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발동 거는 ‘주류 8인’…선 그었으나 여지 남긴 ‘비주류 5인’
이재정 ‘수도권’ 송옥주 ‘경기’ 박경미 ‘서초’ 김현권 ‘TK’ 준비정춘숙 ‘용인 수지’ 심기준 ‘강원 원주’ 제윤경 ‘경남 사천’ 이수혁 ‘전북 정읍’
이철희 “때가 되면…” 권미혁 “향후에” 김성수‧이용득‧최운열 “아직 생각 없어”
“벌써부터 잿밥에 관심” 따가운 시선…“쉽게 배지 단 비례들 험지로 가야” 지적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총선을 내다보고 있다. 특히 당내 비례대표 의원들이 차기 금배지를 향한 ‘금빛 질주’를 시작해 주목된다. 재선 의사가 있는 비례 의원들은 ‘지역구 찾기’에 골몰하면서 본격 지역구 챙기기에 나설 태세다. 최근 지역 선정을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를 두고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비례대표제 취지상 전문성을 살려 입법 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요서울은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재선 도전 상황을 살펴봤다.
통상 비례 의원이 재선 도전에 나설 경우 지역구 선거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이러한 관행에 따라 연고가 있는 지역구를 찾거나 거주지를 옮기는 등의 방식으로 출마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미 사무실을 차려 본격 지역 민심 다지기에 나선 의원들도 있다.
현재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 253개 지역위원회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비례 의원들은 이번 지역위원회 개편에 맞춰 지역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당내 비례 의원 총 13명 중 8명이 신청 의향을 내비치며 재선 행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위원장 신청 속속
우선 지난 총선에서 ‘수학 전문가’로 민주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경미(52) 의원은 이번 지역위원회 개편에서 서초 지역위원장 공모를 검토 중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서초 지역을 포함 어디가 나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결론이 나면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 지역에 오래 거주한 박 의원은 이 지역 출마 권유를 주변에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은 박 의원은 현재는 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당내 박주민(45) 의원과 함께 대표적 젊은 기수로 꼽히는 이재정(44) 의원도 재선 도전에 나설 태세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라는 게 한 번만 하고 그만둘 수는 없는 거고, 연속성과 지속성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국회 정책연구위원(2급 상당)과 당 홍보국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송옥주(52) 의원도 지역 다지기에 본격 나설 모양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경기도 지역 내 한 곳을 택해 (지역위원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 출신인 송 의원은 화성 지역이나 학창시절을 보낸 수원 지역을 검토 중이다. 송 의원은 2008년 16대 총선에서 당시 야권 열세 지역이었던 화성갑 지역에 당의 권유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어 이 지역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경북 의성 출신 김현권(54) 의원의 경우 대구‧경북(TK) 지역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지역위원회 개편과 관련해 “서류 접수할 때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지역이 어디인지는 말을 아꼈다. 의성한우협회장을 지낸 김 의원은 현재 당내 TK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지역 사무실 차리기도
지난 총선에서 비례 13번으로 ‘턱걸이 당선’된 정춘숙(54) 의원은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정 의원은 올 초 거주지를 경기도 용인 수지구(용인병)로 아예 옮겼다. 이 곳에 연고를 두고 본격 지역 다지기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현재 이곳은 자유한국당 한선교(59‧4선) 의원의 지역구다.
용인병을 지역구로 선정한 데 대해선 ‘민주당 불모지’라는 이유를 들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용인 수지구) 지역 주민들의 성향은 민주당과 가까운데 한 번도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 곳 지역위원장 신청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역 스킨십을 늘리는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백군기 용인시장 선거 캠프에) 보좌진들이 파견돼 정책, 전략 등을 지원하며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아울러 지역 현안을 둘러싼 주민들과의 간담회, 직능단체 간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서도 지역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다.
비례 14번이었다가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으로 의원직을 승계 받은 심기준(57) 의원은 강원 원주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곳은 한국당 김기선(66‧재선) 의원 지역구다. 강원 원주 출신인 심 의원은 강원도 정무특별보좌관을 거쳐 강원도당위원장, 국회 평창올림픽지원특위 위원을 맡는 등 지역 사정을 두루 꿰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제윤경‧이수혁 의원의 경우 올해 초 이미 지역위원장에 임명돼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 지역위원장을 맡은 제 의원은 지난 2월 사천에 사무실을 열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제 의원은 지방선거 기간 김경수 경남지사 캠프의 대변인을 맡거나 장충남 남해군수 당선인의 선거 지원에 나서는 등 지역 민심잡기 행보에 몰두했다.
전북 정읍 출신의 ‘외교 전문가’ 이수혁(69) 의원도 지난해 말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에 임명돼 지역 챙기기에 나섰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선거 지원 활동을 하면서 지역을 누볐다. 이 지역은 민주평화당 유성엽(58‧3선) 의원의 지역구다.
이 의원은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주 독일대사를 지낸 외교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비례 7번을 받았던 문미옥 의원이 지난해 대선 이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 임명되면서 비례 의원직을 승계받았다.

“지금은 때가 아냐”
나머지 5명의 비례 의원들은 현재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지는 남겨 총선이 다가올수록 출마 쪽으로 기울 공산은 여전히 있다. 아울러 당에서 비례 의원이 벌써부터 재선 의사를 밝히며 지역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자제’하라는 분위기가 있어 이를 의식한 입장일 가능성도 있다.
당내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이철희(54) 의원은 재선 도전 여부를 묻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때가 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출마하겠다”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의원은 “정식으로 말한 게 아니다”라며 ‘시기상조’라는 취지의 답변을 재차 했다.
경북 영일 출신인 이 의원은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예능 프로그램 ‘썰전’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 정계에 입문했다.
‘여성전문가’로 정계에 입문한 권미혁(60) 의원은 아직 재선 도전 의사가 구체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재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의정활동에 좀 더 집중한 뒤 향후 고민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외 김성수(62), 이용득(65), 최운열(69) 의원은 “현재 전혀 생각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도 있는 뉘앙스를 남겼다.
언론인 출신으로 목포 MBC 사장을 지낸 김 의원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나 현재로선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의 이 의원은 “전혀 준비를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이 필요한 데가 있으면 (향후) 나가면 되는 것”이라며 “당이 필요로 하는 곳이 꼭 있었다. 기회가 닿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하는 거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서강대학교 부총장과 금융통화위원회 의원 등을 지낸 최 의원은 나이와 지역구 관리의 어려움을 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의원은 “나이도 그렇고 지역구를 관리할 자신이 없어서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학교에만 오래 있다가 와서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 깊은 생각을 안했다”고 했다.
“취지 맞게 입법 활동 전념해야”
vs “현실 정치서 지역 행보 불가피”
비례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을 하는 데 대해 ‘물밑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비례 의원들은 대표적 ‘전문가 그룹’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만큼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입법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터를 잡고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지역구 당선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자신의 전문성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 정치에서 지역 기반 활동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지역 활동 없이 비례대표만 고집할 경우 “호사만 누리려고 하느냐”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이에 비례 의원이 재선 도전에 나설 경우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쉽게 배지를 단 비례 의원이 쉽게 또 달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험지로 가서 열심히 뛰어 기반을 만들고, 당에 기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해서 만약 떨어지게 되면 본래의 분야로 가서 전문성을 발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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