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도 올해 주파수를 배정받아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SKT에 비해 열기는 낮은 편이다.이를 뒤집어 설명하면 SKT가 급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는 바로 SKT가 서비스 중인 ‘준’ 의 요금이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SKT의 ‘준’이나 KTF의 ‘핌’으로도 방송을 시청할 수 있기는 하지만 영화 한편을 보는데 약 4만∼5만원의 이용요금이 든다. 게다가 주파수 할당 방식이라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전송 속도는 느려진다. 이렇게 되면 시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이에 반해 위성DMB는 콘텐츠를 한꺼번에 보내주는 방송이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하다. 회원 수가 많을수록 더 싸진다. SKT는 월 1만5,000원의 정액요금으로 무제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음악편지, 카메라 동영상 등 개인간 콘텐츠 교류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SKT는 복안을 짜냈다. 이른바 준과 위성DMB의 역할분담이다. 복안에 따르면 준은 개인간 통신 수단으로, 위성DMB는 방송콘텐츠 전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SKT가 위성DMB에 열심인 이유는 준이 한계에 닿기 전에 시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결과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일본 엠비코사와 위성공동이용 계약을 체결해 내년 1월 위성을 발사한다. SKT에 따르면 내년 3월 전용단말기가 출시되면 서비스 시현이 가능해진다.이에 맞서는 KT는 좀더 신중한 입장이다. “SKT만큼 민첩하지 못하거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KT는 말하고 있다. 다만 위성DMB 시장의 성장성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곧 위성을 거치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바꾸어 전송해주는 지상파DMB가 거의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위성DMB가 사업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지상파DMB와 호환되는 방식이 필수라는 게 KT의 생각. 여기에도 장애물이 있다.
SKT가 일본과 함께 준비하는 위성DMB는 지상파DMB와 호환이 어렵다. 정통부는 일본이 쓰고 있는 CDMA 방식이 우리나라 이동통신과 비슷해 국내 개발이 용이하다는 판단하에 일본식을 채택한 상태다.KT는 정통부의 지침을 알면서도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럽식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KT 관계자는 “해외 대다수의 국가들이 유럽식을 채택한 마당에 유럽식으로 바꿔야 구축비용이 절감되고 수출길도 열릴 뿐더러 지상파DMB와 호환이 쉬워진다”고 주장했다.일본과 손잡고 투자를 시작한 SKT로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KT측은 “이미 정통부가 채택한 표준방식을 바꾼다는 게 말이 되냐”며 “KT가 준비에서 앞선 SKT를 끌어내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자칫 감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대결에서도 두 사업자는 위성DMB가 대단히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라는데 공감한다. 시장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SKT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10년까지 약 800만 가입자가 기대된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보면 1년에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준 가입자가 69만명인 것에 비추어 보면 서비스 초기에는 약 50만명 가량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장사다.일부에서는 SKT나 KT 모두 과다출혈을 예상하며 경쟁을 벌이느니 손을 잡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국내 유일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SKT의 반대가 심한 편이다. 주도적으로 사업을 준비해온 당사자인만큼 컨소시엄에 1대주주가 돼야 하는데 KT가 용인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KT는 동등한 입장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위성DMB 법안마련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KT의 지적대로 지상파DMB가 최대 위협요소로 부각되며 SKT의 부담은 적지 않다. 또 발을 너무 깊이 담가 빼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부담스럽기는 KT도 마찬가지. 정통부가 마련해놓은 일본식에서 SKT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SKT와는 달리 직접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사업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예 사업에 손도 대지 않고 SKT의 독점 경영을 방관하고만 있을 수도 없어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지산 sa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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