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지층 이탈과 민주당 지지층 결집 도와

남경필 전 경기지사 지지율 상승에 ‘찬물’
이재명 경기지사 형수 욕설 파문‧김부선 스캔들 희석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던 정태옥 의원은 지난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천은 제대로 안 된 직업을 갖고 오는 사람이 모이는 곳” “서울에 살던 사람이 양천구, 목동에서 잘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 남구 쪽으로 간다” 등의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순식간에 퍼졌고 해당지역 시민들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난이 빗발쳤다.
당시 유정복 전 인천시장은 당일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민심이 악화되고 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자 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지난 9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1동 재래시장 방문 인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박하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일갈한 뒤 “(정 의원은) 대변인직에서 사퇴를 했고 윤리위원회를 소집해서 적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이부망천’ 논란이 있기 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인천·경기권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여왔기에 한국당 막말 파문에 전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막말 사건이 한국당 지지층 이탈과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낳고, 표류하던 수도권 민심을 민주당으로 기울게 한 ‘굳히기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아울러 막말 논란 파문이 워낙 커지는 바람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생활 추문이 상대적으로 덜 돋보이게 됐다는 점도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부망천 사건은 정 전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지방선거 내내 지속됐다.
정태옥 의원 발언에
부천‧인천 민심 안 좋아져
여의도 복수 인사들에 따르면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 발언이 확산되면서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속앓이도 깊었다고 한다. 이 발언으로 한국당 유정복 전 인천시장은 직격탄을 맞은 격이지만 발언 내용에 경기 부천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남 전 지사 측도 유탄을 맞게 될까 고심한 게 사실이다.
선거 직전 이재명 경기지사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입을 열고 나서면서 남 전 지사가 상승세를 타던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느닷없는 ‘이부망천’ 발언은 남 캠프 측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난 10일 밤 9시경 한국당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경기도 내 의원·당협위원장들과 긴급 연석회의 진행해 막판 선거 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재명 스캔들’ 관련 전략이 주된 의제로 논의됐으나 ‘이부망천’ 논란에 대한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부선 발언 영향에 거의 (민주당을) 따라잡았던 상황인데 느닷없는 발언에 부천 민심이 안 좋다”며 “원래 부천지역 민심이 좋지 않았지만 더욱 나빠졌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부천도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경기도는 경합 열세로 보는 지역 중 하나인데 (상대 당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두고봐야 한다”고 말을 했었다.
당시 이 경기지사 측에서는 이부망천 논란을 반기는 눈치였다. 형수 욕설 파문에 이어 김부선 스캔들로 맹공을 당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논란을 최대한 부각시켜 역공으로 활용하려 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경기지사는 후보였던 지난 9일 부천 유세장에서 “한국당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이부망천, 힘겹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지역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며 지역 민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민주당 당 지도부에서도 가세해 맹공했다.
실제 선거 직전 여의도연구원에서 실시한 막판 여론조사 분석 결과, 남 전 지사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이부망천’ 발언 논란은 두고두고 뼈아픈 실책으로 남을 전망이다.
정동영, 열린당 시절
‘노인 폄훼’ 발언으로 곤혹
정치인들에게 있어 말실수는 되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오점을 남기곤 한다. 특히 선거 기간에는 특히 더 말조심을 해야 하지만 정치인들의 말실수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과정에서 있었던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말실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정 의장은 선거 직전 인터뷰에서 “60,70대는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며 ‘노인 폄훼’ 발언을 해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정 의장은 인터뷰에서 “미래는 20대, 30대들의 무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분들은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노인층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점쳐졌던 상황이었지만 결국 이 발언 이후 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정 의장은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까지 내놨다.
비록 선거철이 아니었지만 지난해에는 지금은 사라진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한 기자와 통화 중 학교 급식자 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냥 밥하는 아줌마다” “미친 X들이야 완전히” 등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막말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당시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마치 1년 전, 국민을 개돼지로 비하했던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이 떠오를 정도”라며 “도저히 공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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