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 끝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 끝나지 않았다”
  • 김지산 
  • 입력 2003-08-14 09:00
  • 승인 2003.08.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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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LG카드의 올 하반기 만기 도래 채무 상환 의문시” 주장 LG카드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 확보”반박 … 업계 예의주시‘Who Said the Worst Is Over?(누가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말했나?)’다소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이 질문에 국내 카드업계와 증권가가 들썩였다. 모건스탠리증권이 LG카드의 유동성에 대해 지난 7월30일 작성한 보고서가 LG카드를 비롯해 증권사간 첨예한 논쟁을 불러온 것. 보고서를 작성한 마이클 정 연구원은 하반기 LG카드에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요지는 LG카드의 현재와 미래 현금 자산으로는 다가올 채권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 이는 얼마전부터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카드사 유동성 논란이 아직 현재형이라는 것을 의미했다.외국계 증권사나 투자기관들은 국내 시장에 대해 매우 냉엄한 시선으로 종종 해당 기업과 국내 증권사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왔다. 특히 동종업계의 저항은 ‘토종’과 그렇지 않은 집단과의 마찰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더라도 최근 LG카드의 유동성 대처 능력을 놓고 벌인 설전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LG카드를 비롯한 대부분 카드사가 상반기를 마무리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신하고 있던 차에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불의의 피격’이었기 때문이다.카드사들은 올 상반기 대주주들의 유상증자, 채권 발행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평해왔다. 또 논란에 휩싸인 LG카드의 경우 유상증자에 이어 전환사채(CB), 후순위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연이어 발행해 현금 유동성이 매우 좋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럼에도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LG카드가 올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재 유동자산과 잉여 자금, 채권발행으로 유입되는 현금으로 채권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실매출채권을 헐값에라도 처분하거나 채권상환 만기일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보고서가 나온지 하루만인 7월31일 LG카드의 반박이 시작됐다.

LG카드는 유동성 현황에 관한 반박자료를 내고 “7월중 차입금 1조6,000억원을 상환했으며 2조원의 신규조달로 유동성이 6월말 현재 2조8,000억원보다 5,000억원 증가한 3조3,000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8∼9월간 만기도래액 3조4,000억원에 4분기 만기도래 2조1,000억원 등 연말까지 총 차입금이 5조5,000억원이지만 이달 이후 6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모건스탠리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마이클 정 연구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G카드의 자금조달계획은 회사측 예상일 뿐 성공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3분기를 넘긴다 해도 영업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만큼 현주가는 높게 평가돼 있다”고 밝혔다.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카드업계와 증권가의 시선을 한데 모았던 논쟁은 한 때 보고서상 모건스탠리의 실수가 드러남으로써 LG카드로 분위기가 역전되기도 했다. 보고서에 기재된 지난해 LG카드의 총 자산규모 38조원이 실제보다 6조원 가량 많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 LG카드는 이를 근거로 보고서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단순한 표기 실수로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 모건스탠리측은 실수는 실수일 뿐 LG카드의 유동성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대부분 증권사들은 “모건스탠리가 왜 하필 이때, LG증권을 타깃으로 삼아 부정적 보고서를 작성했느냐”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모건스탠리가 강조한 ‘소신’에 점수를 주며 이 주장에 일부 동참하는 분위기다.같은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의 경우 ‘카드업계의 유동성 문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LG카드의 유동성에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카드사 유동성 위기감이 상쇄됐지만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으며 그중에서도 LG카드는 유동성이 취약해 하반기 강력한 시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회적이기는 하나 모건스탠리의 주장에 동조한 것.JP모건은 주장의 근거로 국민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우 발행채권 가치가 시장에서 안정화되는 추세지만 LG카드는 그 반대라는 점을 들었다.

리스크가 높은 채권일수록 이율이 높게 마련.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최근 4% 후반에서 6% 후반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LG카드는 7월말 현재 수익률이 7.8%로 거래되고 있어 국민이나 삼성카드에 비해 시장의 신임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모건스탠리가 처음 불을 지핀 논쟁은 초기에는 LG카드와 증권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나 점차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주목을 받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카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LG카드의 주장대로라면 매수를 추천해야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LG카드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들의 유상증자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각종 채권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지산  sa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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