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금호유화 주가는 상한가를 올리는 등 오랜만에 나온 호재를 살려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주식소각 등의 재료가 반영됐지만 상승폭은 크지 못했다. 주식소각 소식이 호재였음에도 금호유화는 연초 대비 2배 오른 주당 5,200원에 만족해야 했다. 금호유화의 자사주 소각에 대한 재계의 시각은 남다르다. 금호그룹도 적대적 M&A에 노출됐다는 분석이 그것. 이는 금호유화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인데다 금호그룹의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유화가 외국계 자본에 대항해 자사주를 소각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주식매집 등을 통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식소각 등 주식수를 줄여 주식가치를 높이거나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도 M&A 방어 기법. 금호유화는 외국인 지분율이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등 외국계 자본에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기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우선 금호유화의 시가총액이 1,500억원 안팎으로 낮은 상태이며, 지난해부터 실적이 크게 호전된데다 그룹 지주회사라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적대적 M&A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게다가 금호그룹은 이번 대선자금 수사 파문으로 박찬구 금호그룹 회장 등 고위 경영진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등 그룹 안팎이 어수선하다.
SK(주)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례처럼, 이런 틈을 타고 주요 그룹의 지주회사들을 노리는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예상된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대적 M&A에 대비, 금호그룹이 자구책마련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금호그룹이 금호유화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호유화 관계자는 “그룹 경영권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서는 금호유화의 적대적 M&A의 가능성을 비현실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실적이나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점과 그룹 지주회사라는 점이 장점이라는 것. 금호유화 관계자는 이와 관련,”금호유화의 자산가치나 기업가치로만 평가해도 주당 최저 1만5,000원에서 최대 3만 5,000원까지 평가돼야 하는데 시장에서 너무 낮게 평가됐다”며 “내년부터는 기업홍보 등을 강화해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유화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5,200원. 금호의 기대치보다 1/3 정도만 평가받고 있는 상황. 발행주식수는 약 3,000만주. 얼추 따져도 금호유화의 시가총액은 대략 1,500억원대 선. 약 800억원의 투자로 경영권 확보는 충분한 셈. 금호유화는 지난해 매출액 1조원대, 당기순익 109억원을 올린데 이어 올 3/4분기 매출액 8,669억원, 당기순익 439억원 등으로 실적도 크게 호전됐다. 구조조정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금호유화는 금호그룹의 명실상부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찬구 금호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약 24%를 보유, 대주주로 돼 있는 금호유화는 아시아나 항공(15%), 금호산업(45%), 금호개발(49%), 금호미쓰이화학(50%), 금호생명(32%)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유화가 향후 자사주를 어떤 식으로 방어하면서, 경영이익을 실현할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용수 par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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