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발 정계개편? ‘책임 후폭풍’일 뿐… 보수 야당, 노력도 안 해”

보수 재건, ‘인물’ 아닌 ‘가치’ 중심으로 나가야 ‘승산’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정규재 팬앤드마이크 대표는 2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6.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참패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현 집권당이 ‘탄핵’과 ‘적폐’ 프레임 속 한국당을 ‘준범죄 집단’처럼 만들고, 한국당은 그 프레임을 이겨 내지 못해 자멸했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 책임으로 정계개편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주도적 의미를 뜻하는 ‘야권 발 정계개편’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보수 재건’에 대해서는 “한국 정치 상황은 가변성이 매우 크다.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다음은 정규재 대표와 일문일답.
-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했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이유에 대해 여러 관측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그동안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있던 ‘안보 프레임’이 소위 ‘평화 프레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북한(한반도) 문제가 어떤 식으로는 변화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응축된 결과일 것이다. 집권당은 남북관계가 극적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국민들은 이를 신임하면서 프레임이 바뀌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대감’ 자체가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실망감으로 바뀔 것이다.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사기 당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아마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평화냐 ‘가짜’ 평화냐 하는 건 이제 두고 봐야 한다.
- 그렇다면 만약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 국민들이 다시 보수 야당으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는 말인가.
▲ 그건 다른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어차피 (이번 선거에)패배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지는 건데 ‘압도적’으로 패배하는 것은 그런(한반도 문제) 요인들이 기능을 했다고 본다.
- 또 다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6.13지방선거 직후 자유한국당 내 다시 불거진 ‘계파 갈등’ 조짐도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결국 보수 야당에 등을 돌리게 한 것 아닌가.
▲ 현재 한국 정치는 (여전히)탄핵 사건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패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한국당은 ‘탄핵’을 만들어 낸 정당이다. ‘비박’이 ‘친박’을 공격한 사건이 바로 ‘탄핵’이다. 자유한국당은 탄핵 사건 ‘주범’인 것이다. 또 탄핵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적폐’로 (규정)됐다. 국민들 뇌리 속에 자유한국당은 ‘준범죄’ 집단처럼 보이고, 현 집권당이 그것을 만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탄핵’과 ‘적폐’라는 패러다임을 이기지 못했다. 싸워서 극복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비박’이 탄핵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될 땐 ‘친박’이 박수를 쳤다. 그래서 그 프레임이 계속 유지된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그 프레임을 무너뜨리고 당을 다시 추슬렀어야 하는데 못했다. 패배는 당연한 것이다. 자멸이다.
- 이번 선거에서 보수 야당은 영남권도 민주당에 내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역주의는 완전히 끝났다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역주의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별 보수‧진보의 표를 보면 여전히 기본적으로 ‘지역주의’가 압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보수 진보가 갈려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도’가 소위 ‘좌익’을 지지한 것이다. 지역주의가 끝났다는 것은 승리를 ‘데코레이션’ 하는 말이다. ‘지역주의를 이겨내고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 정가에서는 현재 분위기가 총선‧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완전히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가변성과 유동성이 굉장히 높다. 언론도 쏠림현상이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어떻게 뒤집어질지 모른다.
-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야권발 정계개편’이다. 정계개편을 통해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우선 ‘야권 발’은 잘못된 얘기다. 야권이 정국 자체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지 못했는데 무슨 ‘야권 발’이냐.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련의 ‘정치적 후폭풍’일 뿐이다. 주도적인 게 아니라 책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말은 적합하지 않다. 지금 야권은 정계개편할 힘도 없다. 노력도 안 한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정계개편의 방향은 어떻게 흘러가야하나. ‘새 인물’을 중심으로 정당들을 와해하고 재건축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 이념에 의해서 이합집산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이념의 업이다. 보수는 보수답게, 진보는 진보답게, 좌익은 좌익답게, 우익은 우익답게 재편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당과, 대중민주주의를 하겠다는 당의 양립 구도로 봐야 한다.
즉 ‘인물’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 재편이 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느냐, 자유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느냐, 아니면 소위 ‘자본주의는 싫다’ ‘사회주의로 가자’는 정당과 ‘자본주의로 가자’ ‘자유민주주의로 가자’는 정당. 이렇게 나뉘어야 한다. 인물 중심은 아니다.
-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보수 재건이 가능하다고 보나.
▲ ‘정당’이야 얼마든지 재건이 가능하다. 그런데 국민들의 지지 여부는 두고 봐야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확고히 하고,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설득을 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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