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버린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SK가 구체적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시장은 일단 SK가 ‘1차 방어선’은 선점했다는 반응. 자사주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 SK측은 최태원 회장 등 오너일가와 계열사 지분 15.93%에 우리사주 4.3%, 해외파킹 했던 1,000만주 가운데 일부를 사들인 동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우호적 기관투자가 지분 4.9% 등을 합쳐 25.13%이던 의결권 있는 지분이 35.54로 높아진다.단순히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 소버린 14.99%보다 2배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SK는 SK네트웍스의 채권단이 우호세력 역할을 확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 신한 등 채권단은 SK(주) 자사주를 7% 매입키로 합의한 상태다.SK의 경영권 분쟁에 채권단이 나선 이유는 SK그룹의 경영권이 소버린에 넘어갈 경우 은행공동관리 상태에 있는 SK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정유(SK(주))나 통신(SK텔레콤)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이기도 하다.소버린은 14.99%로 아직까지는 SK(주)의 최대주주다. 소버린은 헤르메스(0.7%)와 템플턴(2.12%) 등 외국계 펀드를 우호세력으로 보고 있기는 하나 지분을 합쳐도 20%가 넘지 않아 지분경쟁에서 SK에 밀리게 됐다.그러나 소버린은 SK의 비대해진 우호지분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먼저 SK(주)의 자사주 매각을 법적 대응을 통해 원천 봉쇄하는 방안이다. 소버린은 SK(주)의 자사주 매각이 의결된 이상 이사회 결의 효력금지 가처분신청과 이사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에 나설 공산이 크다.
소버린은 국내 여론이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의식해 지금까지 주주 이익을 내세워 SK(주) 이사회 교체 명분을 만들어왔다. SK(주)가 자사주 매각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한 12월18일 밤 소버린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주 매각과 SK해운 지원 등을 결의한 SK(주) 이사회 결정은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왜 소액주주들이 오는 3월 현재 이사회를 교체하기 위해 투표를 해야만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또 한가지 소버린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소버린이 가지고 있는 SK(주)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외국인투자회사로 분류되는 SK(주)가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으로 묶여 최태원 회장측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에 큰 타격을 미치게 된다.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가 넘을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SK(주)의 경우 소버린이 보유 중인 지분 중 5%를 우호세력에 넘기게 되면 소버린은 9.99%로 지분이 소폭 낮아지지만 SK(주)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에 들어가 최 회장측 의결권이 현재 15.93%에서 6.47%로 반토막이 난다. SKC&C가 보유한 SK(주) 지분 7.35%와 SK건설 보유지분 2.11%의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 다분히 전략적인 차원에서 소버린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이다.소버린은 “SK(주) 지분 14.99% 중 단 1%도 팔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처럼 효과적인 방안을 소버린이 포기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소버린이 굳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SK(주) 이사진 교체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소버린 등의 외국인 주주가 금번 (SK(주)의) 자사주 매각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 10.41%에 대한 의결권행사가 금지될 수 있다는 점과 소버린의 지분(14.99%)과 소버린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지분 등 총 외국인 지분이 18일 현재 43.27%에 이르는 점, 또 일부 국내기관과 소액주주들의 소버린 지지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내년 정기주총의 승자는 여전히 점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내년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 권리를 확보한 투자자들 중 일부가 연말과 연초에 이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소버린의 이사선임 성공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소버린은 부정하고 있지만 SK그룹 경영권 분쟁은 이미 M&A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내 자본과 외국계 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지분 확보 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의 필사적 방어에 맞서 소버린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산 sa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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