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지존’가리자
유통업계 ‘지존’가리자
  • 정하성 
  • 입력 2004-02-19 09:00
  • 승인 2004.02.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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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업계 1위 탈환”, “어림없다. 아직도 우리가 최고”.국내 유통업계 ‘지존’자리를 놓고 롯데와 신세계가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는 “대형 할인점 이마트 등의 선전으로 22년만에 유통업계 1위를 탈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총매출에서 아직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통업계’왕좌를 놓고 벌이는 양사간 신경전을 들여다봤다.지난 79년 롯데쇼핑이 설립되고 난 후, 유통업계를 양분했던 롯데와 신세계. 양사는 국내 유통산업의 성장과 맞물리면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80년대 중반 이후 롯데는 백화점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며 유통업계 1위에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93년 신세계가 국내 최초 할인점인 이마트를 개설하면서, 순위변동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롯데측도 98년부터 할인점인‘롯데마트’를 내며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할인점분야에서는 신세계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백화점 분야에서는 아직도 롯데의 아성이 대단하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시장 점유율에서 40%를 넘어서며, 2위 현대백화점과 3위 신세계백화점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하지만 할인점 분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신세계 계열의 이마트가 시장 점유율 30%를 훌쩍 넘어서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할인점의 매출 신장과 함께 신세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신세계는 “회사규모, 매출과 이익 등의 실적, 주식 가치 등을 볼 때 신세계가 명실상부한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섰다”며 “이는 22년만에 업계 1위를 탈환한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이에 대해 롯데측은 양사의 매출 순위가 뒤바뀐 이유는 올해부터 적용된 새 회계기준 때문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실제로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에서 신세계는 2조7,300여억원을 기록, 롯데쇼핑(1조7,300여억원)에 비해 1조원 가량 앞섰다. 또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면에서도 롯데쇼핑(1,300여억원)은 신세계(1,400여억원)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임대매장에 대해 매출을 ‘총매출’대신 ‘임대수수료’로 계산하는 새 회계기준을 적용, 임대매장 위주의 백화점 비중이 높은 롯데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통업계 1위는 아직도 ‘롯데’”라고 강변했다.이처럼 지난해 유통업계 ‘지존’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롯데와 신세계. 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최근 두 업체는 잇따라 야심찬 신년계획을 발표하며, 올해도 ‘불꽃 경쟁’을 예고했다.롯데쇼핑은 올해 9,000억원이 넘는 투자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나간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우선 상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는 할인점 부문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롯데측은 “올해 할인점은 23조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백화점 시장의 19조원을 거뜬히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에 맞춰 올해 롯데마트 신규 점포를 8개(서울역사, 화성, 김해, 수지, 양주, 진해, 구로, 창원점)나 여는 등 할인점 부문에 사상 최대인 총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여기에 롯데는 중국 진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최근 중국 상하이에 롯데마트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중국공략에도 나섰다. 롯데는 백화점 부문에도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4,000억원을 투자, 2월과 4월 대구 상인점과 전북 전주점을 각각 열고, 하반기에는 서울 소공동 본점 명품관을 개점할 예정이다.

롯데측은 이어 “올해 2개의 신규점포 및 본점 명품관 개점으로 매출 목표를 지난해(7조 3,000억원)보다 11%가량 증가한 8조1,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앞으로 각 백화점별 명품 사업을 강화하는 등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롯데 관계자는 “신규출점과 리뉴얼, 다양한 서비스 확대를 통해 올해 총 매출 11조원을 달성한다는 경영계획을 세웠다”며 “올해 이런 경영계획을 실천, 유통업계 1위를 확고히 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반해 신세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계 지존’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유통업계 1위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2007년까지 할인점과 백화점에 매년 7,000억원 이상 투자하는 등 5년간 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신세계는 백화점 부문의 경우 현재 7개 점포에서 장기적으로 총10개의 대형 점포를 구축하여 이마트와 함께 신세계의 주력사업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신세계측은 “본점과 센트럴시티 매장은 명품관 등을 강화하고, 영등포·미아점과 마산점 등의 중·소형 점포는 트렌드를 대폭 강화한 전문점형 모델점포로 운영할 것”이라며 “올해에 본격 착공하는 죽전역사는 1만5,000평 규모의 대형 복합 쇼핑몰로 2006년 하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며 이후 의정부 역사와 건대부지에도 초대형 점포 형태로 출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할인점에서도 신세계는 “현재 57개의 점포수를 2007년까지 100여개 점포까지 늘려 2위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 또 올해부터 중국지역 주요 도시에 본격적으로 출점하여 중국 다점포화 시대를 연다”고 밝혔다.지난 97년 중국 상해에 첫 해외지점을 오픈한 신세계는 현재 상해 5곳, 천진 3곳에 점포부지를 확보한 상태이며, 2007년까지 상해, 천진 등 중국 요지 지역에 20개 점포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할인점을 주력으로 유통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한 결과 도입 10년만인 올해 신세계가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다”며 “이러한 성장의 발판으로 신세계는 시장여건을 감안, 소비자 취향에 맞는 사업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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