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호남’ 팽 당한 민평당, ‘선장’ 잃은 바른미래당 흡수통합론
[심층취재] '호남’ 팽 당한 민평당, ‘선장’ 잃은 바른미래당 흡수통합론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8-06-15 16:34
  • 승인 2018.06.15 16:34
  • 호수 1259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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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소수 정당의 운명은 풍전등화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영남보다 수도권에 올인했던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 진 것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평화당은 수도권보다는 호남에 화력을 집중했지만 단 5곳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해 체면치레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호남에서 ‘팽’당한 민주평화당은 집권 여당에 러브콜을 기다려야 하는 초라한 신세로, 영남과 수도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향후 있을 보수대통합 움직임에서 ‘을’의 신세로 전락할 운명에 처했다.
 

- 수도권 ‘집중’한 바른미래당 영남·수도권 ‘참패’
- 호남 출신 의원 ‘여당행’이냐 ‘무소속이냐’ 갈림길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지만 유 전 대표의 미래는 당만큼이나 불안하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선거에서 선출직으로 광역단체장 14곳, 기초단체장 98곳 등 총 889명의 후보를 냈다. 하지만 광역 및 기초단체장 당선자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또한 기초의원은 광역 1명, 기초 19명 등 20명을 당선시켰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12곳 중 8명의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는 나오지 않았다.
 
수도권·영남 ‘두 마리
토끼’ 다 놓친 바른미래당

 
특히 바른미래당은 유승민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보다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지방선거 출마자를 집중해 선보였지만 참패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후보에 나섰다가 김문수 후보에게도 뒤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구 경북의 경우 총 101명의 후보를 출마시켜 기초의원 4명만 당선됐다. 생환율이 4% 불과해 당 존재감이 기초부터 흔들리는 형국이 됐다.
 
바른미래당은 30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야권 발 정계 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특히 광주 지역구를 가진 권은희(재선, 광산을), 김동철(4선, 광산갑), 박주선(4선, 동남을) 의원과 전남 주승용(4선, 여수을), 전북 김관영(재선, 군산) 정운천(초선, 전주을) 의원 등의 움직임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정운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의원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향후 통합 과정을 밟을 경우 호남 출신 의원들이 함께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이 각자도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는 집권 여당에 일부는, 민평당에 일부는 무소속으로 남아 미래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른미래당만큼 향후 미래가 불안한 정당이 민주평화당이다. 민평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2곳, 기초단체장 44곳을 포함해 총 329곳에 선출직 후보자를 냈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4곳과 기초의원 47명을 배출한 게 전부다. 그나마 자신들의 지역기반이라는 호남에 집중적으로 후보를 출마시켰지만 철저하게 패했다.
 
민평당 소속 국회의원은 총 14명으로 전부 호남에 적을 둔 인사들이다. 광주에 4명, 전남북 각각 5명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결과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호남 정치 1번지’ 광주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민평당 283곳 후보 내
기초단체장·의원 51명 당선

 
광주 국회의원 4명을 보유하고도 텃밭인 광주에서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광주 시장 선거에서는 후보도 내지 못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정의당에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사실상 정당 지지율에서도 정의당에 뒤진 셈이다.
 
전남지사, 전북지사 모두 민주당 후보는 민평당 후보와 일대일 대결에서 50%P 격차로 당선됐다. 민평당이 전력을 다 동원해 집중한 전남 선거의 패배는 아픈 대목이다. 박지원 의원의 정치 텃밭이자 민평당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전남 목포에서조차 졌다.

목포시장 선거의 경우 민평당 박홍률 후보가 박빙으로 패했다. 특히 박 후보는 현직 시장 출신인데다 박지원 의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도 졌다는 점이 아픈 대목이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민평당은 광주 서구갑과 전남 영암·무안·신안, 노원병 등 호남 두 곳과 서울 한 곳에 후보자를 냈다. 그러나 모두 여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초 민평당은 호남에서 기초단체장 8곳을 확보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전남 해남군수, 고흥군수, 함평군수, 전북 익산시장, 고창군수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게 전부다. 호남에서 참패는 당을 존폐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당초 민평당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박지원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호남 경쟁력을 입증한 뒤 여당인 민주당과 연정을 구상하기도 했지만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선거 전만 해도 민평당은 14석이라는 원내교섭단체 기준에 못 미치는 당 현실로 인해 6석을 가진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이에 박 의원은 평소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 지역구 출신인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김관영, 권은희 의원들은 선거 후 민평당으로 올 것을 주장했다. 여기에 무소속 손금주 의원과 이용호 의원을 설득한다면 단독으로 교섭단체르 구성해 민주당과 범여권을 이룬다는 것이 ‘박지원 구상’이었다.
 
민평당·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 ‘들썩’

 
그러나 민평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오히려 자당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당장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 의원들이 민평당에 올 명분이 사라졌다. 호남에서 ‘팽’당한 정당에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권 여당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년도 안남은 총선에서 바른미래당과 함께 민평당 간판으로 승산이 없다는 평가는 곧 양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다가올 공산이 높다. 정치권이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에, 민평당은 민주당에 흡수통합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는 이유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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