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대우사태 예고, 외국계 증권사가 했다
98년 대우사태 예고, 외국계 증권사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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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8-14 09:00
  • 승인 2003.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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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들은 ‘지독히도’ 냉엄한 시각으로 인해 ‘적’을 많이 만들기도 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함으로써 신뢰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98년 대우그룹 패망을 가장 먼저 예고한 일본계 증권사 노무라(野村) 증권의 보고서는 대표적인 예이다.98년 10월29일 세계적 증권사인 노무라 증권 서울지점은 A4지 4장짜리 보고서를 고객들에게 배포했다.제목은 충격적이었다.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Alarm bells for Daewoo Group)’. ‘더 이상 자금조달원이 없다(No funding source left)’ 선명하고 극단적인 표현의 부재가 붙은 이 보고서는 가장 먼저 대우 패망의 징후를 세상에 알렸다. 보고서 요지는 이랬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회사채 보유를 제한한 최근의 조치가 대우그룹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대우는 주가마저 낮아 증자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자산매각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팔릴 만한 회사가 없다”. 보고서 말미에는 “대우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사실 노무라 증권의 보고서 이전에도 삼성은 자체 정보를 통해 대우의 유동성을 간파하고 금융계열사들로 하여금 대우 여신을 모조리 회수했다. 방송, 보도의 이면에는 대우사태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것. 그럼에도 아무도 예상되는 사태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를 피했던 것이다. 이 총대를 노무라가 맸다. 그리고 노무라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진실은 남의 입을 통해 입증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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