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기자의 성생활, 미 언론윤리와 충돌

왓킨스는 NYT에 채용될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녀는 매클래치신문 인턴 시절 중앙정보국(CIA)이 상원 정보위를 염탐한 사실을 파헤치는 취재를 도왔는데, 이 보도가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그는 매클래치·허핑턴포스트·버즈피드·폴리티코 등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안보 분야에서 여러 건의 특종을 터뜨렸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 배후에 왓킨스의 애인 울프가 있었다고 본다. 왓킨스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상원 정보위의 한 사람과 사귀지만 결코 내 정보원은 아니다"고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왓킨스가 종종 울프에게 궁금한 걸 묻고 차마 메모는 못하고 암기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미 수사 당국은 둘 사이를 조용히 캐고 있었다. 작년 6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이 처음으로 당시 폴리티코 기자인 왓킨스를 접촉했다. 그는 두 사람이 다녀왔던 스페인 여행 일정까지 속속들이 파악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선 캠프 직원의 러시아 접촉'과 ‘스파이 전쟁서 러시아 우세' 등 왓킨스가 썼던 기사의 정보원을 캐물었다.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을 안 왓킨스는 울프와 작년 8월 헤어졌다고 한다. 왓킨스는 NYT 채용 면접에서도 이런 사실을 얘기했지만 NYT 워싱턴 지국은 그에게 안보 분야 취재를 맡길 것이 아니라서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유사한 관계를 끝내지는 않았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왓킨스는 울프와 헤어진 뒤 상원 정보위의 다른 직원과 데이트를 시작했다. 울프 역시 다른 여기자와 사귀며 기밀 정보를 흘렸다고 한다. 미 법무부는 지난 2월 “최근 수년간 통화 및 이메일 기록을 압수했다"고 왓킨스에게 사후 통보했다. 왓킨스의 통화·문자 내역 압수에 대해 비영리단체인 ‘기자보호위원회'는 “언론 자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NYT도 “끔찍한 조치"라며 “정부를 취재하는 능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성명을 냈다. 2015년에 마련된 미 법무부 지침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만 법원 명령이나 영장을 받아 기자의 사적 정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때도 해당 기자에게 사전 통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들 입장은 떨떠름하다. 뉴욕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왓킨스의 행위가 매우 비윤리적이라 무작정 언론 탄압을 외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가을 왓킨스가 울프와 헤어진 뒤 그녀가 폴리티코에 적을 두고 상원 정보위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을 때 그녀는 그 위원회의 다른 직원과 잠시 데이트했다고 왓킨스의 친구들이 NYT에 말했다.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 관계는 두 사람이 더 진지한 관계로 들어서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끝났다. 영국 보수당의 전 국회의원 루이즈 멘쉬는 트위터에서 왓킨스의 이 두 번째 관계가 “추해 보인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멘쉬는 왓킨스를 고용했던 언론사들을 “정보를 위해 그녀에게 매춘부 일을 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NYT를 꼬집어 이 신문은 “너무도 성차별주의적이어서 젊은 여기자들이 정기적으로 기사를 위해 섹스하는 것을 암시한다”고 공격했다. 멘쉬는 “그들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현격하게 더 늙은 여자들과 사귀는 남자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의 이 발언은 NYT의 다음 보도문을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그들의 관계는 워싱턴이라는 고립된 세계에서 펼쳐졌다. 이곳에서는 젊고 야심 있는 언론인들이 영향력 있고 종종 그들보다 더 늙은 취재원과의 관계수립을 탐색하는 가운데 특종을 놓고 경쟁한다” NYT는 또 이렇게도 썼다. “기자와 취재원 간 관계는 예술이지 과학이 아니다. 워싱턴에서, 취재원들과의 식사와 늦은 밤은 언론인 직무의 일부다. 하지만 애정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하나의 충돌로 널리 간주된다. 그것은 언론인을 편견이라는 비난에 노출시킨다” 성차별주의적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NYT를 비롯해 왓킨스를 고용하고 있거나 고용했던 언론사들은 왓킨스가 잠재적인 취재원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 언론사들은 울프가 잠자리에서 왓킨스에게 정보를 흘리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왓킨스의 장담을 그대로 믿었거나 믿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폭스뉴스는 분석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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