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경제팀 ‘사면초가’

일자리 예산에 30조 넘게 투입했으나 결과는 ‘글쎄’
김동연 경제부총리 “현재 고용 동향 충격적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하고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편성했으나 정작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출범했으나 막상 현재까지 받아든 고용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2000명 증가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오히려 고용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보면 1월 33만4000명으로 호조를 띠었으나 2월부터 4월까지는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그쳤다. 5월 증가폭은 10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인 2010년 1월(-1만 명) 이후 가장 작았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 후반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 추세대로라면 10만 명 초반도 버거울 전망이다.
1~5월 취업자 증가폭은 약 14만9000명에 그쳤다. 6월 들어 20만 명 가까이 증가해야만 상반기 증가폭이 10만 명대 후반을 기록할 수 있다.
경제 정책 전반
신뢰도 추락
실업지표도 악화 상태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12만1000명으로 다섯 달 연속 100만 명을 넘겼고, 실업률은 4.0%로 5월을 기준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높았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다. 관련 통계 집계 방식이 변경된 1999년 6월 이후 지난달을 기준으로 최고치다.
지난해 연간 청년실업률이 9.9%로 21세기 들어 가장 심각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나섰다.
지난해 정부 출범 두 달여 만에 11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했다. 올해 본 예산에는 19조 원이 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으며 상반기에는 청년일자리와 지역경제에 초점을 맞춰 3조9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총 3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일자리에 투입하고 있으나 고용지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했으나 청년실업지표도 악화 일로다. 결국 정부가 일자리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형국이다.
일자리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정책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도 의문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긴급 경제현안간담회 소집
“무거운 책임 느껴”
경제팀의 위기의식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김 부총리는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 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은 물론,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 수석도 회의에 참석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발표된 고용동향 내용은 충격적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저를 포함한 경제팀 모두가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위해 나름 노력해 왔지만, 기업과 시장에 대한 ‘펌핑’이 부족해서 일자리 창출이 미흡했던 것 같다”며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높이는 구조적 노력을 지속하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단기적 대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경제팀은 일자리 정부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실패했음을 사실상 시인하고 반성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청년 일자리 문제”라고 밝혔다. 또 당일 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 순방 기업 인사들을 만나 “거시지표가 크게 나쁘지 않음에도 일자리 문제가 우리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며 고심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가 위기의식을 높이는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김 부총리는 최근 방일 일정 동안 틈을 내 일본의 일자리 상황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00%에 가까운 일본 취업 현장을 보고 우리 청년들의 일본 진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잠시 짬을 내 와세다 대학교를 방문했다”며 “일본 대학생과 현지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 청년 일자리 문제, 졸업 후 진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정책, 양국의 협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고용 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에서 세 가지를 약속했다. 우선 소득분배 악화와 연계해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 임시 일용직, 일부 도소매 숙박을 포함한 업종별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어려움을 겪는 계층 중점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의 원활한 집행은 물론, 내수 제고 노력도 강화키로 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일자리창출이 될 수 있도록 혁신성장, 규제혁신, 필요한 재정 지원과 세제 지원,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일자리는 어느 한 부처의 일이 아니다”라며 “모두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범 부처적으로 챙기도록 해야겠다. 적은 수의 일자리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 부처가 다 같이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으고 다짐하자”고 덧붙였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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