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차이고 안에서 받치고
밖에서 차이고 안에서 받치고
  • 박용수 
  • 입력 2003-10-06 09:00
  • 승인 2003.10.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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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주식 이어 한미 캐피털 주식 처분때도 내부정보 이용 혐의방카슈랑스 선점위해 직원들에게 보험가입 강요 집단 반발 사기도 김정태 행장의 감사원 문책에 이어 금감원의 검찰 고발까지 당한 국민은행.국민은행이 안팎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밖으로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을 검찰에 고발하는가하면 내부적으로는 은행측이 영업 실적을 위해 직원들에게 보험가입과 핸드폰 교체 등을 요구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은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감사원으로부터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가 부도덕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터진 악재라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신뢰성 저하라는 치명타를 안겨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증권선물감독위원회는 지난 24일 정례회의를 열어 국민은행과 이 은행 임직원 2명을 SK증권 주식 매각 과정에서 감자 추진에 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금융기관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증선위에 따르면, 국민은행 자본시장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A부행장은 소속부서장인 B씨로부터 SK증권의 감자추진 내용을 보고 받고 보유중인 SK증권 1,500여만주 중 728만5,291주를 매각토록 지시했다. 이 거래를 통해 국민은행은 28억원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지난 97년 SK증권의 역외펀드 투자 지급보증에 대한 대지급 관련 화해계약에 따라 지난 99년 10월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519만 5,291주를 보유하게 됐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지난 25일 국민은행의 한미캐피탈 보유 주식 처분 역시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여부도 조사키로 했다. 금감원은 이런 사실을 증권거래소로부터 통보받은 상태.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6월초 보유중인 한미캐피탈 주식 193만 200주(5.23%)를 매도한 뒤 지난 6월 9일 이 사실을 공시했으며, 한미캐피탈은 그 다음날인 6월 10일 이사회를 개최해 2.5대 1의 감자방침을 확정했고, 다음날 한미캐피탈의 주가는 가격 제한 폭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안팎의 분위기는 김정태 행장 흔들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감사원은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정기 검사에서 강도높은 조사를 통해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스톡옵션 행사와 은행 카드부문 부실 경영 책임을 요구하자 김정태행장 흔들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금감원은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받아들여 김정태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런 뒤숭숭한 상황에서 검찰 고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국민은행은 초상집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해 내심 반감을 보였다. 국민은행측은 관련 주식 매각은 은행 규정에 따라 처분한 것인데도 금감원이 민감하게 문제를 삼고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 금감원을 무고죄로 맞고소한다는 생각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감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금감원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 검찰에 고발하기게 이르렀다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고발에 국민은행의 반발이 거셌다.

국민은행측은 검찰 수사에 들어가서 무고로 판명이 되면 국민은행측이 금감원을 상대로 무고죄로 고발한다는 얘기마저 나도는 등 격앙된 상태”라고 전했다.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은행측은 관련 주식 매각은 은행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면서 금감원의 고발 조치가 무리한 판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을 고발하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는 시중에 김정태행장의 거취와 관련한 루머가 떠돈다는 점때문. 증선위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이번 주식 불공정거래와 연관이 있다는 혐의는 찾지 못했다고 미리 밝혔다. 당시 김정태 행장은 과로 등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한 보고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고발과 김정태 행장의 거취와 연결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는 은행이 주식 불공정 거래로 검찰에 고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다 검찰고발은 지나쳤다는 동정론 때문. 따라서 금감원이 강수를 두게 된 배경이 어디에 있느냐를 놓고 뒷말을 낳고 있는 것. 특히 김정태 행장은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난 뒤 주의적 경고를 받은 뒤라 더욱 그렇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감원이 또 다시 김정태 행장 때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뒤숭숭한 외부 상황도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국민은행은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국민은행측이 최근 방카슈랑스 선점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에게 무리하게 보험에 가입토록 하는가 하면, 이 달 1일부터 시작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인 뱅크온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핸드폰을 교체토록 하고 있어 국민은행 노조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18일 개인영업본부 김영일 부행장을 만나 비정상적인 실적 독려와 과당경쟁 금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방카슈랑스 초기 시장 40% 선점을 목표로 한 국민은행은 개별 영업점 평가시 방카슈랑스 항목을 업계 최고 수준인 10%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조항을 두지 않거나 최대 1~2%정도 반영하고 있는 타 은행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부 지역본부의 경우, 방카슈랑스 실적을 매일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또 ‘뱅크온’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원이나 가족들이 멀쩡한 핸드폰을 LG텔레콤(019)으로 바꾸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당 30만원을 호가하는 신규 핸드폰을 구입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현재 방카슈랑스 실적의 70~80%가 직원이나 가족 명의로 가입되거나 꺾기, 끼워팔기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제살 깎아먹기식 시장 점유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국민은행의 또 다른 직원은 “뱅크온 서비스 실적을 높이기 위해 원래 011을 썼는데 019로 변경하게 됐다”며 “은행 보조금도 없어 자비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뱅크온 서비스 가입 고객중 거의 대부분이 국민은행 직원들로 알려졌다. 수천여명의 고객을 유치한 뱅크온 서비스 고객중 거의 80%가 국민은행 직원과 가족들이다.특히 뱅크온 서비스를 위해 LG텔레콤과 제휴를 맺은 국민은행은 향후 SK텔레콤과 KTF와의 추가 제휴를 염두에 두고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금융계 한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국민은행은 SK텔레콤과 제휴를 추진했지만 양사의 주도권 다툼으로 이번에 LG텔레콤과 제휴를 맺게 됐다”며 “LG텔레콤과의 계약이 11월말까지이므로 뱅크온 실적이 좋으면 국민은행은 SK텔레콤과 KTF와의 추가 계약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핸드폰 교체시 보조금을 제공할 경우 타 통신업체들로부터 불공정 거래 시비가 일것이므로 이를 해줄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한편, 이같은 국민은행 노조의 지적에 김 부행장은 허수계좌를 금지하는 문서를 보내고 이를 어길 경우 문책조치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는 과도한 실적 경쟁이 계속될 경우 방카슈랑스 관련 위·탈법 사례를 구체적으로 모집,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용수  par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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