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 정하성 
  • 입력 2004-04-22 09:00
  • 승인 2004.04.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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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맨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기업 정기 임원인사에서 기업의 홍보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대거 승진, 화제가 되고 있다. 최한영 현대·기아차그룹 전략조정실 사장, 새 기업문화실장으로 발탁된 권오용 전무, 윤석만 포스코 부사장 등 홍보맨들이 각 기업의 ‘실세’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홍보업무를 하기 힘든 상황에서, 상사들이 승진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 모 기업 홍보담당 과장의 말이다.대기업의 홍보부서는 그룹 오너와 CEO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내 핵심부서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기업 홍보부서는 다른 부서에 비해 승진이 빠르고, 홍보 책임자들은 임원승진 때마다 ‘0’순위 후보로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갈수록 근무여건이 열악해지면서, 홍보맨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홍보부서가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D그룹 홍보부 L부장은 “우수한 인력들이 홍보팀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는 신경써야 할 매체가 늘고, 또 기자들과의 신경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처럼 기업의 홍보팀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기업 정기 임원인사에서‘홍보맨’들이 잇따라 승진,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최한영(52·사진) 현대·기아차 부사장이 지난 1일 ‘전략조정실’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 신설된 현대차그룹의‘전략조정실’은 현대차와 기아차간의 총괄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신차 배정이나 판매 전략, 투자 등에 있어 현대차와 기아차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전략조정실 신설은 현대-기아차 양사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핵심 요직에 ‘홍보맨’인 최 사장이 임명된 것에 대해, 업계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 사장은 현대차그룹내에서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 참모로 꼽혀왔다. 특히 홍보맨으로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초고속 승진을 해왔다.그는 99년 홍보실장 이사대우로 승진한 뒤 이사 등의 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홍보실장 겸 상무로 승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1년 홍보실장 겸 수출마케팅사업부장(전무), 2002년 홍보담당겸 현대·기아차마케팅 총괄본부장(부사장) 등으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현대차는 또 현대차홍보실장 이용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홍보업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84년 현대차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구매부장, 기획실·홍보실 이사를 거쳐 2002년 홍보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치는 등 초고속 승진을 해왔다.경기고-서울대 출신인 이 부사장은 정·관계에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SK그룹도 ‘뉴SK 플랜’에 맞춰, 홍보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SK그룹의 새 기업문화실장(전무)에 권오용 KTB네트워크 전무를 영입한 것이다.

권 전무는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지난 80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근무하면서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99년 금호그룹 회장부속실 상무를 거쳐 2000년부터 KTB네트워크 홍보담당 임원으로 재직해 왔다. SK그룹과는 고 최종현 회장과의 인연으로 맺어졌다. 최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을 맡았던 권 전무는 최 회장을 일선에서 보필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포스코도 홍보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포스코는 지난달 주총 등을 통해 홍보담당 임원인 윤석만 전무를 부사장으로, 김상영 홍보실장이 상무대우로 각각 승진하는 등 홍보임원이 대거 승진했다. 74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 입사한 윤 부사장은 글로벌기업으로서의 포스코의 위상을 알리는 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 부사장은 마케팅·홍보 및 비서실 업무 등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이밖에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현기춘 전무도 올해 1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현 전무는 현대그룹 핵심 브레인으로 꼽혀왔으며 이번 KCC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언론을 통한 여론 끌어안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 오동수 상무보와 현대백화점 오중희 이사대우도 홍보맨으로서 올해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대한항공 홍보맨 최준집 전무 역시 지난해 연말 승진했다. 그는 오랜기간 대한항공 홍보를 책임져왔다. 이처럼 대기업 홍보맨들이 승진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기업들의 경영 키워드가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제고’로 모아지면서, 기업들이‘홍보분야의 역할 강화’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이와 함께 대선자금 수사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복원하기 위해, 홍보분야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일류기업’을 지향하는 각 기업들이 최근 홍보분야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홍보분야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홍보맨들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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