡수, 철도차량 분야에서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했다.이후 MK는 낙후된 국내 철도차량 기술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기관차와 동차의 독자설계 능력을 갖출 수 있었고 유선형 기관차인 새마을호와 서울·부산의 지하철 전동차를 공급했다.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MK의 현대정공은 일본, 독일에서 진행돼온 자기부상열차독자개발에 도전해 91년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했고, 93년에는 프랑스 알스톰과 공동으로 경부고속철도 사업자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MK는 한진과의 로템 인수경쟁에서도 적극적인 공세를 통해, 철도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MK는 지난해 고속철 납품을 앞두고 로템 현지 공장이 있는 창원을 수시로 방문, 고속철 차량의 품질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로템측도 “정몽구 회장은 국토를 반나절권으로 엮으며 사회적 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고속철도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사업초기부터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전했다.로템은 MK의 특별한 지원을 등에 업고 더욱 사세를 확장해 나갈 태세다. 우선, 세계 철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로템은 현재 설계 철도차량 시장에서 10위권에 머물고 있다.하지만 이번 경부고속철도 차량제작을 통한 기술축적을 바탕으로 세계 선진 차량제작사와 기술수준에서 어깨를 견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글로벌 톱4’진입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로템은 시속 350km한국형 고속전철 개발은 물론,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 개발과 수출에도 매진하면서, 차세대 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는 전동차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미주, 유럽, 일본 등의 세계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계 일각에서는 로템이 ‘무역업’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로템은 조만간 현대차 양재동 사옥에서 현대종합상사가 자리잡고 있는 계동사옥으로 옮길 예정이다.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상사에 서울 계동사옥의 사무실 이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사 사옥에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와 로템이 입주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일련의 조치를 두고 뒷말이 무성한 것이다. 즉‘현대차그룹이 현대상사에 맡겼던 무역업무 일부를 로템에 맡기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던 것이다.이에 대해, 현대차와 로템 모두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일부에서 제기됐던 현대차그룹과 현대상사의 거래가 중단된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또 로템에서도 “종합상사와 같은 ‘무역업’으로의 사업 확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로템의 한 관계자는 “철도 및 플랜트 사업에 필요한 부품 수입 등을 위해 일부‘수출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수출입 대행 업무 등을 위한 무역업에 진출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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