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이러한 해외시장 개척사업의 ‘허와 실’을 집중 취재했다. 지자체나 협회 등의 요청에 따라 KOTRA, 무역협회 등 시행기관에서 실시하는 해외시장개척단(이하 시개단)은 산업자원부, 지자체, KOTRA에서 상담장 임차료, 시장조사비용, 통역비 등 공통비용을 부담하고 시행기관인 KOTRA가 해외 현지 시장성 조사와 바이어 물색, 상담일정 등 실무를 추진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항공료와 숙박비 등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수출상담을 추진할 수 있어 시개단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개단에 참여해본 기업들은 시개단 파견 과정에서 현재까지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으며 참여기업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불만을 품고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자금부담과 수출경험이 부족한 많은 중소기업들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개단 참가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상에서 바이어 미팅 취소나 부적합한 바이어 소개, 추가 비용 부담 등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2차례 시개단에 참여했던 반도체관련 부품제조업체 P모 사장의 말이다.
그는 또 “시행기관의 현지무역관에서 통역인력을 지원해주는데 통역인력이 관련분야의 다른 한국기업들에 수출가격, 기술 및 제품정보 등 회사기밀을 빼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경쟁을 하게 되고 현지업체에 기술정보만 제공하고마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KOTRA 해외무역관의 경우 시개단 참여 업체에 전문 통역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체 인력은 없고 상황에 따라 외부에서 조달하는 실정이지만 외부인력 조달시 전혀 검증을 하고 있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KOTRA 해외무역관도 국가별, 지역별로 인력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2~3명이 전부여서 인력부족으로 인해 제대로된 바이어 유치와 상담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시개단 파견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지역의 경우 바이어 상담시 현지 관련업체가 아닌 전문투자회사들이 미팅에 참여해 자본과 기술투자만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시장에서 만연되고 있는 기술유출과 무분별한 투자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휴대폰 관련 부품 제조업체 K모 사장은 “중국 시개단 참여신청을 했고 파견업체로 선정돼 KOTRA가 10여개의 현지 바이어를 유치했으나 현지에 나가 바이어상담을 했을 때는 투자자문회사나 수출품목과 무관한 회사들이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그는 또 “투자자문회사는 공장설립과 기술투자만을 요구하거나 현지의 우수한 업체를 소개해주는 대신 일정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특히 본지에서 입수한 KOTRA 자체 시개단 평가자료에서도 현지에서 바이어 미팅이 취소되거나 불일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매년 산자부, 지자체, KOTRA 등이 약 4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시개단 사업을 통해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구두계약만 이뤄진 것이 상당부분 포함돼 실제 수출계약이 이뤄진 것은 많지 않다는 것.게다가 참여업체들은 파견인력 1인당 약 3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되고 바이어 접대비 등이 추가되면 직원 2명을 파견할 경우 약 1,000만원 가량이 소요되고 있어 영세기업들에는 부담되는 액수다.
접속자재 관련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현지 무역관에서 지원해주는 통역인력들이 바이어 미팅시 접대를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며 “중국지역 조선족 통역인력의 경우 아예 접대없이는 비즈니스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접대를 강요해 예상소요비용보다 상당히 추가돼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KOTRA 관계자는 “상담일정 취소나 연관성이 없는 바이어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시개단 파견전에 면밀한 시장조사와 바이어 유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시개단 파견을 요청하는 지자체나 협회에서 일정을 변경하거나 독촉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시행기관의 시개단 담당자는 “지자체장이나 협회장이 시개단에 참여할 경우 그들의 일정에 맞추다 보면 충분한 시장조사와 바이어 유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적어도 2개월 가량 사전준비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 못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또한 지자체와 협회가 시개단 참여업체 선정시 시장성과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도 마구잡이로 집어넣어 해외에서 국내 기업들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OTRA 관계자는 “업체신청을 받고 해당업체의 상품에 대한 현지 시장성 조사를 실시해 지자체에 분석자료를 주지만 이를 무시하고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된 기업들도 선정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지자체나 협회에서는 시장개척단 파견 실적을 위해 선정기준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참여기업을 끼워넣어 시개단 파견횟수나 참가기업수는 늘고 있지만 실제 수출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김영민 mostev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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