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전국회의장이 지난 9월 서울 모처에서 열린 전언회 모임에서 연사로 나서 전언회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과시했다. 전북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인 이른바 ‘전언회(全言會, 전북출신언론인연합회)’가 최근 들어 정치권 안팎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모임은 전북 언론계의 최대 조직으로 불릴 만큼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전언회는 과연 어떤 인물들이 속해있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집중 해부했다.
DJ정권 때부터 현정권 들어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집단으로 전언회가 꼽힌다. 지난 1988년 전북 명문고교인 전주고 출신 재경언론인 모임으로 출발한 전언회는 현재 노무현 정권의 막후세력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전언회 인맥의 특징은 고향인 전북 명문고인 전주고를 중심으로 언론계와 정·재계 인맥이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정권 들어 정치계-언론계-경제계의 3각 커넥션을 구성하는 최대인맥 구축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는 현정권의 지휘봉이 전언회 회원들의 손에 좌우된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대표적인 전언회 출신 인물로는 전국회의장을 지낸 김원기(동아일보)씨, KBS 사장을 지낸 박권상(동아일보)씨, 조세형(한국일보) 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정동영(MBC)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남기(합동통신)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등이 꼽힌다.
DY계 대거 참석 ‘눈길’
지난 12월 5일은 전언회가 서울 소공동 소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2006년 마지막 정기총회 및 송년 모임을 개최한 날이다. 이날 모임은 외부 노출을 꺼리면서 조용히 치렀다. 언론인의 모임이긴 하지만 이날 모임에는 여당 의원이 다수 참여해 모임의 일단을 엿보게 했다. 그러나 취재는 쉽지 않았다. 전언회 측은 기자의 접근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촬영거부는 기본이었고, 입장조차 허락되지 못했다. 입구에서 서성이면서 참석자들의 면면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이날 모임에서 드러난 전언회 회원들은 공통적 특징이 있었다.
여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정동영 전의장 인맥과 가깝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주고 출신인데다 방송기자를 했다는 점에서 정의장은 전언회가 낳은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전 의장(약칭 DY)은 이날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여권의 DY계로 분류되는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전북 전주완산갑)을 비롯해, 조배숙 의원(전북 익산을),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는 여권의 DY계와 전언회가 친밀한 관계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정치인 이외에도 이날 행사에서 전·현직 언론인만 11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 모임의 회원인 김원기 열린우리당 의원(전국회의장, 전북 정읍)은 끝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9월 모임에는 김원기 의장이 연사로 나와 전언회원을 상대로 연설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취재결과 김원기 전의장은 몇 주 전부터 짜놓은 전언회 스케줄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에게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김원기 전 의장의 전언회 모임 불참은 다소 부담을 느낀 탓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언회가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인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박권상 김원기 정동영 핵심 3인방
이들 전언회의 핵심인사로 DJ정부 시절 KBS 사장을 지낸 박권상씨가 대표적이다. 전주고-서울대 출신인 박권상씨는 52년 합동통신기자로 언론계에 첫입성해 관훈클럽 결성을 주도하면서 현재 언론계의 1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관훈클럽은 57년 4월 박권상씨의 하숙집에서 조세형 전 국민회의 총재 권한대행 등 9명의 젊은 기자들의 모임을 주축으로 태동됐다.
박권상씨는 80년대초 군사정권의 비상계엄하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아 강제 해직당해 언론계 주변을 떠돌다 DJ정권에서 KBS 사장으로 발탁됐다. 언론인으로서의 박권상씨는 5,6공 등 역대정권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언론계의 사표가 되고 있다. 현재 현역에서 은퇴한 박권상씨는 언론계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태동을 도운 김원기 전국회의장도 전언회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멤버다. 전북 정읍출신인 김원기 전의장은 6선 의원으로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합류하지 않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에 남아 이듬해 국민통합추진회의(이하 통추) 공동대표를 맡아 야권통합운동을 이끌었다. 김 전의장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이때부터 인연을 맺어 지난 2002년 대선당시 선대위원장과 정치적 고문을 맡아 현정권 탄생에 산파역을 맡았다.
현재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의장은 현재 전언회를 이끄는 주류로 평가받는다. 정 전의장은 전주고 출신으로 서울대 국사학과 재학시절 유신반대 시위 등 학생운동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MBC 기자로 17년간 활동하다 대학선배인 이해찬 전국무총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 언론계 막강 파워 ‘과시’
전언회 핵심 멤버구성을 보면 전·현직 언론사 사장을 비롯해 보도국장, 현직 언론인 등이 다수 포진해있다. 언론계의 대부인 박권상 전 KBS사장은 전언회의 초대회장을 지냈다.
주요 멤버로는 김경철 전 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신문 사장, 곽영길 아시아경제신문 대표이사, 김근 전연합뉴스 사장, 고석만 K-TV대표, 故 신찬균 세계일보 전주필, 이정근 매일경제 TV 고문, 유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전 KBS보도국장), 박남훈 CBS방송사업단 대표이사(CBS 전 보도국장), 고석만 MBC특임이사(전 EBS사장), 박현태 전자신문 대표이사, 최상현 국민일보 전 편집국장, 박영배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정경희 전한국일보 편집위원, 김승웅 재외동포재단 사업이사(전 국회사무처 공보관) 등이 속해 있다.
<현>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