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은 알레르기 방지용 분유 신제품 ‘베이비 웰 아토케어’를 출시하면서 5,900원(450g)이던 출고가를 8,600원으로 45.8%나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이 제품의 시중 유통 판매가는 6,300원에서 9,800원으로 무려 56%나 올랐다. 이는 경쟁사 제품인 남양유업 ‘호프 알레르기’가 5,000원(350g)인 것과 비교하면 52.4%나 비싼 것이다. 매일유업은 또 설사억제분유 신제품인 ‘베이비 웰 아기설사’의 출고가도 5,720원(300g)으로 36.8%나 인상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특수분유는 판매량이 적고 1994년 이후 9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아 적자폭이 커져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한꺼번에 가격현실화를 하게 돼 가격인상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업계 관계자는 “특수분유는 체질상 일반 분유를 먹지 못하는 아기들을 위한 제품”이라면서 “누구나 부담없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윤을 포기하더라도 가격을 저렴하게 가져가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매일유업은 흰우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출고가를 올려놓고도 이를 숨겨오다 뒤늦게 사실이 밝혀져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매일유업은 지난 3월 1일 출시한 흰우유(백색시유) 신제품 ‘매일우유 ESL’을 내놓으면서 출고가를 용량별로 평균 4.8% 인상했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매일우유 ESL’ 출시 관련 보도자료에는 “출고가는 전혀 올리지 않았지만 제품 이미지를 높이는 차원에서 판매가를 올려주도록 대형 유통점 등 판매처에 요청했다”고 밝혀 소비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매일우유 ESL의 출고가를 올려 유통점 판매가는 200㎖가 350원에서 400원으로 14.3%, 500㎖는 800원에서 850원으로 6.3%, 1ℓ는 1,300원에서 1,450원으로 11.5% 각각 올랐다. 이에 매일유업은 자신들의 눈속임 가격인상이 문제가 되자 “신제품 생산설비에 많은 돈이 투자돼 물가 당국과 협의를 거쳐 출고가를 인상했다”며 “소비자의 반발이 걱정돼 가격인상 사실을 대외적으로 숨겨왔다”고 시인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유통업계에서 권장소비자가가 사라진 이후 시중 유제품 포장에는 가격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업체가 출고가를 올리면 이에 맞춰 판매처별로 판매가를 결정해 왔다. 따라서 유업체가 출고가를 올리면 곧바로 판매가를 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같은 시기 서울우유, 남양유업, 빙그레 등 다른 유업체들은 매일유업과 달리 흰우유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흰우유 제품은 정부 당국의 물가관리 품목에 포함돼 있는 데다 학교급식 등에 쓰이는 특수성 때문에 지난 98년 7월 이후 가격이 동결돼 왔다. 따라서 매일유업만이 5년만에 가격을 올린 셈이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매일유업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매일유업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조제분유의 경우 최근의 출산율 하락과 모유 수유 증가 추세 등이 급격한 매출감소로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조제분유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1998년 64만3,000명에 달했던 신생아 수는 2001년 55만7,000명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다시 51만명대로 크게 줄어 국내 조제 분유 판매량이 매년 10% 이상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일유업은 지난해 상반기 1,236억원이었던 조제분유 판매액이 하반기 1,187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 상반기(추정)에는 1,047억원으로 1년 새 15.3%나 감소, 남양분유 등 다른 업체 보다 하락폭이 컸다. 이에 지난해 12월 프리미엄급 신제품 ‘앱솔루트 명작’을 선보이며 가격을 1만9,000원(800g)으로 13.1%나 올렸지만 뒷걸음치는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매일유업은 올 1분기만 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매일유업은 또 지난 2001년 230억원을 투자, 전국 3개 공장 설비를 ESL(완전 무균 생산) 방식으로 바꿨지만 신제품 ‘매일우유 ESL’의 판매량이 3∼5월 일평균 246만개(200㎖)에 그치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5% 가량 감소하는 등 흰우유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에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하향(A2-에서 A3+)조치까지 당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장기 보유하던 매일유업 주식을 빠르게 처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20일 4.41%에 달하던 매일유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한달도 안된 6월 10일 1%대로 낮아진 상태다. 그만큼 시장 전망도 어둡다는 것. 이에 대해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출산율 하락과 모유 수유 증가 추세로 그동안 고수익 시장으로 인식돼 온 조제분유 시장도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매일유업을 포함한 유업계 대부분이 최근 극심한 어려움에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출산율 감소 등은 업체 입장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이제는 이를 받아들이고 발효유 등 다른 제품군으로의 판로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호 jhpar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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