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논란 일으키는 경제 부처들
경쟁하듯 논란 일으키는 경제 부처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8-08-10 17:27
  • 승인 2018.08.10 17:27
  • 호수 1267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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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장 김동연 주변부터 논란만 가득 ‘총체적 난국’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부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맞춤형 일자리·소득 지원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홍종학 중소벤쳐기업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대기업 현장 방문을 두고 가타부타 말이 많다. 청와대와 김동연 부총리의 정책 기조가 맞지 않는다느니, 서로 앞뒤가 다른 경제 정책이라느니 하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폭염과 관련한 대책이 미흡해 질타를 받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대책 실효성 논란, 일면 BMW 화재 사태 등으로 책임론에 맞닥뜨렸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찰 수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마디로 현 정부의 경제 부처 대부분이 논란과 의혹으로 물들어 있는 모양새다. 

폭염 대책 미흡한 산업통상부, BMW 책임론 국토교통부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는 ‘취업 특혜 의혹’ 일어 곤혹


현재 정부의 경제 수장격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지만 어정쩡한 만남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직 경제 수장과 1위 기업 총수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알맹이 없이 논란만 남겼기 때문이다.

실제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회동 이후 당일 구체적인 투자와 고용 계획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앞서 삼성은 김동연 부총리 방문에 맞춰 100조 원에 달하는 투자·고용 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공개는 하지 않았다.

이틀 뒤인 8일 삼성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그동안 김동연 부총리가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을 방문했을 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당일 발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동연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하기 전 불거진 이른바 투자 구걸 논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하기 직전, 청와대가 ‘재벌에 대한 투자 구걸을 하지 말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제동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또 정부 인사가 직접 기업 총수를 만나는 것은 정부의 재벌 개혁 기조와도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협화음 어디까지…

장하성 정책실장이 이끄는 청와대 경제부와 김동연 부총리 사이의 갈등설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청와대 경제 정책의 구심점이 되는 수장 격 인사들 주변의 논란을 잠식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경제 부처들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자연 재해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폭염이 계속됨에 따라 산업통상부를 향한 비판도 거세다. 백운규 산업통상부장관이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 완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7일 정부가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한 데 대해 “한시적인 폭염 대책이 아닌 탈원전 재고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원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전반적인 전환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일이 터지고서야 부랴부랴 마련하는 한시적 대책은 불필요한 예산과 시간만 낭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라며 “에너지 정책의 전반적인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제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경우 부동산 대책 실효성 논란, 일면 BMW 화재 사태 등으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국토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년, 정부가 서울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시장 과열 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이 침체된 지방에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경우 강남권, 용산·여의도 등 집값 상승세를 보이는데 지방은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BMW 등 차량 화재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BMW가 판매한 차량에서 잇단 화재가 발생하면서, 관리 당국인 국토교통부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해당 차종 대부분은 이미 2년 전 화재 발생 위험에 따라 리콜 발표에 포함됐던 데다, 사유마저 엇갈리고 있다.

특히 BMW 차량의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판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과거 리콜 대상에 포함됐던 차종이 또 다른 이유로 리콜이 된다면 관리 당국인 국토교통부의 부실 검증 의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 부처들 모범보여야”

경제 검찰로도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취업 의혹으로 비판을 받는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신영선(57)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현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에 대해 지난 7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같은 날 공정위 4급 이상 퇴직간부들의 특혜성 채용을 알선하는 데 지시 또는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로 신영선 전 부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함께 신영선 전 부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의 영장만 발부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는 퇴직자 관리 방안 문건을 내부적으로 작성해 4급 이상 퇴직 예정 간부들의 재취업 명단을 작성하고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채용 압박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현 정부의 경제 부처들이 총체적 난국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항상 기업에 채찍을 드는 경제부처들이 모범을 보여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다. 논란과 의혹에 빠진 경제 부처들이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는지 눈 여겨볼 대목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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