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서 유해물질, 목 타들어 가는 대구시
수돗물서 유해물질, 목 타들어 가는 대구시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06-29 18:30
  • 승인 2018.06.29 18:30
  • 호수 1261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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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사재기’ ‘생수터 북새통’ 때 아닌 생수 대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대구에서 재난 현장을 방불케 하는 ‘생수 사재기’ ‘생수터 북새통’ 현상이 벌어졌다. 원인은 대구 수돗물.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대구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의 농도가 서울의 5배 이상으로 타 지역에 비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구 시민들이 ‘물 공포’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환경부 안전하다고 하지만…대구시민 불안 수그러들지 않아
과불화화합물 관리 엉망…여과 없이 낙동강 유입


현재 대구는 수돗물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자 수질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불신이 팽배한 실정이다.

과불화화합물이란 아웃도어 제품과 종이컵, 프라이팬 등 생활용품에 주로 사용되는 물질로서 생식 기능 저하와 암을 유발하거나 호르몬 체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도 존재한다. 

환경부는 이 물질을 지난 5월 29일 라돈과 함께 수돗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신규 지정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불식하고자 대구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달 28일 낙동강 수계 정수장(매곡·문산 정수장)에 분말활성탄 접촉조 설치공사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분말활성탄이란 입자가 작은 활성탄으로 수중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데 쓰인다. 최근 낙동강 수계에서 발견된 과불화화합물을 포함, 미량 유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다.

이에 관해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정수장에 활성탄이 지금도 있지만 이것을 보다 효과 좋은 신(新)탄으로 교체하려 한다”면서 “대략 1년 정도의 시간과 145억 원 정도의 금액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시설이 설치되면 낙동강 수계 수돗물을 공급받는 대구광역시 중구·서구·남구·달서구·달성군·북구 일부 지역 64만여 가구와 160만 명 등이 더 향상된 수질의 수돗물을 공급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기관은 대구 수돗물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매주 월·수·금요일 낙동강 정수장의 원수와 정수의 수질 검사 결과를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향후 조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뉴시스>

환경부 vs 시민단체
상반 의견 충돌

 
환경부와 대구광역시가 수돗물 사태 조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구시는 수돗물 문제를 포함한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지난달 25일 환경부 안병옥 차관은 대구시 달성군 매곡정수사업소를 방문해 현재 화두에 오른 과불화화합물의 체계적인 관리와 다른 미규제 화학물질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알렸다. 

이 방문에서 안 차관은 대구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괜찮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서 직접 들이켜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는 모양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김은영 국장은 “(현재) 어린이집 등에서도 (수돗물의 수질) 안심을 못해 (집에서) 생수를 가져오라고 할 정도”라면서 “대구시민들이 (대구 수돗물 사태에 관해) 아직까지 불안한 것이 당연한데, 물을 마시는 행위 등으로 (불안감을) 무마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과불화화합물은 미규제 물질이기 때문에)구미산업단지에서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인데, 이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해물질에 관해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면서 “구미시나 환경부에서도 이것들이 여과 없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부분에 대해 너무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국장에 따르면 구미산업단지 내 많은 업체들이 과불화화합물을 사용하는 것을 미뤄봤을 때 대구시민들이 단순히 어제, 오늘을 두고 이것이 포함된 수돗물을 마셔온 것이 아니라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마셔왔을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그는 “(과불화화합물의 안전성이) 실제 건강·의학적으로 증명이 안 된 상황”이며 “유해물질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작용되기 때문에 (검출된 수치가) 어떤 사람에게는 안전할 수 있지만 영유아나 임산부들에게도 그렇다고 할 순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 단순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 중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발암물질로 지정된 과불화옥탄산(PFOA)의 우리나라 검출수준이 권고 기준을 설정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낮게 검출됐으니 ‘안전하다’ ‘마셔도 된다’고 말하는 환경부의 설명은 대구시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의하면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에서의 검출된 과불화옥탄산은 0.004㎍/L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것이 캐나다 0.6㎍/L, 독일 0.3㎍/L, 호주 0.56㎍/L 등 외국 권고기준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WHO와 외국 모두) 먹는 물 수질기준은 사람이 하루 2리터씩 평생 마셔도 문제없는 수준의 농도로 설정되기 때문에 특정 물질의 검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의 검출농도 증가 관련해서 “외국 권고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되나 사전 예방 차원에서 감시항목으로 지정하고 저감조치(배출원 차단 포함)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매곡정수장의 과불화헥산술폰산 검출수준은 0.126㎍/L였다.

이 유기성 화합물은 발암물질은 아니나 지속적으로 노출될 시 임산부의 태아 세포 손상 및 청소년에게 ADHD를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현재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추후 방지를 위해 ▲구미산업단지 내 모든 유해물질 사용을 중단할 것 ▲구미산업단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의 사용시기와 사용량, 현재 사용 중인 과불화화합물이 유해물질로 등재된 시기 등 공개 ▲낙동강에 취수원을 둔 대구 시민들, 특히 영유아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건강역량평가 진행과 결과 공개 ▲해당 사태 관련 명확한 책임자 처벌 ▲사고 당사자인 구미산업단지와 구미시가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법적·경제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부 사건 축소·은폐
의혹 제기

 
지난달 23일 TBC(대구방송)는 “환경부가 낙동강의 유해 물질 농도가 높다는 것을 지난해 말 알고서도 최근에야 배출 공장을 찾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을 인지하고 후속 대응을 하는 데 대략 7개월의 공백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의혹에 환경부는 “2012년 전국 정수장을 대상으로 미규제 미량물질인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보고” 있으며 “과불화화합물 배출사업장은 환경부가 배출 사실 통보 후 자발적으로 즉시 원인 파악에 착수해 배출되지 않도록 차단조치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대구시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겪었다. 해당 사건은 1991년 3월 16일과 4월 22일 두 차례 동안 각각 독성물질인 페놀 30여 톤과 1.3톤이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두산전자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출된 사건이다. 

녹색연합은 1999년 해당 사건을 “9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 중 1위로 꼽기도 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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